▲ 경영 컨설팅 업체 에퀼라(Equilar)의 조사에 따르면 브로드컴의 혹 탄 CEO가 2017년 1억 320만 달러(1100억원)의 보수를 받아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CEO로 조사됐다.     출처= Financial Times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고 경영자(CEO)의 보수가 다시 오르고 있다. 주식 시장의 호황과 두둑한 주식 배당이 미국 100대 기업 CEO들의 보수를 11년 만에 다시 최고치까지 끌어 올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 임원 보수와 지배 구조를 연구하는 회사인 <에퀼라>(Equilar)가 11일 발표한 이 보고서는 매출 기준 미국 100대 기업 CEO의 임금을 조사하는 보고서로, S&P 500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늦은 봄 에야 공개되는 ‘S&P CEO 보수 랭킹 보고서’보다 앞서 발표된다. CEO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년도의 6%보다 약간 낮은 5%를 기록했지만, CEO의 임금 중간값은 1570만 달러(167억원)로 2016년의 1500만 달러를 약간 상회했다. 에퀼라는 2007년부터 CEO 임금 분석을 시행해 오고 있다.

에퀼라의 콘텐츠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책임자인 댄 마섹은, CEO 보수의 대부분이 주식 보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2017년은 주식 시장이 높은 성과를 보였던 해 였기 때문에 그리 놀랄 만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2017년에 S&P 500 지수는 거의 20% 상승했다.

"CEO의 보수는 지난 지난 7~8 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주식 시장의 호황과 일치한 것이지요. 대체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CEO 보수도 동반 상승합니다.”

이번 에퀼라 분석에서는, 올해 시행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칙에 따라 각 회사별로 CEO 대 일반직원 급여 비율이 포함되었다. SEC 규정에 따르면 상장 기업은 CEO의 보수와 직원 급여의 중간값의 비율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100대 기업의 경우, 그 비율은 전체 기업 평균에 비해 높은 경향을 보인다. 2017년에 100대 기업의 CEO 대 일반직원 급여 비율은 235대 1로, 시가 총액 기준 상위 3000개 회사(러셀 3000지수, Russell 3000 index)의 72대 1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즉, 대기업의 CEO들은 중소 규모의 다른 회사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에퀼라의 마섹은 "대기업의 대부분은 상당히 알려져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회사의 CEO가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라”라고 지적한다.

CEO 보상 패키지는 보상으로 주는 새로운 주식이 실제로 취득되는 날짜에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이 목록에는 눈에 띄는 수치가 보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CEO가 다년간 주식 보상을 받는 경우, 그 CEO의 연간 보상 패키지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고, 주가가 떨어지면 이듬해에는 더 적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조사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CEO는, <브로드컴>(Broadcom)의 혹 탄 CEO로 나타났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보안 문제와 기술의 해외 유출을 이유로 이 회사가 퀄컴(Qualcomm)을 1170억 달러(125조원)에 인수하겠다는 것을 막자 몇 주 후에 회사의 법적 주소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옮기면서 이번 조사에 미 100대 기업에 포함되었다. 탄의 2017년 보수 패키지는 1 억 320만 달러(1100억원)에 상당한다. 이는 엄청난 숫자이지만, 여기에는 브로드컴이 특정 수준의 주주 수익률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수 년에 걸쳐 지불해 주는 9830만 달러(1000억원) 상당의 신규 주식 보상이 포함되어 있다(브로드컴 대변인은 "탄 CEO의 보상 패키지는 지속적인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를 창출하도록 조정되고 설계되어 있다. 지난 5년 동안 탄 CEO의 리더십 하에서 주주 수익률은 680%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2015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 테크놀로지>(Avago Technologie)가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41조 3000억원)에 인수(M&A) 하면서 이름을 브로드컴으로 바꿨다. M&A 당시 브로드컴은 네트워킹을 위한 칩 공급업체로 인수자인 아바고테크놀로지보다 두 배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애플・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데이터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셋톱박스 등 네트워킹 및 통신에 들어가는 다양한 장비를 판매한다.

브로드컴이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 투자를 심사하는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제재에서 벗어나게 됐다.

▲ 100대 기업 중 가장 낮은 보수를 받는 CEO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워런 버핏이었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한편 가장 큰 임금 하락을 보인 CEO는 2017년 보수가 770만 달러(82억 5천만원)로 지난해에 비해 92%나 줄어든 <차터 커뮤니케이션스>(Charter Communications)의 토마스 러틀리지 CEO로 나타났다. 그의 지난해 보수는 9850만 달러였지만, 여기에는 새 고용 계약에 따라 5년에 걸쳐 지급될 7800만 달러의 주식 보상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목록의 최상위에 오른 또 다른 CEO로는 <어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merican International Group)의 브라이언 듀퍼롤트 CEO(4280 만 달러), <오라클>의 공동 CEO 마크 허드 와 사프라 카츠(각각 4천만 달러), 월트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3630만 달러)가 있다.

한편, 일반 직원 급여에 비해 CEO의 보수가 가장 높은 회사들 중 대부분은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임시직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아웃소싱 회사나 소매업 회사들이었다. 인력공급업체 <맨파워그룹>(ManpowerGroup)의 CEO 급여와 일반 직원 급여의 비율은 2483대 1이었고, 소매업 체인 <콜스>(Kohl's)의 경우 1264대 1이었다.

맨파워그룹은 이 계산에 적용된 직원의 95%가 80개국의 클라이언트 회사에서 고용된 ‘2년제 대학 졸업자들’이며 그들 대부분은 임시직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직원의 5%만을 차지하고 있는 정규직 직원만을 대상으로 계산하면 273대 1이 될 것이라며, 법이 규정한 계산 방식은 아웃소싱 업계에서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해명했다.

100대 기업 중 가장 낮은 보수를 받는 CEO는 누구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워런 버핏이었다. 그의 보유 주식 가치는 수십억 달러는 족히 넘겠지만, 회사로부터 받는 연간 보수는 매우 적었다. 이 회사의 대리인에 따르면, 그의 연봉은 10만 달러(1억 700만원)로 25년 이상 동안 같은 급여를 받았고 어떤 주식 보상도 없었다. 버크셔 헤서웨이가 2017년에 버핏에게 제공한 급여 이외의 보상은 37만 5000달러가 들어가는 보안 서비스뿐이었다. 이 회사의 CEO와 일반 직원의 급여비율은 1.87대 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