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 공화당의 2인자로 평가 받는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장(위스콘신)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11월에 실시할 중간선거를 앞두고 나온 라이언 의장의 은퇴 선언은 미국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하리라 예측된다.

폴 라이언 의장은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가족이 은퇴 결정을 지지했다”면서 정계를 은퇴한다고 밝혔다. 2년 임기인 미국 하원의원에서 10선 경력인 라이언 의장은 내년 1월 20년 동안 활동했던 의회를 떠나게 된다. 그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해 연임한다면 아이들이 나를 주말 아빠로 기억할 것”이라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라이언 의장의 불출마는 공화당에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하면 당선이 확실하다’고 평가 받던 그가 정계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하면서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이 전했다. 라이언 의장은 “2019년에 내가 의회에 있느냐, 없느냐가 공화당 각 지역구 선거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 “공화당은 제 역할만 잘 한다면 다수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공화당은 민주당이 받고 있는 열렬한 지지를 억제하면서 인기가 없는 대통령의 늪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라이언 하원의장의 발표로 사기가 떨어지고 공화당에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라이언 의장이 정계 은퇴를 발표하고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당선 가능성을 갖춘 데니스 A 로스 의원도 연말에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이언 의장은 올해 48세로 지난 1998년 고향인 위스콘신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처음 정계에 들어왔고 2012년 미트 롬니 대선후보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으며 2015년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미국 정치계에서 40대 기수로 인기를 끌던 그는 16세 때 심장마비로 아버지를 잃은 경험에 기반을 둬 “내 지난날을 돌아보고 싶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온건파인 라이언 의장이 공화당의 주류 당원인 강경보수파와 예측을 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좌절감을 느껴왔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고, 공화당이 불리하다고 예상되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은퇴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라이언 의장의 정계 은퇴에 대해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의심할 여지없이 많은 성과들을 유산으로 남기고 떠난다”면서 "우리는 그와 함께 할 것"이라며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라이언 의장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