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현재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 제품,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특화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 LG전자 씽큐 이미지. 출처=LG전자

 

 

삼성전자·LG전자 ‘모든 가전제품에 인공지능 적용 목표’

국내 최대 전자기업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술은 ‘빅스비(Bixby)’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인 빅스비를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에 적용해 빅스비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은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겠다고 최근 간담회에서 밝혔다. 김 부문장은 “AI와 사물인터넷(IoT)은 같이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AI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더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에어컨 등 모든 가전제품과 대화 형식으로 제어가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세트부문에 AI센터를 신설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대폭 강화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도 지난해 8월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에 AI랩을 설치했고,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 AI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도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단계 LG의 대표 AI브랜드는 ‘씽큐’다. LG전자는 씽큐의 강점으로 맞춤형 진화, 폭 넓은 접점, 개방형 전략을 꼽는다. 사용자의 제품 이용 습관과 활동 공간에 최적화하고 여러 가전제품에 씽큐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스마트폰부터 TV,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방형 전략을 통해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 국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CTO부문 산하 소프트웨어센터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신설해 음성인식, 영상인식, 생체인식 등의 인식 기술과 딥 러닝 알고리즘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스마트 스피커부터 IoT 연동까지’

이동통신 3사는 AI 스피커 출시로 AI 트렌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SK텔레콤의 대표 인공지능 플랫폼은 ‘누구(NUGU)’다. 누구의 월 사용자는 올해 2월 기준으로 363만명에 이른다. 누구는 2016년 9월 똑같은 이름의 스마트 기기인 누구를 시장에 선뵀다. 이후 지난해 8월엔 누구 미니를 출시하면서 사용 영역을 지속해서 확대해 왔다.

SK텔레콤은 누구의 적용 영역과 제공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올해 연말까지 실사용자 규모를 500만명 이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성능 고도화를 위한 음성 데이터를 적극 확보하고 있다. 누구를 통해 이뤄지는 대화는 월 1억건을 넘고 있다. 또 AI리서치 센터를 만들어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AI리서치 센터는 CEO 직속 조직으로 올해 출범했고 초대 센터장으로는 김윤 박사가 선임됐다. 김 센터장은 “SK텔레콤의 최대 자산인 방대한 사용자를 이용해 세상을 바꿀 AI기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KT는 ‘기가지니’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기가지니는 TV에 기반한 만큼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는 ‘홈 인공지능’ 시대에 맞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4월 현재 가입자는 70만명을 돌파했다. 또 그린카, 금영그룹, 롯데리아, 현대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사들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기가지니의 ‘AI 홈 비서 서비스’의 목적은 생활 속 편의를 높이는 것이다. 지니에게 음성으로 배달 명령을 할 수도 있고, 외출 전 집에서 가까운 정류장에 언제 버스가 도착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또 가정의 홈 IoT(사물인터넷)기기와 연동돼 가전 기기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지니야 가스밸브 잠궈줘”라고 말하면 IoT기능이 있는 가스밸브가 잠긴다. 현재 기가지니는 냉장고, 청소기, 오븐, 세탁기 등 약 200여개의 가전제품과 연동된다. 이 밖에도 KT는 금융, 홈쇼핑 서비스, 영어교육 등에서 업체들과 제휴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주로 타사와 협업한 AI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를 접목한 인공지능 스마트홈 서비스 ‘U+우리집AI’가 대표적인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LG유플러스의 셋톱박스를 통해 이용이 가능한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다. LG 유플러스는 네이버의 데이터와 LG유플러스가 홈 IoT와 IPTV사업에서 얻은 데이터를 잘 융합해 서비스를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네이버 AI스피커인 프렌즈에 LG유플러스의 기술을 더한 프렌즈 플러스 인공지능 스피커도 지난해 12월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AI를 전담하는 ‘AI서비스사업부’를 신설했을 만큼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봇, AI에 관심이 있고 신규 서비스 개발과 기획 경험이 많은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AI와 연관이 있는 홈, 미디어, IoT 기업부문과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AI사업부를 독립하고 각 부문과 협업과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토록 했다”고 밝혔다.

▲ 국내 대표 스마트 스피커 라인업. 출처=각사

 

 

네이버·카카오 ‘축적된 데이터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 제공’

포털도 AI 산업에 가세했다. 네이버의 대표 인공지능 플랫폼은 ‘클로바’다. 네이버와 라인이 보유한 음성인식, 음성합성, 자연어 처리 등의 기능이 중심이다. 안드로이드 버전 모바일 네이버 앱으로 대화형 엔진 네이버i와 클로바의 대화 시스템을 통합한 음성 검색 기능도 지난해 12월 오픈됐다. 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인 스코픽(SCOPIC)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활용해 검색할 수 있는 기술도 출시했다. 스마트렌즈, 쇼핑렌즈, 플레이스 인식 기술 등이 대표적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다.

이밖에도 네이버는 인공지능 콘텐츠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AiRS), 개인화 상품 추천 시스템 에이아이템즈(AiTEMS), 장소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페이스, 스마트어라운드, 번역 기술인 파파고, 지역검색 프로젝트 코나 등을 서비스 중이다. 스마트스피커 ‘프렌즈’ 역시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카카오I’다. 카카오I는 음성엔진, 시각엔진, 대화엔진, 추천엔진, 번역엔진 등 다양한 AI기술의 집약체다. 카카오는 카카오I를 포털 다음에서 뉴스와 검색, 카카오맵, 카카오내비, 택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버스, 카카오TV 등 수많은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또 스마트 스피커인 카카오미니에도 카카오I를 적용해 판매 중이다.

카카오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정보통신, 삼성전자, 코맥스 등과도 제휴를 맺어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올해 안에 ‘카카오I 오픈빌더’라는 개발 플랫폼을 개방해 누구나 카카오의 AI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 AI부문은 김병학 부문장이 이끌고 있다. 음성인식, 검색 등 AI 관련 기술과 인력 수백명이 포함돼 있다.

 

한국어 인식에 국내 기업 강점… 인공지능 인재 대우 필요

AI의 확산은 바람직한가?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처럼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비즈니스적으로 활용 분야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런 만큼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 관련 투자를 더 늘리고 관련 인력에 대해 제대로 된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병태 교수는 “현재의 AI는 우리의 두뇌가 수행하는 것처럼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많이 접목되고 있다”면서 “아마존 에코처럼 스마트 스피커들은 일단 음성을 인식해 쉽게 주문을 하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것처럼 실생활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AI 핵심 알고리즘은 대형 IT회사들이 하고 그런 것들을 받아 응용하는 식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자연어 처리 부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한국어 인식 시스템이 더 뛰어나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AI 투자에 대해서는 투자를 더 늘리고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투자 시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고 관련 인력 확보를 위한 급여체계 역시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중국 인공지능 엔지니어들의 연봉이 5억원에 이르는 만큼 우리도 글로벌 인공지능 인재들에게 ‘확실한’ 대우를 해줘 인력 유치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