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송현주 인턴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파고들고 있다. 아직은 원시적인 수준의 기술력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의 외연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끝은 알 수 없다.

 

“AI, 모든 영역에 스며들다”

IBM의 왓슨은 의료영역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앤더슨 암센터에서 암진단 정확도를 개선하는 작업에 투입됐으며, 의사를 도와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환경 전반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로봇 외과의사인 다빈치는 센서를 통해 어려운 시술을 척척 해내며, 아직 테스트 중이지만 로봇 간호사는 환자의 회복과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긴급 상황 시 의사에게 경고해주며, 병원의 복도를 순찰하기도 한다.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돕는 로봇 파로, 강아지 형태로 감정교류를 위해 탄생한 소니의 아이보,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는 요양원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환경에서 환자들과 만나고 있다. 심지어 우울증을 치료하는 AI도 있다. 스타트업 우봇(Woebot)은 메신저를 통해 인간과 대화하며 자연어 처리를 바탕으로 심리 치료까지 병행할 수 있다. 앨리슨 다시(Alison Darcy) 우봇 CEO는 <벤처비트> 인터뷰에서 “새로운 투자 자금을 인공지능 분야 인재 유치 등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변호사도 등장했다. IBM의 AI 변호사 로스는 지난해부터 뉴욕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특기는 법률 문서 검토다. 초당 1억장의 판례를 검토해 사건에 맞는 가장 적절한 판례를 추천할 수 있으며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드앤드호스테들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십 곳의 로펌이 로스를 도입했다. 국내에도 AI 변호사가 등장했다. 로보(Law Bo)와 유렉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올해 하반기에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AI는 기업의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홍콩의 투자 금융회사 딥 놀리지 벤처스(Deep Knowledge Ventures)는 생명과학, 암 연구, 노화방지 등의 분야에 투자하는 AI 이사인 바이탈을 공개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예술의 영역에도 AI가 진출하고 있다. AI 작곡가 야머스는 지난해 7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자기가 몇 분 만에 작곡한 교향곡 ‘심연 속으로’를 연주했다. 그림을 그리는 AI도 있다. 런던대학교의 사이먼 콜턴 교수는 ‘그림 그리는 바보’로 명명한 AI가 추상적 초상화를 그리는 것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AI 화가는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해 놀라움을 안겼다. 150GB에 이르는 렘브란트의 그림 자료를 3D스캔 기술로 정교하게 디지털화한 뒤 AI에 입력하면 AI가 학습 후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 인공지능 호러작가 쉘리의 홈페이지. 출처=갈무리

방송계와 언론계도 AI가 노리는 분야다. AI 스타트업 아이플라이텍은 유명인의 목소리를 재연한 AI성우를 개발해 중국 관영 CCTV 다큐멘터리에 투입했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의 AI 기자 퀄은 증권 시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간단한 스포츠 기사를 쓸 수 있으며 AP통신의 스미스는 분기당 4000개 이상의 기업실적 기사를 쓰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로이터 트레이서는 SNS부터 방대한 온라인 공간을 돌아다니며 이슈를 추적하고 우선순위를 정한 후 스스로 기사를 쓴다. 1200만개 이상의 트위터를 추출해 시기와 이슈 확장 속도를 가늠해 아이템을 정한다.

AI 무기도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해군은 적 잠수함을 빠르게 탐지하고 추적하기 위해 자율 운항 무인 군함(드론군함) '시 헌터(Sea Hunter)'를 개발했다. 지난 2016년 진수된 후 포틀랜드 해역에서 시험 항해에 성공했으며 2주 후 샌디에이고로 보내져 올해까지 추가 시험을 이어간다. 장기간 바다에서 버티며 작전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평가다. 영국의 '타라니스(Taranis)'는 단순 정찰은 물론 즉각적인 공중전까지 가능한 드론이다.   2030년대에 실전배치될 전망이다.

▲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 미 해군의 시 헌터. 출처=더 드라이브

미국 국방부는 2016년 10월 소형 퍼딕스 드론 103대가 파일럿의 조종 없이 장애지역을 돌파, 진형을 짜 목표물을 공습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하고 있는 군사용 로봇 ‘이트르(Eatr)’는 스스로 주변 자연을 자원으로 활용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구글이 미국 국방부와 협력하고 있는 프로젝트 ‘메이븐’은 인공지능이 외부환경을 인지, 신속하게 자료를 제공해 정밀타격을 지원한다.

구글의 자회사에서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견마로봇 ‘와일드캣’은 전장에서 군수품을 빠르게 운송할 수 있으며 ‘빅도그’는 수송과 전투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동시통역, 공항 안내와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 무인점포, 농업 시스템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와일드캣이 구동되고 있다. 출처=보스턴다이내믹스

갈 길이 멀다… 인간 존엄 보호 길 찾아야

AI가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으나, 이들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약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의사는 정해진 알고리즘에서만 의료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보조자’의 역할에 국한되어 있다. AI 변호사도 실제 법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AI 화가는 확보된 데이터를 통해 특정 스타일만 보여줄 수 있다. AI 작가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의 글을 참고해 ‘플러스 알파’를 도출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제한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다.

AI 기술이 초고속 연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해진 범위에서만 움직인다고 해서 그 파급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강 인공지능의 출현을 대비한 다양한 논의와 함께 인간성이 상실된 미래에 대한 담론도 필요하다.

AI 무기가 전장에서 가동될 경우, 오로지 적을 섬멸하는 것에만 집중해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지를 소지도 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해 항거불능인 적을 무차별 사살하거나 게릴라전을 벌이던 중 양민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에서 기적처럼 발현되는 인류애도 완전히 사라진다.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흥남철수작전을 AI가 지휘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효율적이고 명확한 임무 수행을 위해 피난민들은 떼죽음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AI는 인간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강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르네상스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간 중심 사상의 붕괴라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성찰과 토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