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북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남북교류협력 등 세 가지 주요 어젠다를 가지고 한국은 이에 임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비핵화 문제가 어떻게 합의를 보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적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까지 완성하려는 단계에 놓여 있다. 과거와 비교해볼 때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능력을 완전하게 폐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온전 폐기를 위해선 긴 비핵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별 보상을 제공해줘야 한다. 단계별 복잡하고 세부적인 협상으로 들어가면 북미 양측의 신경전은 거세질 것이고 이에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길은 매우 멀고도 험해 보인다.

어찌됐든 북미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북미 간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맞교환이라는 빅딜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의 추후 경로가 결정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변화마저 예상할 수 있다. 즉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합의내용에 따라 남북한 간의 교류 성격과 규모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이 CVID를 요구하는 이유는 북한 핵이 존재하는 한 이것이 테러단체의 손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거리 미사일도 매우 우려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안보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무기 확장 억지 신뢰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미사일을 놔두고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이는 동맹에 기반한 미국의 아시아전략의 차질로 이어지게 된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응한 의도는 무엇일까?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을까. 병진노선은 핵무력건설 완성을 통해 인민들의 경제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강력한 제재로 인해 이 같은 목적이 힘들어지고 있다. 서구사회를 경험한 김정은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만들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핵폐기라는 정책적 방향성을 선택했을 수 있다. 즉, 핵폐기를 통해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만들려는 의식의 변화가 생겼을 수 있다. 실제 핵을 포기하는 것보다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김정은의 체제에 더 해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는가에는 의구심이 남는다. 어떤 체제보장 카드를 제안하더라도 김정은은 체제불안감을 느낄 것이며, 결국 비핵화는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체제보장과 비핵화를 바꾸겠다는 것이 김정은의 진정성 있는 의도라 하더라도, 결국 체제보장을 확보했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의 가정은 이 모든 것이 김정은의 계산일 경우다. 결국 비핵화를 이루려는 의지 없이 현 제재국면을 피하고 시간을 벌려는 속셈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했을 수 있다.

이 같은 북한에 대한 불신 때문에 미국은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별 비핵화와 각을 세우고 있다. 강경파 인사들로 채워진 미국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루한 비핵화 협상의 실패라는 과거를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향후 북미 간 대화에서 북한비핵화에 매우 엄격하고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북한이 비핵화 과정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과거보다 더 강경하게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약력 ▲현 국립외교원 교수▲현 민주평통 상임위원 ▲미 브라운대 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