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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거래소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광풍뒤 '검은 손’ 전락?암흑기에 터진 거래소 잔혹사…'해킹'에서 '횡령'까지
허지은 기자  |  hur@econovill.com  |  승인 2018.04.11  16:54:01

[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올해 들어 가상통화 거래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5위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가 불법 자금 세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가상통화 거래소 대표가 구속되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기나긴 암흑기를 겪고 있는 가상통화 시장에 거래소를 둘러싼 악재마저 겹치고 있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폴란드 검찰은 폴란드 스키에르니에비체에 있는 코퍼레이티브 은행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와 관련된 계좌 두 좌에서 400만유로(약 53억원)를 압류했다. 폴란드 검찰은 이들 계좌가 콜롬비아 마약 조직과 연관됐으며 국제 사기와 자금 세탁 계획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검찰은 비트파이넥스와 파나마 소재의 한 회사 사이에 마약 거래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약 밀수범들은 이 과정에서 자금 흐름 경로를 숨기기 위해 가상통화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검찰은 유로폴과 인터폴과의 공조를 통해 비트파이넥스의 혐의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올해 들어 국내외 가상통화 거래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소 해킹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한편 가상통화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거래소들이 고객 돈을 횡령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비트파이넥스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이른바 테더(Tether)사태에 비트파이넥스가 주축이 됐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테더는 달러와 연동(페그)된 가상통화로 테더를 발급받으면 1대1의 비율로 달러와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트파이넥스가 지난해 12월부터 테더 발행량을 대폭 늘려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를 두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비트파이넥스의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가상통화거래소' 잔혹사…’해킹’에서 ‘횡령’까지

해킹은 가상통화 거래소가 겪는 가장 흔한 문제 중 하나다. 지난 1월 일본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체크는 해킹으로 5800억원 어치 가상통화를 도난당했다. 국내에서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이 해킹으로 회원정보가 유출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거래소 최초로 파산을 선언한 유빗 사태는 가상통화 거래소의 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특히 지난해 해킹으로 파산을 선언한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유빗은 최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마저 거절당했다. DB손해보험에 따르면 유빗은 지난해 11월 DB손보의 사이버배상책임보험(CLI)에 가입하고 약 20일 뒤 해킹으로 172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유빗은 이 과정에서 보험금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알려진다.

   
▲ 지난해 12월 2만달러 턱 밑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4월 11일 기준 6800달러대에 머물며 65% 가량 급감했다. 출처=코인마켓캡

지난 5일에는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네스트의 김익환 대표 등이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코인네스트를 비롯한 가상통화 거래소 세 곳을 압수수색하고 김 대표를 포함한 4명을 업무상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코인네스트를 비롯한 두 업체는 가상통화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원을 모집해 매매가 이뤄지는 것처럼 위장하고 소위 ‘장부상 거래’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들 업체는 매도자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자의 예치금만 받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들 거래소가 고객 투자금을 사실상 횡령해 차용한 만큼 가상통화 시장의 광풍을 등에 업고 거래소가 제 배 불리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대 가상통화 투자자 정모씨는 “지난해 가상통화 가격이 크게 오를 때 유입된 개미 투자자들이 많다. 그 중에는 20대, 30대가 대부분”이라면서 “거래소가 고객 돈으로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익절’에 나선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익절은 이익이 발생했을 때 매도한다는 가상통화 투자자들의 속어다. 

장부상 거래 의혹은 국내 대형 거래소에도 제기됐던 문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31개 가상통화 거래를 지원하는 업비트는 올 초 입출금 가능 코인이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해 투자자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입출금 지갑이 부족한 탓에 실체 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장부상 거래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비트는 이후 지속적으로 지갑 개수를 늘려 이날 현재 상장폐지된 코인을 포함해 162개 코인의 입출금을 지원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 규제 강화나서…”자격 미달 거래소 퇴출돼야”

거래소 관련 문제가 반복되자 각 국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거래소 등록제다. 가상통화 거래소 운영을 하려면 사전에 미리 등록과 허가를 거쳐야 하고, 최근에는 이러한 기준마저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 파산 이후 일찌감치 거래소 등록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등록제 시행 이전에 영업을 하던 ‘간주업자’는 예외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가했다. 지난 1월 대규모 해킹 피해를 입은 코인체크 역시 간주업자 형태로 거래를 계속해온 곳이었다.

이에 일본은 이달부터 거래소 등록제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일본 금융감독당국인 금융청(FSA)은 이달부터 가상통화 거래소 승인 조건을 강화하고 등록허가를 받지 못한 곳은 운영할 수 없도록 했다. 코인체크 해킹 사건을 기점으로 FSA는 모든 거래소의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후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래소 운영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FSA에 등록을 마친 거래소는 일본 최대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를 포함한 16개 거래소 등이다. 또 11개 거래소는 등록 절차를 대기하고 있어 승인 전까지는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반면 도쿄 게이트웨이와 미스터 익스프레스, 라이무, 비트익스프레스, 비트스테이션 등 5개 거래소는 FSA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하고 지난달 말 사업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가상통화 거래소의 등록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7일 SEC는 연방 차원에서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뉴욕 주 등 일부 주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거래소 등록제를 모든 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거래소 규제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거래소 규제가 가상통화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가상통화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관계자는 “자격미달 거래소에 대한 불만은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계속해서 제기돼 온 문제”라면서 “투자금 횡령, 유령 매매 논란, 미흡한 보안 등 일부 거래소에서 나온 문제가 거래소 전체의 문제로 매도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금융당국이 거래소 규제를 강화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격 미달 거래소는 퇴출되는 게 섭리”라고 밝혔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는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시장 경쟁도 심해진 상황”이라며 “규제를 통해 거래소 수가 줄어든다면 이 같은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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