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특유의 티셔츠 차림이 아닌, 정장을 차려입고 미 상원 의회 청문회장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최근 벌어진 초유의 정보유출 사건에 사과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청문회장 내외부에서 수 백명의 시민들이 페이스북을 규탄하는 등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10일(현지시각) 미 상원 의회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정보유출에 사과한다"면서 "전적으로 내 책임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태를 맞아 페이스북과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동일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현재 페이스북은 제3자 앱을 통해 개인정보를 모으는 작업에 제동을 걸었으며, 정보의 활용을 제한적으로 조정하고 이용자가 정보수집 앱의 삭제를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도 공개했다.

저커버그 CEO가 고개를 숙였으나 성난 '넷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 TV 방송사 CBS가 이날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무려 63%의 응답자가 "페이스북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80%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일을 알았어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보유출 논란이 불거진 후 페이스북이 보여준 재발방지 대책을 신뢰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61%가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불법유출 엄단 의지를 내비치며 이를 제보하는 사람에게 4만달러의 신고 포상금까지 걸었으나, 한 번 금이 간 신뢰도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커버그 CEO가 증언을 하는 청문회장 곳곳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한 여성은 청문회장 내부에 파란색과 녹색의 러시아 트롤을 상징하는 가발을 쓰고 나타나 저커버그 CEO를 조롱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여기에 페이스북이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나오자, 이를 비꼰 퍼포먼스로 보인다.

미 의회 외부에는 수십 개의 저커버그 CEO 모형을 세워두고 페이스북을 규탄하는 일도 벌어졌다.

페이스북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워낙 민감한 문제인데다, 시간이 지나며 개인정보를 활용한 데이터업체 CA의 추가혐의도 속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의 제3자 수집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서드파티 사업자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어 ICT 사업이 방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통해 확보하는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줄어들면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정보의 불법유용으로 봐야지, 데이터 수집만 강조한다면  곤란하다는 전제가 깔렸다. 다른 관계자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사과 몇 번 하고 끝냈을 일"이라면서 "미국의 선진적인 의식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