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업체들이 중국의 판호 허가를 기다리고있다. 출처= 펍지주식회사, 펄어비스, 넷마블, 엔씨소프트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국내 게임업계들이 중국게임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마치고도 1년 넘게 중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게임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게임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내 경제 보복 콘텐츠 심사 기관의 변경 등을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장 자체가 개방되지 않은 것이 문제의 근인이라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시장 개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한국 게임에 단 한 건의 판호도 발급하지 않았다. 판호란 게임, 영상, 출판물 등 콘텐츠의 유료 서비를 허용해주는 허가를 말한다. 중국산 콘텐츠는 ‘내자판호’를, 외국산 콘텐츠는 ‘외자판호’를 받아야 중국 내에서 유료로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

문제는 판호 발급은 중국 당국 마음대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공식으로 한국 게임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펍지주식회사, 넷마블, 펄어비스,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는 중국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판호를 신청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판호를 받지 못해 중국 버전으로 게임을 준비만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펄어비스는 RPG PC게임 ‘검은사막’을 중국에 출시할 것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중국 게임 업체 ‘스네일게임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넷마블은 모바일 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 ‘텐센트’와 계약을 맺고 2016년 12월 판호 신청을 마쳤다. 블루홀의 자회사인 펍지주식회사도 ‘텐센트’를 퍼블리셔로 ‘배틀그라운드’의 판호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는 지난 2월부터 비공개 베타 서비스 형식으로 모바일 버전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중국 게임 업체 ‘알파게임즈’와 계약을 체결해 모바일 RPG ‘리니지 레드나이츠’의 판호 신청을 2017년 1월에 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빠르게 변화·발전하기 때문에 시장에 빨리 진출하는 게 유리하지만, 현재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판호라는 게 사실상 중국 관료 마음대로이기 때문에 진척상항을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약 118억달러(13조), 모바일은 약 83억달러(9조)에 이른다. 

게임 등 중국의 문화콘텐츠를 전문으로 연구분석하는 차이나랩의 김두일 대표는 중국이 한국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드배치외에 최근 중국의 판호 심사 부처가 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로 바뀐 게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까지 판호심사를 보류하고 있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한국 게임이 중국 판호를 받을지는 텐센트가 퍼블리싱하는 ‘배틀그라운드’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는 단기간에 글로벌 톱클래스가 된 게임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게임 자체만을 문제 삼아 판호 발급을 미루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그는 “배틀그라운드가 올해 상반기에 판호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하반기까지 미뤄진다면 중국의 판호 허가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할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강경석 본부장은 “중국에 진흥원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센터가 있다”면서  “그곳을 통해 중국 콘텐츠 관련 실무자들과 접촉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올해 안으로 게임 판호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근거로 최근 게임 외 다른 장르 같은 경우 한·중 합작 사례가 나오고 있는 등 한한령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자유롭게 콘텐츠를 출시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이 개방되면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을 통하지 않고 직접 게임을 퍼블리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국 판호 발급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면서 “중국시장 자체를 개방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2년 만에 지난달 22일 시작했다”면서 “이번 재협상에서 중국의 문화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