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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임단협 결렬돼도 '부도' 쉽지 않아…GM의 선택은2대주주 산은, GM 경영권 박탈 카드 상존
장영성 기자  |  runforrest@econovill.com  |  승인 2018.04.10  18:40:50
   
▲ 한국GM이 지난 2월 가동중단을 공식 발표한 군산공장 정문 전경. 사진=뉴시스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한국GM 노사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미국 GM본사가 부도카드를 앞세워 노조를 압박하고 있지만 부도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GM 부도 가능성의 근거는 인건비와 본사 차입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 중 한국GM이 필요한 자금은 약 2조3000억원인 반면 10일현재 구체적 조달 계획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계 전문가들은 한국GM이 부도 절차를 밟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이 가진 기술력과 토지 등 자원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만약 한국GM이 부도 수순으로 접어든다면 법정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가능성도 높진 않다.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GM은 2조원 가량 채권 손실이 불가피하다. 파이낸싱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는 GM이 한국GM을 법정관리에 들어가도록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한국GM 노사가 12일 제8차 입금 및 단체협약 일정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국GM 노사는 임단협에서 인건비와 군산공장 폐쇄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노사는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면서 팽팽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GM 노사는 이달 들어 단 한 차례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 못했다.

노사 간 대치가 지속하자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번 주 내로 한국을 방문해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부도 위기에 직면한 한국GM 노사관계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앞서 배리 앵글 사장은 “한국GM은 오는 20일까지 노사 합의를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도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과연 한국GM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 회사는 부도 수순에 돌입할까.

   
▲ 한국GM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 등골 빼먹는 글로벌지엠은 각성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GM 부도는 GM이 갖고있는 해결 옵션에 없을 것"

앵글 사장이 이런 말을 던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한상기 노동자연구소 연구소장은 “GM은 4월~5월 안으로 산업은행 실사를 마무리하고,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뒤, 노사협상 타결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부도 사태만큼은 한국GM이 갖고 잇는 여러 옵션 중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물론 GM이 GM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상환을 포기하면 부도 상태에 접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GM이 한국GM 청산 절차나 자산분리 매각을 진행할 수 있냐는 것이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동의없이 한국GM은 독자적으로 자산매각 등을 진행할 순 없다. 부도 수순을 밟으려면 GM 금융계열사인 GM홀딩스가 한국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신청을 해야 한다.

한국 법원이 이를 일사천리로 해결해줄 가능성도 낮다. 부도 이후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정관리는 GM이 가장 꺼려하는 방식이다.

일정 절차가 해결되면 자산부채이전(P&A)방식으로 부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일부는 주장한다. 금융업계에서 이용하는 P&A는 부실 금융회사가 자산과 부채를 우량 금융기관에 인수시키는 것이다. GM도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올드GM’과 ‘뉴GM’을 각각 설립, 이와 비슷한 방식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미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495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뉴GM에 투입했다.

미국GM 회생 방식처럼 한국GM을 살리려면 ‘뉴 한국GM’과 ‘올드 한국GM’을 만들어서 부실자산을 처리해야 한다. 이 방법을 이용하려면 한국 정부 협조가 필수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처럼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쉽게 지원해줄 가능성은 낮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실사 후 산업은행의 보유지분율만큼 지원금 분담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GM은 아직 한국GM이 필요하다?

GM은 또 부평1공장과 한국GM 연구소를 최대한 가동해 생산과 연구를 계속해야만 한다. GM 소형차의 생산·판매와 연구개발 전초기지로서 한국GM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을 최대한 가동하면 연 8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GM 전체 판매의 10%에 이른다. 

한국GM은 생산 규모만큼 생산직 기술력도 본사에 뒤지지 않는다. 업계에선 한국GM의 전기자동차 개발 능력과 자율주행 기술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글로벌 GM이 보유한 기술은 3개의 거점인 북미와 호주, 한국 등에서 기술개발 실적을 쌓아 올린 결과다. 자동차 기술이 고도화하는 시점에서 GM이 연구기술에 탁월한 한국 거점을 포기하긴 어렵다.

한국GM 부평공장 토지가격도 변수다. 한국GM 부평공장 토지 공시가격은 지난해 5월 기준 ㎡당 117만1000원이다. 전체 면적이 99만1740㎡(30만평)이니 공시가격만 1조1613억원에 이른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의 60~70% 안팎임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훨씬 크다. 인근 공장용지 평균 경매가격은 ㎡당 174만원이다. 부평공장 부지를 용도 변경해 주거단지로 바꾸면 가치는 약 6조원까지 뛰어오른다.

한상기 연구소장은 “GM은 막무가내로 한국에서 철수할 수 없는 처지”라면서 “쉽게 부도 사태로 한국GM을 내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뉴시스

GM 경영권 박탈 가능성은

GM 입장에서 한국GM 법정관리는 최후의 수단이겠으나, 한국 정부 시각에선 우선 고려할만한 카드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을 법정관리 절차에 넣을 수 있다. 산은은 한국GM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는데,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GM은 채무초과 상태로 사실상 부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법정관리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GM은 복잡한 고민거리가 생긴다. 먼저 재산보전처분으로 인해 GM 홀딩스는 채권자로서 보유한 모든 채권이 전부 동결된다. GM의 한국GM 경영권 상실 가능성도 생겨난다. 기존 경영진에 부실 책임이 크고 대주주의 의도로 채무기업 재산상태가 악화됐다면, 법원은 기존 경영진 대신 제3자관리인을 선임하고 대주주 지분도 매각 할 수 있다. 산은이 실사에서 GM이 의도적으로 한국GM을 부실화 했다는 증거를 찾아낸다면,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GM 경영권 박탈이 가능하다. 이번 산은 실사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GM이 부인권 행사도 할 수 있다는 점도 GM 입장에선 골칫거리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특정 채권자가 도산한 기업에 대해 편파적으로 채권을 회수하거나 다른 채권자 이익을 해하면 이를 부인할 수 있다. 즉 한국GM의 GM본사로부터 차입금과 채무 만기가 도래한 9880억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잠재적인 부인권 대상이다. 부인권이 발효되면 한국GM은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본사 상대로 돈을 찾아오는 절차를 밟는다. GM 본사로부터 찾아온 돈은 한국GM 노동자 임금을 지급하거나 다른 채무를 갚는데에 쓰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GM은 법정관리 절차를 가장 꺼려한다고 볼 수 있다. GM이 부도나 법정관리 이전에 정부지원을 받고 조기 정상화에 급급해 하는 이유다. 국내 법조계 관계자는 “산은은 한국GM 실사를 통해 GM이 어떤 부당한 행위를 했는지 알아내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만약 이번 실사에서 GM의 본성이 드러난다면 한국GM 문제는 법정관리를 통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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