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오각진 기업인/오화통 작가 ]

십여일 전에 일본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다들 들어오는 걸 말리는데 왔습니다.심지어 가족까지도 말이죠.

무슨 일인지 짐작하시겠지요?

바로 국내의 공기가 금년중 최악이라는 날의 사연입니다.

일본에 있는데 한중일 3국의 공기를 그 질에 따라

지도에 빨간색부터 녹색으로 표했는데,

일본만이 공기가 좋은 녹색으로 나온 날였습니다.

‘녹색이 될 때까지 귀국을 하지 말까’라고 가볍지 않게 고민도 했지요.

들어와서도 또 며칠은 공기가 나빠 허덕였습니다.

 

이시기를 통과하며 한 선배가 생각납니다.

나무 분야에서 평생 일하다가 연전에 퇴직을 한 분입니다.

퇴직 후에는 지방으로 갈 계획이었지요.

부부가 오랫동안 관찰해서 우리나라에서 공기 질이 가장 깨끗한 곳으로

갈 곳을 정하고,그곳에 적절한 부지가 나오기를

기다리느라 이주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이제까지 살아온 궤적을 보면

공기 외에 다른 조건은 별로 따질 분들이 아니라서

이후 절차가 잘 풀리도록 마음속으로 응원을 하고 있지요.

물론 처음 계획을 들었을 때는

건강을 특별히 챙기는 분들도 아니고,오히려 담백하고, 조용한 분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게 다소 놀라웠습니다.

공기 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

나는 좀 둔갑합니다.

공기가 나쁘다는 날도,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거나,

배가 그득한 채 잠을 자느니 아파트 선책을 나가는 주의입니다.

아들은 내가 둔감한게 아니라 온 가족의 건강을 해치는 거라고 조바심을 냅니다.

 

과거 직장 생활 초년병 시절에 꼭 가방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한 지인이 가방에 무엇을 넣고 다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늘 개인 시간 부족에 갈증을 느꼈기에 갑자기 시간이 날 때를 대비해서

세 종류의 책을 준비해 다닌다 했지요.

잠시 시간이 나면 잡지로, 좀 시간이 나면 가벼운 책으로,

시간이 아주 많이 나는 경우에 읽을 딱딱한 책등을.

놀랐던 지인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이제 다시 가방을 챙겨, 나쁜 날씨를 대비한 마스크,목도리에

비상시를 대비한 방독면까지 지참하고 다녀야 하는 걸까요?

날이 갑자기 좋아져,그런 걱정 다 잊어먹어도 좋겠습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이후 12년간 기업의 CEO로 일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