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최근 산업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뷰티업계에도 디지털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화장품 판매점은 고객이 직접 방문해 립스틱 등을 발라보는 매장에 그치지 않고 증강현실(AR)기술을 적용해 고객의 피부결, 피지, 색소침착, 주름 등을 확인한 후 피부상태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추천받는 스마트 스토어로 변신하고 있다. ICT 기술 융합 덕분에 고객들은 이제 즉석에서 제조하는 맞춤형 화장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화장품 업계를 선도하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은 ICT를 접목한 화장품을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D 프린터·IoT 기술 이용한 맞춤 화장품 제조

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아이오페, 라네즈, 이니스프리 브랜드 매장에서 ICT 기술을 적용, 고객의 피부 상태를 분석해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고 맞춤형 화장품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모레는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9에 인공지능 서비스의 기본 기능으로 아모레퍼시픽의 ‘가상 메이크업 체험’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SK텔레콤과 ICT 기반 뷰티서비스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는 등 업계에서 ICT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이오페 랩에서 '안테라' 기기를 이용해 색소, 멜라닌, 피부톤, 주름 등을 진단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아모레의 아이오페 바이오랩 서울 명동 매장은 지난해 12월 맞춤형 마스크팩인 ‘테일러드 마스크’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립스틱, 쿠션파운데이션, 크림 등 몇몇 분야에서 맞춤형 화장품이 나오긴 했지만 마스크팩을 맞춤형 화장품으로 선보인 것은 아모레가 세계 최초라고 한다.

명동 매장은 아모레가 여러 브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피부 진단 서비스 중 가장 정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전안기(電顔機)’로 자외선(UV)을 통해 피지를 측정하고 편광으로 색소세포 분포를 진단한다. 또 ‘스킨터치’와 ‘스코프’ 기기로는 색소, 피지, 피부결을 측정해준다. ‘안테라’ 기기는 색소, 멜라닌 양과 분포도, 피부톤의 균일 정도, 주름, 헤모글로빈 측정으로 피부 민감도 등도 분석해준다. 전안기, 스킨터치, 스코프, 안테라 등의 4단계 외에도 생활습관 관련 설문 등 총 5단계로 피부 진단을 한다. 이 모든 것을 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아모레는 3D 프린터와 IoT 등의 최신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맞춤형 마스크팩과 세럼을 제조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눈, 코, 입, 이마, 얼굴 경계 등 부위별로 얼굴 사이즈를 측정하면 앱이 자동 수치화해 3D 프린터로 개인 맞춤형 마스크를 제조해 고객에게 제공한다.

▲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이오페 랩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개인 맞춤형 마스크팩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최근 ‘1일 1팩’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피부 관리를 위한 마스크팩 사용은 어느새 뷰티 습관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지만 규격화된 사이즈 눈, 코, 입 위치가 맞지 않아 종종 겪어야 한 불편함을 덜어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또 하나의 맞춤형 화장품 ‘테일러드 세럼’ 또한 피부 분석 결과를 토대로 피부 고민에 맞는 성분을 즉석에서 배합한다. 편백 추출물, 슈가 메이플(단풍 추출물), 프룩탄 등 아이오페의 9가지 주요 성분을 활용해 주름, 각질, 진정, 탄력, 보습, 모공 등의 개인에 맞춘 피부 고민 해결책을 제공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피부 진단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로 사전 예약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면서 “아이오페 바이오랩은 매달 20일 아이오페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는데 하루 만에 예약이 찰 정도로 인기가 많은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맞춤 마스크팩 서비스는 잠시 리뉴얼에 들어갔고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이 추천한 색으로 만드는 ‘나만의 화장품’

아모레의 라네즈 명동 플래그십 매장은 지난 2016년 8월 립스틱 ‘마이 투톤 립 바’를 출시해 국내에 처음 맞춤형 화장품을 선보였다. AR 기능을 적용해 메이크업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뷰티미러’와 ‘마이 투 톤 립 바’와 ‘마이 워터뱅크 크림’ 2종의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명동 라네즈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얼굴톤에 맞는 립스틱 색을 추천해주고 선택한 색상으로 즉석에서 립스틱을 제조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마이 투 톤 립 바’ 맞춤 화장품 제작을 위해서는 먼저 피부톤 측정이 필요하다.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 PC에 얼굴을 좌우로 돌리기만 하면 피부톤 측정이 끝난다. 응용프로그램은 측정자의 피부톤이 따뜻한 웜톤인지 차가운 쿨톤인지 분석한 후 피부톤에 어울리는 4종의 립스틱을 추천해준다.

각 립스틱은 베이스+컬러 반반 조합으로 구성돼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 발색이 가능하다. 측정자가 4종 모두 테스트를 해본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색상을 선택하면 즉석에서 바로 제조에 들어간다. 20분 정도 기다리면 바로 제품을 받을 수 있고 원하는 글귀를 새겨 넣을 수도 있다. 총 조합할 수 있는 색상은 200여가지다.

마이 워터뱅크 크림 맞춤 제작도 피부 측정과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측정자는 태블릿 PC로 평소 생활습관과 피부고민 등의 설문에 답을 해야 한다. 수면시간, 음주량, 물 섭취량 등 생활습관 중심의 질문들이 10여가지에 이른다. 이후 기기를 얼굴에 대고 피부의 유·수분 상태 진단을 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본인에게 부족한 유분 또는 수분 정도를 선택해 맞춤 제품을 제조해 준다. 제품을 받기까지는 립 바와 마찬가지로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명돔 라네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스마트기기로 피부의 유수분 상태를 체그해 그에 적합한 크림제품을 맞춤으로 제조한다. 출처= 아모레퍼시픽

맞춤 화장품 가격은 본제품과 5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립 바는 3만원, 크림은 4만2000원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지만 유·수분만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이 밖에도 AR미러링 기술을 이용한 ‘뷰티미러’로 라네즈에서 판매하고 있는 색조화장품을 얼굴에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3차원 가상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뷰티미러는 고객이 얼굴 톤을 확인하고 어울리는 색상의 화장품을 추천하고 실제로 얼굴에 바른 것 같은 화면을 제공해준다.

▲ 라네즈 명동 플래그십 매장을 방문하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뷰티 미러를 이용해 색조화장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명동 라네즈 매장을 찾은 이 모 씨(21·여·대학생)는 “어떤 피부톤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색의 화장품이 어울리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려주니 더 믿음이 간다”면서 “매장 직원들이 어울리는 색을 추천해주기도 하지만 그건 직원이 주관이 들어간 의견이니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뷰티미러가 더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