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서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무역적자 해소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혁신적 제조업 성장을 사전에 봉쇄하기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제재는 무역 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중국제조2025’에 따라 첨단 산업을 이뤄내겠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제조2025’란 중국 정부가 지난 2015년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산업고도화 정책 청사진이다. 과거 중국이 양적인 측면에서 제조 강대국이었다면 앞으로는 혁신 역량을 키워서 질적인 면에서도 강대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이다. 로봇, 반도체, 항공, 에너지, 자동차 등 10대 전략 분야에서 중국의 제조업 기반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이다.
중국제조2025의 목표는 자급자족이다. 일례로 우주항공장비와 이동통신 장비 제조와 같은 산업의 핵심 부품과 기초소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 2025년에는 70%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이 기술에서 독립한다면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간섭이 줄어들어 중국은 무역제재에 덜 취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최근 미국이 중국 산업이 혁신적으로 고도화되는 걸 염려한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그 근거는 지난달 22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보고서에 ‘중국제조2025’라는 단어가 약 200페이지 중 100번 이상 언급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본래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중국이 하려는 것은 21세기에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로보틱스와 같은 산업의 지도자 역할을 맡는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최근 지난달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미국에 좋지 않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기술 강제이전과 같은 불공정 관행을 계속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비판한다. 노동비용이 상승중인 만큼 노동집약 산업에서 첨단 산업이 주도하는 산업으로 가치사슬을 올라감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할 뿐이라고 반박한다. 중국이 첨단 산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 관영언론 환추쓰바오는 지난 7일(중국시각) 평론에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치고 있다고 비난하며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혁신능력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를 점점 드러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지난 3일 최고 25%의 고율관세를 적용할 중국산 제품 1300개 품목을 발표했고 이에 대응해 중국은 메주콩 등 미국 상품에 5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미국은 지난해 대중 무역에서 375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1300억달러에 수입은 5050억달러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5일 USTR에 중국 수입품에 1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고 품목을 선정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중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주석은 10일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에서 개막연설을 할 예정인데 대미 항전 의지를 불태울지 아니면 협상 의사를 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