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상황은 잘 아시죠? 위기관리 전문가라고 해서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희 대표이사님과 임원들은 어제부터 철야를 해가면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데요. 전문가시니 저희에게 조언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얼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참 곤욕스러운 질문입니다. 필자도 “이걸 하십시오!”라고 딱 부러진 조언을 하고는 싶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위한 회의에서는 누구도 함부로 그래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모든 병에 처방되는 즉효 명약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외부 전문가에게 보다 효과적인 조언을 얻기 위해서는 이미 내부 전문가들이 고민해낸 여러 대응 방안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보면서 실행 전략과 실행 시기, 주체, 메시지 등을 정리해 의견을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각각의 실행 방안에 있어 실행 시 주의점이나, 개선 실행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식입니다. 내부적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외부 전문가들이 발견해 공유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에 더해 운이 좋다면 추가적인 대응 방안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도 있습니다. 더욱 더 대응 방안이 강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반대로 내부적으로 별반 고민이 적었거나, 단순 고민만 한가득일 뿐 추려진 대응 방안 리스트가 없는 경우는 문제입니다. 외부 전문가를 불러 하얀 백지를 채워보라고 해서는 별로 유효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일부 외부 전문가가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외부 전문가가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에 의해 대증적 대응만을 강조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상황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가 나서 위기관리 회의를 이끄는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기업이 그들의 시각을 청취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들의 의견만으로 위기관리가 진행되어서는 안 됩니다.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주체는 분명 기업의 위기관리팀입니다. 자신들이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는 그 이미 기업 내부에서 정한 ‘무엇’에 대해 ‘어떻게’라는 가치를 더하는 사람들 입니다. 만약 외부 전문가가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내부에서는 그 ‘무엇’에 대해 더욱 더 치열한 토론을 해야 합니다. 그대로 그 ‘무엇’을 받아 “아!”하고 경탄하면서 바로 실행하는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물론 평시는 물론 위기 발생 전조가 감지된 시점부터 위기관리팀과 외부 전문가가 하나의 팀을 이루어 다양한 논의를 해온 경우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외부 전문가들은 이미 내부 위기관리팀 구성원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최초부터 다른 위기관리팀 구성원들과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상황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는 경우라면, 외부 전문가의 조언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함께 ‘무엇’까지를 처음부터 논의할 수 있습니다. ‘무엇’과 ‘어떻게’가 합해진다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내부의 시각을 외부의 시각으로 검증해 볼 기회도 생길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가진 다양한 여러 경험을 위기 초기부터 대응 방안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도 있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외부 전문가와 기업 위기관리팀이 언제 하나의 팀을 이루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좋은 이야기나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어나 보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