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한국은 ‘실시간 스트리밍’ 강국이다. 세계 최초로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나라다. 이 땅의 초등학생들은 이제 장래희망 1순위로 연예인이 아닌 ‘유튜버(스트리머)’를 꼽는다. 

스트리머를 향한 인기만큼 국내 스트리밍 시장 경쟁도 갈수록 커지는 중이다. 과거 세이클럽이나 아프리카TV 등 토종 플랫폼을 거쳐 유튜브와 트위치TV 같은 글로벌 플랫폼까지. 동북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을 둘러싼 스트리밍 시장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춘추전국’ 한국 스트리밍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모바일 스트리밍 플랫폼이 있다. 전세계 3500만명의 시청자를 거느리고 지난해 대만, 홍콩,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내 생방송 플랫폼 시장 1위를 차지한 업라이브(Uplive)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6년 론칭한 업라이브는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에 가상통화를 접목시켰다. 기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별풍선’ 혹은 돈으로 주고 받았던 보상체계를 업라이브에서는 기프토(Gifto)라는 가상통화로 할 수 있다. 가상통화 기프토와 업라이브를 서비스하고 있는 아시아이노베이션스그룹(AIG)의 앤디 티엔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시장 플레이어가 많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진출한 시장에서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앤디 티엔 대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앤디 티엔 대표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중국 쓰촨성 출신인 그는 10살이 되던 해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 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모국으로 돌아와 2000년 중국 최초의 음악 웹사이트인 QQ 스페이스를 공동 설립했고, 2005년부터 구글 차이나의 모바일 부문 전략 파트너로 다양한 모바일 비즈니스를 개발했다. 구글 퇴사 후에 그가 만든 소셜 게임업체는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징가(Zynga)에 매각했다.

그 후 2013년 앤디 대표는 지금의 동업자를 만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텐센트 전략법인부사장, 그루폰 차이나 지사장 출신의 오우양 윤 대표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목표로 AIG를 탄생시켰다. 모바일 스트리밍과 가상통화의 결합은 앤디 대표의 이 같은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정보기술(IT)과 모바일 비즈니스에 정통한 그가 스트리밍과 가상통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쩌면 ‘천운’이었다.

모바일 스트리밍 플랫폼 업라이브, 실시간 통역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업라이브는 AIG가 서비스 중인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이다. 온라인이 아닌 모바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유사한 플랫폼으로는 인스타그램 라이브나 스노우(SNOW), 네이버 V앱 등이 있다. 주로 연예인들이나 팔로워가 많은 SNS 유저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송 플랫폼이다. 이미 견고한 시장 선도자가 많은 한국 스트리밍 시장에 AIG가 진출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시장 플레이어가 많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에만 해도 현재 서비스 중인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이 500여개가 넘거든요. 각각의 플랫폼이 가진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을 한다기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승산은 충분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진출한 시장에서 실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업라이브만의 또 다른 강점은 선물 시스템에 있다. 기존 플랫폼에서 ‘별풍선’ 혹은 돈으로 주어졌던 보상 체계가 업라이브에서는 ‘선물’ 시스템으로 제공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앤디 대표는 업라이브를 ‘틈새 시장’으로 소개했다. ‘세계적인+엔터테인먼트+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그가 가장 치중했던 것은 언어와 소통이었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최상위권 유튜버들이 거의 모두 영어권 스트리머라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언어의 장벽은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가장 먼저 부숴야 할 과제였다.

이를 위해 업라이브는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 차이나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구글과 1년 2개월간 협업 체제를 가동해 실시간 소통을 가능케 했다. 전세계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중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한 건 업라이브가 최초다.

가령 스트리머는 중국인, 시청자는 한국인일지라도 설정에서 실시간 번역을 선택한 뒤 한국어로 채팅을 말하면 스트리머에게 중국어로 번역돼 내용이 전달된다. 반대로 스트리머가 중국어로 답변을 하면 해당 내용이 한국어로 번역돼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앤디 대표는 “글로벌 시대에 다른 나라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는 걸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전체의 40% 정도의 시청자들은 해외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스트리머의 경우 시청자의 40% 이상이, 중국의 경우 시청자의 60% 이상이 해외 시청자들로 집계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돈’ 아닌 ‘선물’ 주고받는 업라이브, 스트리머 문턱도 낮춰

업라이브만의 또 다른 강점은 선물 시스템에 있다. 기존 플랫폼에서 ‘별풍선’ 혹은 돈으로 주어졌던 보상 체계가 업라이브에서는 ‘선물’ 시스템으로 제공된다. 각각의 선물은 1달러 미만에서 최대 1만4000달러(약 1440만원)에 이르기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선물은 다양한 모션과 이미지로 구성돼 있는데 이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이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앤디 대표는 긴 설명 대신 업라이브를 직접 켜서 보여줬다. 실시간으로 방송 중인 스트리머를 무작위로 터치해 들어갔다. 앤디 대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물을 스트리머에게 선물하자 화면에는 폭죽이 터지거나 얼굴을 꾸미는 등 애니메이션이 가득 찼다. 단순한 이미지나 금액이 뜨던 기존 플랫폼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 업라이브의 실제 방송 화면. 부적절한 방송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방송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리뷰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출처=업라이브

또 업라이브는 스트리머 문턱을 대폭 낮췄다. 스트리머들의 문턱은 낮지만 그럼에도 수익화를 바로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스트리밍 시장에서 인기 스트리머들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업라이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라이브에서 방송 중인 스트리머를 무작위로 선정해 들어가보니 그의 팔로워는 고작 51명에 불과했지만 방송으로 얻은 수익은 5671코인이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9만원 정도였다. 다음으로 들어간 대만의 스트리머는 팔로워가 7866명 정도였는데 약 50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문턱이 낮아졌다고 콘텐츠의 질까지 낮춘 것은 아니다. 업라이브는 모든 방송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리뷰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스트리머의 방송에도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종교, 담배, 술, 무기 등 민감한 주제를 언급하지 못 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만약 가이드라인을 어기거나 음란한 방송을 한 스트리머가 적발되면 그동안 얻은 수익도 모두 취소되고 현금화하지 못 하도록 했다.

앤디 대표는 “보통 음란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이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업라이브는 보이면 보일수록 돈을 못 벌거나 퇴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을 넘은 선물, 가상통화와의 결합으로 이룬다

업라이브의 진화는 가상통화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이다. AIG는 현재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통화 기프토(Gifto)를 발행해 업라이브와 연계하고 있다. 플랫폼 내로 국한돼 있던 스트리머에 대한 보상을 가상통화를 통해 플랫폼 밖에서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앤디 대표는 “지난 3월 수천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오는 6월까지 약 500만명의 이용자에게 기프토 지갑을 사용하게 만들 예정”이라며 “만약 로드맵을 달성하게 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앤디 대표는 그 스스로도 업라이브의 스트리머다. 팔로워는 810명, 방송으로 얻은 수익만 약 4000달러(약 420만원)에 이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기프토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바이낸스(Binance)에서 최초로 선택한 공개 매도 프로젝트로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진행된 3000만달러 규모의 가상통화공개(ICO)에서 기프토는 단 60초만에 판매를 완료하며 아시아 최단기간 공개 매도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현재느 바이낸스 외에도 오케이엑스(OKex), OTCBTC, 비박스, 시피닥스, 코인네스트 등에 상장돼 거래 중이다.

앤디 대표는 그 스스로도 업라이브의 스트리머다. 팔로워는 810명, 방송으로 얻은 수익만 약 4000달러(약 420만원)에 이른다.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으로 무장한 그는 2018년이 AIG에게도 매우 중요한 해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실제 현실로 다가오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여도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때가 올해 안에 올 것이라고 본다”면서 “올해 들어 가상통화 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3500만명 업라이브 이용자를 베이스로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