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지난 2월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에게 징역 20년 및 벌금 180억원의 중형을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 제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최 씨와 공모하여 국정농단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하였다.

비록 같은 혐의라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에 비추어 최서원에 비해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같은 재판부가 같은 혐의에 대하여 피고인만 달리하여 선고하는 것인 만큼 재판부가 흔들림 없이 판결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한 까닭이다.

이로써 당사자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정농단 관련자들은 모두 최소한 1심, 혹은 항소심까지 선고를 받은 상태다. 특검 출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국정농단 사건 재판도 이제 반환점을 돈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삼성과 롯데 그룹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큰불은 껐지만, 잔불 정리가 필요한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특검으로부터 단순뇌물공여죄, 제3자 뇌물공여죄, 횡령, 재산국외도피죄, 범죄수익은닉죄, 위증죄로 기소되었지만, 항소심은 36억원에 대한 단순뇌물죄 및 횡령죄 정도만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기소된 범죄 중 양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는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받았고, 1심에서 73억원에 이르던 단순뇌물죄 및 횡령죄 금액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 덕분에 이 부회장은 마침내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현재 쌍방 상고를 하여 대법원의 최종 선고만을 남겨둔 이 부회장으로서는 하급심인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번 1심 선고결과 자체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지만, 적어도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법원의 논리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뇌물을 수수한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뇌물 공여자’인 이 부회장과는 ‘대향범’관계에 있고, 그들이 선고받은 사실관계를 뒤집으면 결국 이 부회장이 혐의를 받는 공소사실과 직결되는 만큼 이에 대한 고찰은 상고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놓친 쟁점을 발견하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회장 본인의 항소심에서는 무죄로 판단되었지만, 최 씨와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서는 유죄로 인정된 ‘말 소유권’의 뇌물성,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한 법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최 씨와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서도 이 부회장 관련 유죄 인정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과 ‘경영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삼성 측의 청탁이 없었다는 것을 재판부가 확실히 못 박았다는 점인데, 각 쟁점에 대해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잔불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답을 찾기 쉽지 않은 롯데

수사와 재판을 시작하던 초창기에 비해 안정을 되찾아가는 삼성과 달리 롯데 그룹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면세점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는 점은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도 거듭 재확인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이에 대한 특검의 주장과 1심 법원의 판단을 뒤엎을만한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 과연 롯데 그룹과 변호인단이 항소심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국면 전환을 할지 현재로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