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과 공모해 뇌물 요구와 직권을 남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제 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뇌물 수수 등 18개의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4년과 함께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신청한 판결선고 생중계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피고인에 대한 인권 등을 감안하더라도 재판의 중대성, 역사적 의미, 국민적 관심과 알 권리를 고려하면 생중계를 허용하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게 재판부의 기각이유였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 김세윤 부장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판결이유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YTN뉴스 캡쳐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 불참한 가운데, 재판부는 최순실과의 공모관계를 중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인정하는데 결정적인 증거로 쓰인 안종범 전경제수석의 수첩이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안 전 수석이 공모해 전경련을 통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기업들에 재단에 돈을 내도록 강요,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 합계 774억원의 돈을 내도록 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우선 재산설립 후 최순실과 공모해 기업들로 하여금 기금 출연을 강요한 것에 대해 강요죄와 직권남용죄를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2015년 10월 중국 리커창 총리 방한 전까지 문화재단을 출범할 것을 지시했다”며 “최순실은 이에 부응해 사실상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청와대의 재단 설립 지시를 받은 전경련 관계자들은 출연할 기업에 급박하게 연락해서 대통령의 관심사항, 그다음에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사항이라는 말을 전하면서 하루 또는 이틀 내에 출연 결정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기업 관계자들은 그와 같은 말에 하루 이틀 사이에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의 출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런 재단 설립 경과에 비춰보면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안 전 수석과 범행에 관한 공모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외 재판부는 ▲KD코퍼레이션 관련 직권남용 및 강요 ▲현대차 대한 PG(플레이그라운드) 직권남용 및 강요 ▲롯데 관련 직권 남용 및 강요 ▲포스코 관련 직권 남용 및 강요 ▲KT 관련 직권 남용 및 강요 ▲GKL 직권남용 및 강요 ▲삼성그룹 관련 직권남용 및 강요 ▲CJ에 대한 강요미수의 혐의에 대해 모두 강요죄에 해당하고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게 한국동계스포영재센터에 총 16억2800만원을 지원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부분과 관련된 판결 이유에서 “여러 사정을 비춰 볼 때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부탁을 받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지원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당시 이 부회장으로서는 단독 면담 자리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에 대한 강요죄와 직권남용죄외에 뇌물혐의에 대한 유죄이유도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이 부회장은 최지성, 장충기 등과 대책회의를 통해 대통령이 원하는 게 정유라 지원이라고 파악, 최순실이 직접 설립한 코어스포츠에 36억원 넘는 돈을 송금해 줬다“며 ”대통령으로서 기업 전반에 영향력 미치는 광범위한 권한을 이용해 은밀하게 최순실을 통해 용역대금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아 직무와 대가관계 있는 뇌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영재센터와 미르K재단의 제3자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부정한 청탁과 관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경영권 승계 현안으로 볼 근거가 없다”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면담 시 개별 현안은 이미 해결됐거나 다급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개별 현안 자체가 승계작업을 위해서 이뤄졌다거나, 추진됐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나아가 그런 작업이 존재한다고 해도 박 전대통령이 그 개념과 내용을 뚜렷이 인식하고 삼성 지원 요구와 대가 관계에 있다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롯데그룹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과 면담을 통해 K스포츠 재단이 추진하는 하남 스포츠 시설 설립사업 지원금으로 70억원을 요구를 했다는 혐의와 대해서도 직권 남용죄, 강요죄, 제3자 뇌물죄를 인정했다.

김 부장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은 롯데 면세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에 관한 지시도 여러 차례 하는 등 면세점 문제가 핵심 현안이고, 롯데가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며 “그런 상태에서 독대 면담에서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또 신동빈의 경우에도 당시 여러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롯데 면세점을 재취득할 확신이 없는 상태였던 걸로 보여 부정한 청탁으로 70억원을 출연했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재판부는 문체부 공무원인 노태강 전국장(현 차관)을 사직시킨 혐의, 문체부 1급 공무원에 대해 직권남용을 강요한 혐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혐의에 대해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강요해 이모씨를 본부장으로 임명하도록 한 점도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행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어“그럼에도 최순실과 공모해 사기업 경영진을 물러나도록 강요하고 기업들의 출연을 요구하면서 최순실과 친분 있는 회사들의 광고발주 등을 요구하는 등 기업 재산권과 경영 자유를 심각히 침해했다” 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책임을 전가했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