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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의 비영리를 위한 혁신] 청바지에 멋진 스토리텔링을 입힌,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
박성연 크리베이트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4.11  07:29:15
   

찢어진 혹은 구멍 난 청바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왜 멀쩡한 청바지를 찢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고, 빈티지한 느낌이 좋을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빈티지한 느낌은 좋지만 인위적으로 청바지를 낡고 헤지게 만드는 건 어쩐지 청바지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런데, 낡아 ‘보이는’ 청바지가 아닌 ‘진짜’ 낡은 청바지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의 오노미치 데님, 일명 리얼 유즈드 프로젝트다. 처음 청바지 구입자가 청바지를 사면 구입 시점을 스탬프로 찍어준다. 이후 청바지를 입다가 1년쯤 지나 모양이 잘 잡히면 오노미치 플래그십에 내놓을 수 있는데, 이때 판매가의 70%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입던 청바지에는 무릎도 나와 있고 흙자국이나 페인팅 자국 등이 있지만, 그 사람만의 스토리가 청바지에 온전히 묻어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청바지를 입었던 사람은 건설업에 있었던 사람이고 허리는 얼마고 하는 식으로 전시해 놓고 재판매를 하는 것이다.

헌 옷이니까 가격이 싸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심지어는 어떤 것들은 새 제품보다 더 비싸다. 새 제품들은 많지만 이 청바지는 저마다의 사연을 담은 시간이 축적된 옷은 단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입던 청바지가 남이 쓰던 구제품이라서 싼 값에 처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의 인생, 어떤 이의 스토리가 담긴 새로운 청바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오노미치에서는 이를 ‘위탁 판매’라 부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연결’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오노미치 데님숍은 해외의 저가 청바지로 인해 지역 공장들이 문을 닫자 이를 타개하려는 방책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청바지는 입는 사람에 의해 색깔, 모양 등이 바뀐다는 점에 착안해 오노미치에 사는 주민들에게 오노미치를 사랑하고, 개성이 있고, 적어도 일주일에 4일 이상 같은 청바지를 입는 조건으로 레졸루트라는 회사에서 청바지를 제공했다. 입고 벗고 할 수 있도록 2벌을 제공하고 1년 후에 수거를 했다. 1년이 지났을 때 멧돼지 사냥꾼의 청바지에는 혈흔이, 어부의 청바지에는 장화 신고 벗기 좋은 모양 등 청바지에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졌다. 그리고 세상에 없는 특별한 청바지가 되었다. 이처럼 한 벌 제작에만 1년이 꼬박 소요되며, 이는 온라인에서 살 수도 없고 반드시 오노미치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야 한다. 그리고 사기 전에 누가 입었던 청바지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 설명을 듣고 나서야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농부의 청바지를 고등학생이 입고, 어부의 청바지를 관광객이 입으면서 청바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

   
http://www.onomichidenim.com/

INSIGHT 

오노미치 프로젝트는 쇠퇴해 가는 청바지 회사, 특유의 관광상품을 만들고 싶은 시, 중소 도시에서 직접 삶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재미있는 것은 청바지의 관점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오노마치 데님숍에 누워 있는 청바지는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것 같다. ‘과거에 이런 주인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주인일까?’ 그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사람들에게 재인식시켜 주었다. 특별한 경험은 곧 특별한 이야기다. 그리고 특별한 이야기는 늘 우리 주변에 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끄집어낼까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 나가면 된다. 새 주인을 만난 청바지를 그 이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 청바지가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행을 하면 어떤 스토리들이 만들어질까?와 같은. 오노미치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후속 프로젝트들을 론칭했다. 그 덕택에, 히로시마에서도 한 시간이나 떨어진 이 한적한 외딴 마을에는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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