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유원영(31) 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편의점 마니아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그녀는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 보다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장을 본다. 유씨는 편의점에서 혼자 먹기에 편한 소포장 야채나 과일 등 신선식품이나 가정 간편식을 자주 구매한다. 대형 할인매장에서 한꺼번에 많이 사놓는 것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오래돼 버려지는 것을 고려하면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평소처럼 장을 보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한 유 씨는 편의점에 들어온 ‘삼겹살 자판기’를 보고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국내 편의점들의 ‘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편의점 브랜드들은 현재 소비 트렌드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변화와 첨단기술 접목시킨 유통 시스템으로 각자의 서비스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 편의점 CU에 설치된 포장육 자판기. 출처= BGF리테일

‘먹는 것’으로 튄다

육류는 시장의 정육점이나 대형마트 내 정육 코너에서만 살 수 있었던 품목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편의점에서도 고기를 살 수 있다. 편의점 CU(씨유)는 지난 3월부터 육류 숙성냉장고와 자판기를 결합시킨 냉장육 무인 판매 플랫폼 ‘CU IoT 스마트 자판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구매를 원하는 고기의 용도와 양을 선택해 골라 자판기의 버튼을 누르면 고기가 나온다. 일반 정육점에서는 잘 팔지 않는 200g 정도의 소용량으로 판매해 1인 가구 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편의점 GS25는 지난 4일 호주 청정우 스테이크용 고기 2종(부채살, 채끝살)의 판매를 시작했다. GS25가 선보인 ‘한 끼 스테이크’는 호주 청정 지역에서 자란 블랙앵거스 품종의 부채살과 채끝살을 정형한 후 급속 냉동해 들여온 스테이크용 정육이다.

▲ 편의점 히트상품 세븐일레븐 밥도둑 연어장, CU 소포장 신선채소. 출처= 각 사

그런가하면 한 끼 식사 반찬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편의점 제품도 나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25일 출시한 ‘밥도둑 연어장’은 뛰어난 가성비와 맛으로 SNS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한때 품귀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첨단 기술’로 튄다 

4차 산업혁명의 첨단 IT기술은 편의점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핸드페이(HandPay)’ 스마트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의 2호점을 지난 2월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빌딩에 오픈했다. 핸드페이는 고객이 손바닥에 있는 정맥(靜脈) 정보를 신용카드 등 결제수단에 등록해 두면 카드나 현금 없이 손바닥을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생체 결제(Bio-Pay)’ 시스템이다. 이 외에도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에는 360도 자동스캔 무인 계산대, 생체 인식 게이트, 스마트 CCTV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상품 판매, 관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판매관리 기술로 운영되는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2호점. 출처= 세븐일레븐

편의점 CU는 통신업체와 제휴해 인공지능으로 지역의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월 CU는 통신업체 KT와 제휴를 맺고 강원지역 CU 70곳에 인공지능 기기를 설치하고 이를 활용한 지역 정보 제공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CU는 강원지역 점포 중 관광객 방문율이 높은 매장 70곳을 선정해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GIGA Ginie)’를 설치했다. CU에 설치된 기가지니는 강원지역의 스키장, 리조트, 음식점 등 강원지역 관련 정보를 영어와 한국어로 제공한다. 이를테면 “근처 맛집이 어디야?”혹은 “근처에 유명한 관광지를 추천해 줘”라고 질문하면 기가지니는 질문자의 언어로 검색 결과를 답해 준다.

‘금융 서비스’로 튄다 

편의점은 현금 입·출금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해 말부터 신한·우리은행과 제휴를 맺고 GS25에 설치돼있는 모든 현금지급기(신한은행은 모든 기기, 우리은행은 ㈜노틸러스 효성 기기 약 7000대)에 은행에 있는 현급 지급기와 같은 조건의 수수료를 입출금과 이체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은행 영업시간이 지나도 24시간 은행 영업시간과 같은 수수료 조건이 유지돼 일상이 바쁜 직장인들에게 좋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또 GS25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와도 손잡고, 케이뱅크 카드로 GS25에서 입출금과 이체 서비스를 진행할 경우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지난해 11월 있었던 GS25-신한은행 스마트뱅크 제휴 협약식. 위성호 신한은행 위성호 은행장(왼쪽)과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출처= 신한은행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고객들을 위한 편의점 현금지급기 입·출금, 이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KB국민은행 고객들을 위한 ‘생활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 고객들은 전국 약 4000대의 세븐일레븐 현금지급기에서 기존 KB국민은행 현금지급 기기기와 같은 조건의 출금, 이체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 외에도 세븐일레븐은 BNK부산은행, 한국씨티은행, 유안타증권 등 12개 금융사와 수수료 면제 제휴를 맺었다. 

변화가 이끄는 성장 

일련의 변화들은 편의점이 단순히 생필품을 판매하는 소매 업소에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업체들의 서비스 경쟁에 힘입어 편의점은 온라인에 밀리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가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포 수는 CU 1만2653개, GS25 1만2564개, 세븐일레븐 9326개, 이마트24 2846개, 미니스톱 2501개로 전국 총 3만9890개로 기록됐다. 현재 각 업체별 출점 현황을 고려하면 이르면 5월 국내 편의점 수는 4만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나 소비자들의 요구에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라면서 “과거 편의점들이 출점 점포 수로 경쟁했다면, 최근에는 각 브랜드만의 상품 구성이나 기술, 편의성으로 경쟁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