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한국 지점을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곳곳에 혁신 거점을 설립,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해 혁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차량 품질을 높이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제로원’이 지난 3월 초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문을 열었다.

‘제로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대 크래들’에 이어 국내에 구축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혁신 기술들을 연구개발(R&D)하는 협력 거점이다.

현대차 그룹은 '제로원'에서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을 진행할 스타트업 8곳을 심사했다. 현재 스타트업 8곳과 창업자 19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제로원 액셀러레이터 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6개월간 작업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친환경차 충전 시스템, 차량 공유, 로봇 서비스 사업을 비롯해 미디어아트와 공간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 개발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과 외부 투자가를 연결해 공동 기술 개발 협업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5대 네트워크. 사진=현대자동차

아시아-미국-유럽-중동 잇는 혁신 네트워크 구축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미국과 한국, 이스라엘에 이어 중국 베이징(2분기), 독일 베를린(4분기)에도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든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 한국에 신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선보이겠다고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거점들과 다양한 혁신 실험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미국 크래들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이끌 핵심 거점이다.

현대차그룹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현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동시에 이들과의 협업 및 공동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한다. 또 현지 대학, 전문 연구기관, 정부, 대기업 등과의 교류 및 공동 연구 활동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모색한다.

현대차그룹은 아시아-미국-유럽-중동을 잇는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구축을 노리고 있다. 즉, 혁신을 주도할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다.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구상한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암논 사슈아 모빌아이 회장을 만나,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기술 교류를 손수 챙기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할 방침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한국에 앞서 미국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현대 크래들’을 설립했다. 현대크래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기관 ‘현대벤처스’의 기능을 확대 개편한 연구센터다. 현대크래들은 인공지능, 모빌리티,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로봇 등 미래 핵심기술을 연구한다. 로봇 영역과 미래 모빌리티 융합 시너지 등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실무도 담당한다. 이외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발굴, 투자, 공동개발과 함께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현지 진출도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베이징에도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베이징은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Baidu)가 2000년 스타트업으로 첫발을 내디딘 곳으로 유명하다. 베이징대학교, 인민대학교 등 유수의 대학들이 위치해 매년 뛰어난 인재들이 대거 유입될 뿐 아니라 소비층이 다양해 신생 스타트업들의 사업화 추진에 유리하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의 경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중국 특화 기술 확보, 현지 대형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협력을 위한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분기에는 독일 베를린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할 방침이다. 베를린은 유럽 최대 스타트업 성지로 유명하다. 베를린은 ‘스타트업 아우토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베를린에는 성공 기회를 찾기 위해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베를린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 솔루션 기반의 신사업 기회 확보를 노리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의 운영 총괄은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가 맡는다. 전략기술본부는 각 네트워크 간 정보 공유와 함께 신사업 검증 및 분석 역량 교류 등 유기적인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를 통해 확보한 혁신 트렌드를 그룹 전체에 전파해 그룹차원의 미래 대응 체계 구축에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혁신 거점을 유망한 스타트업에게 제공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협업과 공동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혁신 기술을 습득하고 그룹 성장 동력에 필요한 기술 내재화를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혁신 거점을 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제공하고 공격적인 투자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들의 협업과 공동개발 등을 새로운 혁신 기술을 습득하고 그룹 성장 동력에 필요한 기술 내재화를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