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주하기 이전 미국의 TV나 영화 속 교사들은, 늘 생활에 찌들어 있고 돈이 부족해 허덕이는 모습이다. 가끔은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으로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교사들이 부업을 하느라 수면이 부족해서 교실에서 꾸벅꾸벅 졸거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없어지면서 이혼을 당하거나 아이를 빼앗기는 모습도 등장하곤 했다.

한국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안정적이고 퇴직 후에 더욱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어서 많은 사람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래서 미국의 이런 교사에 대한 묘사가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TV 프로그램이다 보니 과장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미국에 이주하고 나서야 미국 교사들의 처우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래서 TV에서 묘사되는 것이 현실과 그다지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가 됐다.

지난 3월부터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교사들이 학교 대신 주 의사당으로 출근해 9일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오클라호마주와 켄터키주 교사들도 잇단 파업에 참여했는데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교사들은 9일간의 파업으로 임금인상 5%를 이뤄냈는데 이전 평균 연봉은 고작 4만5622달러였다. 오클라호마는 이보다 더 열악해서, 평균연봉이 4만2460달러로 미국 50개 주 중에서 꼴찌이며 교사 초봉은 세전 연 3만1000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의 연봉 중간값은 4만4564달러로, 언뜻 보면 오클라호마의 교사 평균연봉과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내 대학졸업자들의 평균연봉이 6만6456달러라는 노동통계청 자료와 비교해보면, 교사들의 연봉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클라호마주는 특히 재정긴축에 따라서 교육 예산은 지난 10년간 28%나 깎였으며 교사들은 10년간 단 한 번도 임금을 올려받지 못했다.

교육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가뜩이나 연봉이 낮은데, 교실의 기자재가 없거나 책상이나 의자가 망가지면 교사가 사비로 이를 고치거나 사들이는 경우도 많다.

봉급이 부족하다 보니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서 부업을 하는 것은 오클라호마 교사들에게는 당연한 일상처럼 됐다. 낮에는 수학교사로 일하고, 퇴근하면서는 학교의 통학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우버나 리프트 등의 차량공유서비스 기사로 일하는 식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부업을 하더라도, 세금을 제외하면 손에 남는 돈은 3만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한 여성 교사는 이벤트 진행과 음식 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동시에 대리모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아주기도 했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몸에 무리가 가기도 했지만, 단 한 번의 대리모로 받은 돈은 1년간 교사로 일해서 받는 3만달러보다 훨씬 큰 돈이라서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한 차례 대리모를 하고 나서 이 교사는 다시 두 번째 대리모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미 출산할 아기의 부모와 계약까지 맺었다.

석사 학위까지 있고 경력이 9년이나 되는 교사도 오클라호마에서는 세금을 내고 나면 4만달러가 안 되는 봉급으로 살아야만 한다. 오클라호마의 교사들이 좀 더 높은 봉급을 받는 텍사스 등 인근 지역으로 자꾸 옮겨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뿐이다. 가뜩이나 낮은 처우로 인해서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없고, 그나마 있는 교사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으니 교사 수가 부족해진다. 때문에 학급당 학생의 숫자는 늘어나고, 부업으로 고단한 교사들은 수업에서 100%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