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촌과 도토리로 대표된 싸이월드가 2016년 전제완 대표의 손에서 부활했습니다. 프리챌을 설립해 국내 ICT 업계에서 한 획을 그은 전 대표는 새로운 싸이월드 출범을 알리면서 "모바일 환경이 도래됐음에도 새로운 서비스로 변신하지 못하여 고객님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큰 우(愚)를 범하였다"면서 "더 좋은 서비스로 고객님을 찾아가는 것만이 지금껏 싸이월드를 사랑해 준 3200만 고객님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저희 임직원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먼 산을 보고 뚜벅 뚜벅,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였다면,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허덕이다 29명의 종업원지주회사로 축소된 후 대기업에서 분리돼 고통의 세월을 보낸 싸이월드가 영웅의 등장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약간 달랐습니다. 싸이월드는 전 대표의 등장에도 페이스북과 같은 외산 SNS의 공세에 힘을쓰지 못했고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초조함 때문일까요. 최근에는 무리한 마케팅 전략으로 구설에 오르며 궁지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싸이월드가 올해 초 '한 건' 했습니다. 삼성벤처투자가 지난해 7월 50억원대의 투자를 단행한 후 개인 맞춤형 뉴스 서비스인 큐(QUE)를 출시해 2주 만에 누적 다운로드 20만회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 싸이월드 큐가 2주만에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출처=싸이월드

큐, 어떻게 성공했나?

최근 많은 사람들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합니다. 포털의 뉴스편집 담당자들이 직접 뉴스를 게시하는 방식에서 최근에는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을 통해 뉴스를 게시하는 쪽으로 서서히 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네이버의 뉴스 조작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최근 포털의 플랫폼 공공성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유승희, 김경진, 추혜선 의원실 등이 주최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과 주관한 ‘포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포털은 저널리즘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포털과 언론사의 콘텐츠 제휴 계약을 공개하고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이해 당사자를 배제하는 한편 클러스터링 방식이나 큐레이션 기능이 아닌, 무작위 콘텐츠 노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포털이 언론의 창구가 되면서 플랫폼 공공성 문제 등 다양한 논란에 휘말리자, 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 플랫폼입니다. 믿을 수 있고 공신력 있는 인물이 올리는 뉴스 링크를 안심하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을 통해 언론사와 정식 계약을 맺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완벽하지 않습니다. 언론사가 네이버와 같은 포털 종속성을 벗어나기 위해 SNS를 선택해도 여전히 종속관계인 것은 여전하고, 무엇보다 가짜뉴스 논란이 심해졌습니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가짜뉴스 논란은 SNS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더욱 독버섯처럼 번졌습니다.

이 외에도 가짜뉴스를 방지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시도는 많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어렵습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를 출시했으나 현재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콘텐츠의 핵심인 뉴스 콘텐츠의 활성화와 가짜뉴스와 같은 부작용을 배제하는 신의 한 수는 없을까.

싸이월드 뉴스 서비스 큐가 이 간극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먼저 트렌드입니다. 전문가와 인공지능 기술이 힘을 합쳐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해주는 신개념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표방했습니다.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각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도 강력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가 나왔으나 싸이월드 큐는 가장 확실하고 간편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큐레이션 자체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해집니다. '당신을 위한 큐레이션'을 표방하는 뉴스큐는 다양한 뉴스의 홍수속에서 '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집중적으로 알려주며 뉴스 카테고리를 아래에 배치해 선택의 폭도 넓히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합니다. 보통 10개 뉴스 중 5개는 전문가가 추린 '꼭 봐야할 뉴스'로 구성되고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사용자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해 추천한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인기뉴스와 추천뉴스, 큐브리핑 등이 포진해 있습니다.

특히 하루 두 번 그날의 주요 이슈를 요약해 알려주는 큐브리핑이 인기입니다. 사용자들이 한 번 클릭하면 50초 이상 머물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며 하루 두 번 보내는 알림 기능을 통해 유입되는 사용자 비중도 높다는 설명입니다. 싸이월드가 직접 제작하는 큐브리핑은 주요 이슈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에 효율성도 높은 편입니다.

뉴스 소비 패턴의 다변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큐레이션을 중심으로 삼아 포털과 SNS에서 충족되지 못한 사용자 경험을 확실하게 노렸다는 평가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간편한 뉴스 큐레이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와 시너지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큐는 간편한 뉴스 큐레이션을 제공하면서 큐브리핑을 중심으로 포털과 SNS의 장단점을 취합하는 한편, 가짜뉴스와 관련된 부작용도 배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큐피드의 존재에도 시선이 집중됩니다. 큐피드는 뉴스 중심 소셜 서비스를 표방하는데, 정치와 사회, 경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활동하며 뉴스 큐레이션을 제공합니다.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패턴이 아닌 SNS 중심 뉴스 소비 패턴을 일부 차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큐피드에서 활동하며 뉴스를 링크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기도 합니다. 싸이월드 큐의 킬러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 뉴스 큐가 출시됐다. 출처=싸이월드

마케팅없이 여기까지...문제는 다음

싸이월드 큐는 특별한 마케팅없이 조용한 행보를 보이면서도 2주 만에 2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습니다. 놀라운 성과입니다. 뉴스 소비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싸이월드가 만든 뉴스 플랫폼'이라는 후광효과에 따른 마케팅 시너지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가진 포털 등과의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콘텐츠의 질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았으며 인공지능 기술에 바탕을 둔 큐레이션 기술의 개발도 어려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큐피드는 강력한 무기지만 자칫 편향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임원기 싸이월드 미디어본부장은 “뉴스를 모바일에서 쉽고 간편하게 보고자 하는 소비자의 필요를 큐가 일부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큐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