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철강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관세 검토를 지시했다. 중국의 미국산 콩, 자동차, 항공기 보복관세 부과에 따른 맞대응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 방안에 대해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주들에서 생산한 돼지고기, 견과류, 와인 등 128개 품목에 3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USTR이 지난 3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첨단기술수입품 1300여개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즉각 미국산 콩, 자동차, 항공기 등 동일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관세부과는 무역적자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2월 무역적자가 576억달러라고 발표했다. 올해 1~2월 무역적자는 총 114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확대됐다.

특히 대 중국 무역적자가 더 확대됐다. 올해 첫 두달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6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0억달러에 비해 확대됐다. 올들어 두 달간 대중 무역적자는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약 57%를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농무부에 중국의 미국산 콩, 돼지고기, 견과류 등에 대한 관세부과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국 농축산업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연방정부에 지시하면서 “중국과 교역에 대해 논의할 준비는 여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러 위원장 등 백악관 고위관료들은 지난 3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상태가 아니다”면서 “미국은 매해 5000억달러의 무역적자와 추가로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300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NEC의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대통령은 관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협상에는 밀고 당기기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본래 자유무역주의자”라고 말했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중단하고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불공평한 기술이전 요구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관세부과 정책들은 상품수입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고 지식재산권 사용료를 받아 무역적자를 메우고자 중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중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는 전혀 위협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지난달에는 “관세부과는 무역 상대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해 미국의 관세부과는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방안으로 보인다.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첨단기술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까지는 기업들의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등의 공식절차가 남아있어 약 60여 일이 필요하다. 중국의 류허 부총리와 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중국과 미국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최고책임자들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용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 검토는 미중간 무역전쟁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자기를 지지하는 농민 피해를 막고 이와 동시에 중국을 압박하는 성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