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산업국장 ]문재인 정부가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3조 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청년일자리 대책에 올해 전체 청년일자리 예산과 비슷한 규모인 2조 9000억원을 쏟아부어 5만명 안팎의 청년고용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으로 생산과 고용이 위축된 경남과 전북, 울산 지역에는 1조원을 투입해 추가 위기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 추경 이유, "청년 4명중 1명 사실상 실업"  

정부는 5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추경을 의결하고 6일 국회에 제출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청년 4명 중 1명은 체감실업률 기준 사실상 실업상태로, 2021년까지 유입되는 에코 세대 39만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 상황이 예견된다”고 추경 편성 배경을 설명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2013년 8%였으나 지난해  9.8%로 껑충 상승했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경제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고 있어 실업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정부는 이번 추경과 함께 세제․제도개선 등 지속적 대책 추진을 통해 올해부터 2021년까지 18만~22만명 추가고용을 창출해 2021년 청년 실업률을 8% 이하로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되면 이르면 5월부터 집행된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선심성 추경’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올해 추경은 2006년 2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 이후 최소 수준으로 2015∼2017년에 이어 4년 연속이다. 상반기에 추경을 편성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에 직면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추경 재원은 초과세수 활용이나 국채 발행 없이 지난해 세계잉여금 2조원, 한국은행 잉여금 6000억원, 고용보험과 도시주택기금 등 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한다. 3조 9000억원 가운데 2조 9000억원은 청년일자리 대책에 집행한다. 청년일자리 증가 등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나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0.1%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추경 의결에 발맞춰 전북 군산, 경남 거제·통영·고성, 창원 진해구, 울산 동구 등 6개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에 2조9000억원 투입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추경에 따르면 추경 3조 9000억원 가운데 청년 일자리대책 추진을 위한 재원은 2조 9000억원이다. 청년의 소득·주거·자산형성 등을 지원하는 데 가장 많은 1조 7000억원, 지역·해외 일자리 등 새로운 취업 기회를 만드는 데 2000억원을 배정했다. 선취업, 후진학 지원과 취업과 창업 실질역량 강화에는 각각 1000억원이 투입된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 고용난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과 기존 재직자에게 대기업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소득을 연간 1000만원 이상 지원해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여주고 기존 중소기업 재직자는 1년만 다녀도 저축할 때 정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정부는 구인·구직 간의 미스 매치 해소와 혁신창업 기업 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등을 통해 청년의 취업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단가를 1인당 667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높이고 지원업종을 성장유망업종 64만개에서 전체업종 94만개로 확대했으며 기업규모에 따라 1인 고용부터 비례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주도의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8000억원을 배정했다. 블록체인 등 혁신성장 분야 1500개 창업팀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하는 데 1185억원을 편성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번 대책은 신규취업 촉진 지원에 중점을 둔 측면이 있지만 재직자에게 800만원 가까이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지원과 별도로 9500억원에 이르는 각종 감세조치도 내놨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34세 이하 청년에게 5년간 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준다. 청년 창업기업에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전액 감면해 주는 내용도 있다. 감면혜택이 각각 1600억원과 2500억원에 이른다. 

신규 취업자와 기존 재직자 간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대책도 마련했다. 지난달 발표한 내일채움공제에선 정부 부담분을 연간 720만원으로 했지만 이번 발표에선 1080만원으로 늘리고 그 액수만큼 기업의 부담을 줄였다. 2년 이상 재직자만 가입을 허용하던 조항도 1년으로 완화해 문턱을 낮췄다.

이밖에 정부는 추경편성에 맞춰 지역대책도 내놓았다. 구조조정에 따른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기업 유치·대체 보완산업 육성 등으로  지역경제 활력을 회복하자는 복안이다. 4대 핵심 분야로 구분해 지역기업·협력업체 지원에 가장 많은 4000억원을 쓴다.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과 지역투자·관광·인프라 지원에 2000억원, 근로자·실직자 지원에 1000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지역대책에 대한 추가사업 지원과 새로운 위기지역 지정 가능성 등 불확정 소요에 대비하기 위해 2500억원의 목적예비비를 반영했다.  

일자리 창출? "글쎄요"

정부의 돈 풀기 정책은 정부 지출로 수요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런 점에서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극심한 청년 실업과 조선산업 부진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역경제를 감안하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근인을 해결하지 못한 임시 방편의 미봉책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재정 투입이 영구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난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해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 혈세로 청년층을 지원할 뿐이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소득증대, 이를 통한 임금 상승의 선순환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와 이에 따른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향상,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해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어렵사리 추경을 투입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실업률도 기대한 만큼 떨어질지도 의문인 것이다. 

또한 전세계 조선업 불황이란 근본원인에 대처하기 위한 조선산업 구조개편과 인력훈련과 재배치 등 정밀한 밑그림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