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은 쉽다> 최성락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경영학이란 기업들이 성공하고 실패한 실제 사례들을 연구하여 일반화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내어 정리한 학문이다. 순서로 따지면 학문보다 사례가 먼저다. 기업의 성패 사례는 경영자나 경영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해법이나 지혜다. 많이 알면 알수록 위기극복과 아이디어 개발에 도움이 된다. 이 책은 훗날 경영학의 번듯한 이론으로 정립된 실제 기업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격 설정 전략=1903년 질레트는 갈아 끼울 수 있는 면도기를 발명해 특허를 얻었다. 하지만 발매 첫 해 본체는 51개, 면도날은 168개밖에 팔리지 않았다. 본체와 면도날 값을 합하면 기존의 일체형 면도기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고민 끝에 본체 가격만 크게 낮췄다. 그러자 시장이 반응했다. 소비자들은 질레트를 사 쓰다가 면도날이 무뎌지면 본체는 놔두고 일반 날보다 비싼 질레트 면도날을 구입해 갈아끼웠다. 1918년경 본체는 100만개가 팔리고 면도날은 1억2000만개 팔려나갔다. 이후 컴퓨터 프린터와 프린터 잉크, 커피 머신과 커피 캡슐 등 제품의 본체와 소모품을 분리해 가격을 설정하는 업체들이 잇따랐다. 이는 가격설정 전략이면서 동시에 고정고객 확보전략이기도 했다.

◆플랫폼 전략=일본의 게임완구회사 닌텐도는 1983년 패밀리 컴퓨터게임기인 패미컴을 개발했다. 종전의 아케이드게임기는 오직 하나의 게임만 가능했다. 반면 패미컴은 게임소프트웨어를 쉽게 갈아 끼울 수 있었다. 패미컴 사용자를 겨냥해 수많은 게임업체들이 패미컴용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닌텐도의 패미컴은 온라인쇼핑몰, TV홈쇼핑, 스마트폰 등 각종 플랫폼 사업모델의 효시가 됐다.

◆ 생산비용 절감=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항공기 3대로 항공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3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사였다. 그런데 대형 항공사들이 이 소형 항공사를 두고 온갖 소송전을 벌이고 항공기 추가구매까지 막고 나섰다. 당초 4대의 항공기로 운항스케줄을 짜놓았던 사우스웨스트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 고민하던 경영진은 항공기 3대로 4대의 운항스케줄을 소화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려면 운항 과정의 모든 불필요한 과정을 단축시켜야 했다.

비행기는 도착지에 착륙하면 손님들이 내린 뒤 기내청소를 하면서 기름을 넣고 정비를 한다. 이 과정이 보통 45분 걸린다. 사우스웨스트의 경우 60분 비행하고 45분간 청소·정비하는 1회 운항의 소요시간이 총 105분이었다. 경영진은 이 가운데 청소·정비시간을 10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1회 운항시간은 70분으로 줄어든다.

경영진은 시간목표부터 정한 뒤 방법을 찾았다. 먼저 청소시간 단축을 위해 조종사와 승무원, 일반 직원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발권, 수하물 처리, 승객 자리배치 등 서비스 인력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 예상되자 모든 고객 서비스를 없애 버렸다. 자리예약을 받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선착순으로 앉게 했다. 좌석표는 앞부분, 중앙부분, 뒷부분으로만 구분해 발권했다. 무료로 화물을 실어주는 서비스도 없앴다. 화물을 맡기려면 추가요금을 내게 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부문의 인력이 필요치 않게 됐다.

비행기 정비는 함부로 시간을 줄일 수 없었다. 경영진은 정비시간이 길어지는 주된 이유가 기종이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비행기는 기종마다 정비 방법이 달랐다. 경영진은 보잉 737만 운항하기로 했다. 공항 사용료도 도시에 인접한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 달랐다. 사우스웨스트는 승객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사용료가 싼 한적한 공항을 선택했다.

대형 항공사는 좌석이 비더라도 덤핑 판매를 꺼린다. 한 번 덤핑을 하면 그 다음에는 덤핑가격을 기대하고 티켓을 미리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는 빈 좌석이 나오면 언제든 덤핑가로 내놓았다. 가격경쟁력이 확고했기에 예약자 감소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사우스웨스트는 이 같은 혁신의 결과로 타 항공사 비행기보다 하루 1.5배 더 운항할 수 있었고, 항공료를 타사 대비 30% 싸게 팔 수 있었다. 서비스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들은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