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비닐 사용 갯수는 420개로 하루 평균 1.15개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핀란드에 100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폐자원양의 증가가 비닐류와 플라스틱류의 의존도가 큰 식품업계의 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어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 포장재 선택에 있어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진 생산자들의 사용 자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 출처=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리스틱 사용량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61.97kg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간 88.2kg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는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음료수 등을 담는 PET병, 가방이나 코트 등의 소재로 쓰이는 염화비닐수지(PVC) 등을 포함해 조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이 98.2kg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1위로 나타났다. 97.7kg으로 미국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고 프랑스 73kg, 일본 66.9kg, 뉴질랜드 63kg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년도 매출이 10억원 이상이거나 포장재 연간 4t 이상인 자를 의무대상자로하며,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한다. 관련 업무는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대행하고 있다.

▲ 국내 폐자원 출고량. 출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산자책임재활용 의무가 있는 4200곳의 기업이 출고한 재활용품은 3800t으로 부과금은 1650억원이다. 센터에 의하면 출고량은 2012년 126만 9708t, 2013년은 127만 5564t, 2015년 149만 7809t, 2016년 155만 3800t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16년에서 2016년에는 18.3%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식품업계에서 가정간편식이 급성장한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

간편식은 편의를 위해 만든 제품으로 전자레인지로 데워 바로 먹거나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친 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다보니 간편식은 주로 플라스틱과 비닐을 포장에 사용하고 있어 최근 간편식이 급성장한 3년~4년 동안 국내 폐기물 출고량은 판매량만큼이나 더 늘었다.

최근 3년 간 식품업계에서 가정간편식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지난해 550만 가구로 2배를 넘어섰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HMR 시장 규모는 3조원으로 3년 전 1조 5387억원 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자 식품업계는 너도 나도 간편식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 뛰어들고 있다.

▲ 가정간편식 시장규모 변화.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정간편식의 대표로 꼽히는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은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3억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햇반 210g 기준 플라스틱 포장재의 무게는 12.04g으로 일 년 간 생산하는 플라스틱양은 약 360만kg이다.

서울시 마포구에 살고 있는 마모(35세)씨는 “혼자 살다보니 밥을 해 먹기보다는 햇반 같이 용기까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면서 “데워먹는 것도 귀찮을 땐 그냥 과자로 때우기도 해 분리수거 날 쓰레기를 버리다보면 쓰레기의 반은 간편식의 플라스틱 용기와 과자봉지다”고 말했다.

서울시 동작구 A 아파트 경비원 이모(64세)씨는 “분리수거 날에 비닐쓰레기와 플라스틱 쓰레기는 종이 쓰레기보다 두 배 가까이 나온다”면서 “비닐 쓰레기 종류는 과자나 식품에서 많이 나오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식품에서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닐류 사용량이 높은 스낵업계도 눈총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과자를 밀봉하기 위해 비닐류의 포장재를 사용하고 제품의 손상을 덜기 위해 안쪽에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넣는다.

해태·크라운은 스낵을 판매하는 업체 중 가장 많은 제품을 판매하며 동종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각각 236개와 43개로 총 279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태와 크라운이 판매하고 있는 스낵, 초콜릿, 아이스크림, 껌, 캔디 등 대부분의 제품에 비닐류의 포장재가 사용됐다. 특히 껌류 제품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이 높았다. 17개 제품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제품에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환경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녹색연합의 전문가들은 자원순환 측면에서 재활용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생산자책임제도의 의무대상 조건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고, 사용 후 분담금을 내는 비효율적인 방법 보다는 연구 개발에 투자해 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소재를 연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정간편식을 대표하는 CJ제일제당은 제품 포장 자체에 밀 껍질 등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낮추기 위해 자연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한 포장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포장재 선택에서 가장 큰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해태·크라운 측은 환경 개선 부담금은 얼마를 내는지, 비닐류와 플라스틱류를 대체할만한 신소재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만간 유통업계·시민단체와 함께 일회용품 사용량 줄이기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면서 “재활용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시민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배출법도 홍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