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되고 나서도 트럼프는 기술 회사들, 군수 업체들, 자동차 제조사들, 휴대폰제조사들, 금융 회사 등에게 ‘수치스러운’, ‘부정직한’ 심지어는 ‘미국 국민의 적’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출처= dw.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버라이즌의 AOL 인수를 “어리석은 거래”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코카 콜라를 ’쓰레기’라고 폄하했고(그러면서도 코카 콜라를 계속 마신다), 세계 최대 세무법인인 에이치앤알 블락(H&R Block)과 노드스트롬 백화점(Nordstrom)을 ‘끔찍한 회사’라고 불렀다. 또 소니(Sony)에게는 ‘정말 바보 같은 리더십’이라고 말하거나 금융 회사인 S&P 글로벌을 ‘루저’(loser)라고 조롱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되고 나서도 트럼프는 기술 회사들, 군수 업체들, 자동차 제조사들, 휴대폰제조사들, 금융 회사들, 제약 회사들, 에어컨 회사들, 심지어 스포츠 리그나 월가 대형 은행과 수 많은 언론사들을 향해 ‘수치스러운’, ‘부정직한’, ‘진짜 쓰레기’, ‘정말 바보’, ‘사기꾼’, ‘낙제점’ 심지어는 ‘미국 국민의 적’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일정한 규칙을 타파하는 실리콘 밸리의 자유주의적 문화에 비추어보면 워싱턴은 발전을 저해하는 적이다. 특히 지난 2주 동안은 규제와 정치적 공격의 파도가 테슬라, 페이스북, 아마존의 주식을 얼마나 훼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워싱턴의 모든 공격을 한데 묶어 좋다 나쁘다 규정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대중의 감시는 기술 발전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고 때로는 추악할 수도 있다. 최근의 사건들이 이 세 가지를 모두 냉엄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좋을까

자율주행차량은 사람들의 이동을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3 월 18일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우버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시험차량이 보행자 사망 사고를 냈다. 그로부터 불과 5일 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량이 반자동 모드로 충돌사고를 내 운전자가 사망했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우버의 시험을 중단시켰고 국가교통안전위원회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는 두 가지 사고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

경험에 따르면 당국의 이러한 조사는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결함을 확인하고 바로잡음으로써 상용화로 가는 길을 용이하게 해준다. 주 및 연방 규제 기관들도 그런 기술이 가져올 혜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을 바라고 있다. 일반 자동차에도 충돌 회피,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자동 제동과 같은 자율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미 사고를 크게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산호세 주립대학교(San Jose State University)의 프란체스카 파바로 수송기술 교수는 주정부가 자율주행차량에 도로를 계속 개방해 왔다고 말한다. 파바로 교수는 다른 주보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가 이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 주행 기능을 충족하는 무인 자동차 시험 운행 배치를 가장 먼저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주정부의 이러한 배려로 기술 회사들은 캘리포니아에 계속 남게 될 것입니다.”

파바로 교수는 현재의 주행 기술을, 1970년대에 컴퓨터가 항공기 비행을 제어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전기신호식 비행조종 제어’(fly-by-wire)에 비유했다. 당시에도 이 기능의 특별 인증은 주 정부가 기술의 적용을 허용하고 문제를 확인한 후 한참 뒤에나 나왔다. 엄격한 연방 인증 요건을 갖춘 지금도 비행기 사고는 소프트웨어 자체의 결함이나 소프트웨어와 조종사와의 상호 작용의 문제로 악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1970년대 이후 비행을 10배나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7월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 밸리의 기술 회사들과 만나 얘기하고 있다.     출처= Recode

나쁠까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가 정치 광고 캠페인에 사용되며 발생한 소동은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페이스북이 그런 개인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광고주나 주주들에게 그 만큼 페이스북의 가치를 높여주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그저 윈-윈(win-win)이라고 인식되었다. 정보 공유를 대가로 사용자는 연결, 표적 대상, 광고, 사진 공유와 같은 무료 서비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데이터 보호 전문가인 알레산드로 아퀴스티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불과 지난 몇 달 동안에, 우리는 그 동안 논쟁의 여지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던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런 윈-윈이라는 것의 가치이지요. 잃어버린 개인정보, 정치적 조작 및 소셜 미디어 중독 같은 것들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대가 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규제 당국이나 국회에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지 모른다. 온라인 광고의 지배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페이스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평가들도 있고 다음 달이면 발효되는 유럽연합(EU)의 정보 보호에 관한 일반 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유사한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용자는 자신들의 정보가 사용되는 것에 명시적인 동의를 해야 하고,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정보를 다른 업체로 이전할 수 있어야한다. 이를 위반하면 무거운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가가 따를 것이다.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MIT)의 캐서린 터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다 엄격한 정보 보호법을 시행하는 국가에서는, 특히 뉴스 사이트에서 웹 광고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보 보호법의 일부 규정은 소규모의 신진 회사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아퀴스티는 그런 정보 보호법의 전체적 경제 효과는 그리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페이스북 같은 회사의 독점력을 제한함으로써 전통적인 출판사 같은 경쟁 업체에 이익을 분배시킬 수도 있고,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사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아마존에 대한 최근 비판은 우리가 왜 그 회사의 독점적 지배력을 걱정해야 하는지 가장 중요한 이유를 놓치고 있다.      출처= The Ringer

추악할까

아마존의 독점력에 대해 걱정할 이유는 충분히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공격은 나쁜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 상품 배송 때문에 미국의 우편 서비스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체신부 장관은 아마존과의 관계를 통해 우편 서비스도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도 지금은 아마존이 세금을 너무 적게 내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그는 예전에 세금을 적게 내는 것도 사업가의 수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아마존 때문에 많은 소매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면서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불법이다. 혁신가들은 원래 그런 것이다. 시어스 백화점(Sears Roebuck Co.)의 카탈로그 판매와 월마트의 대형 매장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은 혁신적인 방법으로 우수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을 끌어 들이고 있는 것뿐이다. 아마존은 소매업을 미국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변화시켰다. JP 모건에 따르면, 지난 해 아마존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액은 140만 달러로, 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법원은 이미 오래 전에 독점 금지법은 ‘경쟁자’가 아니라 ‘경쟁’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반독점 경제학자 칼 샤피로는 최근의 논문에서 "반독점법이 일관되고 완벽한 법이 되려면, 성공적인 기업이 단지 지배적 지위를 얻었다는 이유로 공격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나 연방통상위원회가 아마존을 추궁한다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 경영자에 대해 유감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원칙을 훼손한다는 의혹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여러 면에서 상처를 줄 수 있다.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처벌함으로써 생산성과 혁신이 모두 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규제는, 기업들의 자신감과 투자를 저해하는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