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미국이 3일(현지시간) 중국의 첨단기술 수입품 1300여개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이 미국산 콩, 자동차, 항공기 등에 즉각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로 위원장이 미ㆍ중 국가 간 무역 분쟁을 진화하고 나섰다.

중국의 ‘무역전쟁 불사’ 태도에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기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중국에 직접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위협일 뿐”이라면서 “무역전쟁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일 자국의 무역적자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습을 조정하기 위해 중국을 겨냥한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부과에 이어 약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첨단기술수입품 1300여개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부과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주(State)에서 생산한 돼지고기, 견과류, 와인 등 미국산 128개 품목에 30억달러 규모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에서 혜택을 받는 상품들에 추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2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관영 방송매체인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을 통해 미국산 콩과 보잉 항공기, 자동차 등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규모는 미국이 부과한 500억달러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네브래스카, 아이오와, 미주리, 위스콘신,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 텍사스 등 농축산 생산량 상위 10곳 중 8곳과 쇠퇴한 제조업 생산기지인 러스트 벨트에 타격을 주는 보복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즉각 무역갈등 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상태가 아니다”면서 “무역전쟁은 그동안 무능력한 사람들에 의해 수년 전에 일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해마다 5000억달러의 무역적자에 추가로 3000억달러 규모의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태를 계속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를 조사를 벌였고, 지난달 23일에는 이를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으로 중국을 제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료들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국의 대외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협상을 얻어내기 위해 중국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미국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로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면서 “알다시피 협상에는 당근과 채찍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자유무역주의자다”고 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중단하고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나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지난달 말 “관세부과는 교역 상대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일맥상통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고위급 관료들의 일련의 발언은 중국을 협상테이블에 앉히지 기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 1300여개에 대한 관세 부과는 즉시 발효되지 않는다. 기업들의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기까지는 약 2달이 남아있다. 이 기간을 활용해 중국은 미국과 물밑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천용찬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128가지 항목에 관세를 부과한 첫 보복관세에서 콩과 자동차 등 미국산 핵심수입품목은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두 국가가 처음부터 무역갈등, 무역전쟁으로 확산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천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류허 부총리와 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 중국과 미국에서 통상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들이 금융서비스부터 제조업까지 넓은 분야에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서로 대화를 많이 하고 있었다는 상황이 드러나는 것”이라면서 “양국의 무역분쟁이 표면에서는 커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국내에 보여주기 위한 정치용”라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까지 중국과 국내여론의 반응을 보면서 계속해서 중국과 당근과 채찍 방안을 번갈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는 4월 중 환율조작국 발표와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을 아프게 할 수 있는 핵심카드가 많다”면서 “서로 만족하는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국가 사이의 분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