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은행권의 대출심사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국내 19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금융권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고 응답했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시행, 예대율 규제 등으로 가계 대출 역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결과’에 따르면 올 2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마이너스 14'로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의 값(-)을 띠면 ‘대출 기준을 강화한다’고 응답한 금융기관 수가 ‘완화한다’고 응답한 금융기관보다 많음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2분기 중 은행권의 대출 기준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국내은행과 저축은행, 신용카드회사, 생명보험회사 및 상호금융조합 199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2월 23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실시됐으며 대출태도와 신용위험, 대출수요에 대한 1분기 동향과 2분기 전망을 가중평균해 지수를 산출한다. 

지수는 100과 마이너스100 사이에 분포하며 지수가 양의 값(+)이면 '기준 완화', 음의 값(-)이면 '기준 강화'로 이해하면 쉽다. 숫자가 높을 수록 대출기준이 완화 혹은 강화 강도가 쎄다는 의미다. 

▲ 2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4로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출처=한국은행

국내은행의 대출 조이기는 기업과 가계 전반에서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2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대기업(-3)과 중소기업(-10)이 모두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한국GM 사태와 미국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출 기준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지난달 도입된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의 여파로 1분기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1분기 국내은행의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는 가계주택(-30), 가계일반(-7)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DSR 시행과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는 등 하반기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 증가 가능성 등으로 가계대출 기준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카드,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역시 모든 업권에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조합(-33), 상호저축은행(-25), 생명보험사(-10)에 이어 올 1분기 지수가 양의 값을 보이며 대출 완화 기조를 보였던 신용카드회사(-13)도 2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월말부터 신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및 여신심사 강화 관련 후속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나며 비은행금융기관도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금융 개인사업자대출 운영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이 이달 중 시행될 가운데 비은행업권에 대한 DSR 시범 운영도 오는 7월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 2분기 중 신용위험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한국은행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2분기 중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중 신용위험은 대기업(17)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으로, 중소기업(43)은 자동차∙조선 관련 협력업체 실적 부진,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 증가, 지방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계(30)의 신용위험도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주택 공급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방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2분기 중 대출수요는 대기업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하고, 중소기업은 증가, 가계 주담대 수요는 줄고, 신용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처=한국은행

2분기 대출 문턱은 높아지지만 기업의 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대기업의 대출수요는 0으로 전분기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중소기업(17)은 운전자금 수요와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여유자금 확보 필요성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수요(-10)는 신DTI와 DSR 시행 등의 영향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 대책으로 주담대 수요는 줄겠으나 일반대출 수요(3)는 주택구입자금 및 전세자금 수요 유입 등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