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쏟아낸 분양물량, 입주폭탄 돼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015년 말 한 언론매체의 기사 제목이다. 당시 기사에서는 한 건설사 임원의 말을 인용해 “신규주택 공급과잉 논란이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면서 “지금부터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국내 주택시장은 물론 건설사들의 경영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3년 후 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입주폭탄’이 현실이 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물량은 지난해 대비 6만가구 늘어난 44만999가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수도권 지역만 21만95444가구이며 지방5대 광역시가 5만6521가구, 기타 지방이 16만4934가구다. 특히 경기도 입주량은 1990년 이후 최고치인 만큼 동탄, 평택 등 경기도 부동산 시장이 입주폭탄을 잘 견디느냐가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입주 물량이란 분양 당시 계약을 했지만 입주지정 기간이 지나고도 잔금을 내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는 곳을 말한다. 또 여기에 아파트를 다 지었지만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집들도 준공 후 미분양에 포함한다.

경기도 화성과 평택, 오산, 안성 등 경기남부권은 한국기업평가 연구소에 따르면 미입주 위험지역으로 분류가 됐다. 화성시의 경우 올해 1만4651가구 입주 등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신규 미분양이 속출, 수도권 미분양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월 기준 화성시 미분양 가구수는 2162호로 전국에서 미분양이 많은 지역 탑 5에 든다. 탑 5에는 경기 용인시와 경기 평택시가 각각 2위(4931호), 4위(2301호)에 올라가 있다.

 

“‘임시방편’ 대책, 이젠 버려야”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 주택 위험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지에 실린 ‘미분양주택 정책의 지역별 효과에 관한 실증분석’ 논문에 따르면 그간 정부는 미분양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조세부담완화 ▲규제완화 ▲금융규제완화 ▲미분양주택 매입 등 4가지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조세부담완화 대책은 양도세와 취·등록세 감면을 중심으로 시행됐다. 양도세 감면 혜택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시기에는 신규아파트 최초분양자만을 대상으로 적용했지만, 2008년 이후 일정 아파트 규모 이하에만 차등적으로 적용했다.

주택분양가 규제부터 신규주택에 대한 전매규정, 주택청약과 관련된 각종 규제 폐지 역시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돼 있자, 정부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함께 해제하는 등 보다 강력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주택 최초 구입하는 사람을 포함해 무주택자, 서민들에게 금융지원과 함께 금융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택구매의 동인을 제공했다.

미분양주택 매입대책으로 IMF 시기 효과가 직접적인 세제완화와 금융지원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건설사에 대한 유동성을 지원하거나 환매부 미분양주택 매입 등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건설경기가 나아질 경우 소정의 이자를 붙여 다시 정부에서 건설사에게 되파는 방법이다.

이처럼 정부가 미분양 주택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그간 보인 정책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직·간접적인 규제완화 대책을 시행해왔다.

그렇다면 현재 경고음이 들리고 있는 미분양·미입주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히려 시장에 맡기는 선택에 손을 들었다.

단국대학교 유정석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시장에서 이 같은 물량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미분양 해결 대책”이라며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데, 오히려 지금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면 시차를 두고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가격 내린다고 해결되나… ‘셰어하우스’ 전환 등 시각변화 절실”

다만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기보다는, 미분양 주택만을 대상으로 한 국소적인 해결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의견에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유 교수는 “미입주 및 미분양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공급 측면에서는 특정 시점에 공급이 몰렸기 때문이며, 수요자 측면에서는 대출규제 등으로 현금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정책기조를 바꾸기보다는 미분양된 주택을 대상으로 민간임대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으며, 대량의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펀드나 리츠가 건설사로부터 미분양 물량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제도권 내에서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상당수 미입주 아파트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기존 입주자들의 관리비 부담이 높아지는 등의 비용부담이 발생하지만, 리츠를 통해 관리가 되면 이런 문제점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건설사 자체적인 노력을 강화하는 방안 역시 제시됐다.

건국대학교 심교언 교수는 “도시가 생길 때 초창기 입주자들은 도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교통 등 많은 불편함을 겪는다”며 “단지 활성화를 위해서 건설사가 주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세수요는 언제든지 있는 만큼, ‘살기가 편리하다’면 미입주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분양 주택을 셰어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도 등장하고 있다. 셰어하우스 전문 사업자가 시행사 즉 건물주와 전세계약을 한 이후 임차 시 전대동의서를 수락받아 셰어하우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주로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 같은 사업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수원의 K세무사사무소 대표는 “경기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을 셰어하우스로 활용할 경우 세금혜택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 전문업체에 임차해 오히려 월세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에서도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을 임대전환하기보다는 오히려 미분양·미입주가 발생한 지역에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유인 요소를 만드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해맑은 주택협동조합 배정훈 대표는 “지역의 토착세력들 예컨대 공무원이나 해당 지역 사업자 등 사회적 경제주체와 공단, 지자체 등이 협의를 해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환경요소를 파악해서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며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전세세입자 입장에서는 1억원 규모의 전세아파트보다 전세가격이 2억3000만원이더라도 교육여건이 잘 형성된 곳에 입주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분양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평택이나 오산 등을 보면 공업단지와도 거리가 있고 교육 및 문화여건 등에서 매력적인 요소가 덜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수요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