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44만가구에 이른다. 지난해(38만3820가구)보다 14.5% 늘었다. 반면 전국적으로 10채 중 3채는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형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제시한 입주율을 보면 미분양 공포를 확인할 수 있다. 입주율은 조사 당월에 입주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 전체 분양가구 수 중 입주했거나 잔금을 낸 가구 수 비중을 말한다.

지난 2월 전국의 입주율은 75.5%로 4개월째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에 분양아파트 10채 중 7채만 입주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나마 서울은 입주율이 높아 89.0%, 수도권 86.0%, 인천·경기 84.4%다.

주산연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일까지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약 500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분양을 받은 사람의 미입주 사유는 ‘세입자 미확보’가 4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을 한 이유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32.9%)이다. 공급이 쏟아지며 전세값과 집값이 떨어져 세입자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들은 주로 전세금을 잔금으로 치른다. 입주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전세금이 내려간다.

경기남부 신도시 동탄은 몇 년 전 대규모로 분양한 아파트 단지 입주 시기가 올해 하반기 시작됐다. 이에 올해 미입주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동탄2신도시에는 2020년까지 4만가구가 입주한다. 지난해 1만3000여가구가 입주했고 올해 2만2000가구가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동탄은 과거 분양 당시 많은 부동산 매매자들이 관심을 보였던 지역이다. 지난 2015년 3월엔 ‘동탄2신도시 A11블록 예미지’ 1순위 청약 접수를 했을 때 413가구 모집에 706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7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4㎡은 75가구 모집에 5995명이 몰려 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동탄2신도시 SRT 동탄역 근방 ‘동탄역 파라곤’의 스마트 주거형 아파텔 청약경쟁률은 평균 42.5대 1을 기록했다.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김포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올해 김포 입주 물량은 1만4197가구다.

지난해 5월 김포 한강메트로자이는 성공적으로 청약을 마감했다. 김포 한감메트로자이 1·2단지는 최고 경쟁률 93.5대 1을 기록했다. 1단지 1142세대, 2단지 2456세대에 총 2만3049명이 몰렸다.

평택 역시 많은 물량이 입주 대기 중이다. 올해 8973가구가 입주 예정이고 내년엔 1만5868가구가 입주하며 다음해까지 2만가구가 넘게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평택은 지난해 3월 고덕국제신도시에서 752가구를 분양했던 ‘고덕 파라곤’이 청약 경쟁률 49대 1을 보이며 나흘 만에 전 가구 분양을 마쳤다.

동탄, 김포, 평택 등 과거에 청약 경쟁률이 높아 매매자들의 관심을 받던 지역 주택들의 잔치는 끝난 듯 보인다. 많은 물량이 쏟아지며 이젠 미입주 포비아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쏟아지는 물량을 관리하기 위해 공급이 많은 동탄, 평택, 김포 등에 전담인력을 확대했다.

전국에 주택 공급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분양에 대한 공포가 연초부터 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의 6만여호 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60㎡ 이하 규모 미분양이 9764호, 60~85㎡가 4만4894호, 85㎡ 초과가 6245호다.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미분양인 가구는 1월 기준 1만2000여 호다. 60㎡ 이하 2709호, 60~85㎡는 7280호, 85㎡ 초과는 2069호가 미분양 상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면 2월 기준 서울, 경기, 인천의 미분양 호수가 각각 48호, 8676호, 1246호다. 서울은 비교적 미분양 호수가 낮은 편이지만 경기도는 많은 주택이 미분양 상태다. 총 8676호의 미분양을 기록하고 있는 경기도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이 기록된 곳은 순서대로 남양주(1773호), 안성(1422호), 용인(1023호), 화성(916호), 평택(754호), 김포(741호)로 나타났다. 이 지역엔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1월 기준 남양주 489호, 용인 467호, 화성 88호, 평택 144호의 미분양 가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산연이 발표한 입주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67개 단지 총 3만3813세대로 민간 2만8271세대(83.6%), 공공 5542세대(16.4%) 입주 예정이었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17개 단지 8539세대, 지방 50개 단지 25274세대가 입주 예정이었다.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경기 화성시(1479호), 남양주(1893호),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3286호), 경북 포항(3046호), 충남 당진(1617호), 경남 창원(1287호)은 입주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대규모 단지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