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정식당 전경.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 이미 젊은이들의 성지(聖地)가 된 연남동 골목길. 뜨거운 장소인 것을 방증하듯 골목 사이사이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연남동 골목길이 인기가 있다고 모든 음식점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가게들, 특히 1인 창업 가게들은 한 달이 멀다하고 폐점하고 새로 입점하기를 반복한다.

연남동 골목길을 사랑하는 본지 기자는 간혹 연남동을 들를 일이 있거나 일이 끝나면 연남동 골목길을 별일 없이 걸을 때가 많다. 한 번 가보자고 생각했던 음식점이 찾아가기도 전에 빠르게 사라지는 걸 보면서 아쉬워하고 있었던 어느 날, 1층도 아니고 지하도 아닌, 지상보다 약간 낮아 반지하와 다름없어 보이는 공간에 한 작은 식당이 들어선 것을 봤다.

‘저 식당도 다른 식당처럼 얼마가지 않아 사라지려나?’ 솔직히 당시엔 이 같이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 이 식당에 계속해서 손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낮에만 영업이 잘 되는 식당인가해서 다른 날 저녁에 지나가다보니 역시나 손님이 많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손님들의 식탁에 있는 음료가 물이나 주스가 아니라 와인이라는 것.

지난해 9월에 오픈한 따끈따끈한 식당인 ‘용정-바른얼굴식당(이하 용정식당)’은 단숨에 입소문을 타며 연남동 맛집의 루키가 됐다. 용정식당은 박용정 사장이 그의 부인과 함께 오픈한 작은 음식점이다. 박 사장은 호텔 등에서 10년간 양식을 요리했던 경험을 살려 자기만이 맛을 낼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당차게 연남동에 자리를 잡았다.

벚꽃이 만개한 봄철, 상업적인 광고 한 번 안 하고도 손님을 끌어 모은 용정식당의 비결을 알아보러 방문했다.

▲ 용정식당의 유일한 좌식 테이블.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음식종류

양식

2. 위치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8길 33-6

·영업시간: 11:30~22:00(15:00~17:00 휴식), 월요일 휴무

·메뉴: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 21.0, 미고랭 쉬림프 필라프 14.0, 불고기 필라프 14.0, 클래식 토마토 파스타 15.0, 핫로제 파스타 16.0, 만조 크림 파스타 17.0, 봉골레 파스타 17.0, 러스틱 라자냐 20.0, 리코타 치즈 샐러드 11.0, 시져샐러드 12.0

3. 상호

박용정 사장의 이름에서 딴 ‘용정(容正, 바른 얼굴)’이 상호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해 “첫 창업이기 때문에 이름을 걸고 하고 싶어서 상호를 이 같이 정했다”고 말했다.

4. 경영철학

박용정 사장의 기본 경영철학은 ‘자신의 아이디어로 승부하자’는 것이다. 처음 가게를 열고자 했을 때부터 박 사장은 용정식당만이 선보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을 고안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뺏어 잘 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다”면서 “창업 전부터 나만의 아이디어로 성실하게 승부를 보자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사장은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하게 손님에게 내놓는 것을 현재 식당 경영 철학의 1순위로 꼽는다.

실제로 박용정 사장은 용정식당을 대표하는 메뉴이자 그가 직접 개발한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을 만들 때도 이 같은 철학을 철저하게 적용한다. 이 커틀렛에는 갈비가 그대로 들어간 통 소고기를 사용한다. 이 때 고기를 두 동강으로 맞춰 자르는데, 살이 비교적 많이 들어간 부위와 갈비가 들어간 부위로 나뉠 때가 있다. 갈비가 들어가는 부분은 지방과 살이 적절하게 섞여 맛있다.

고기에 조예가 깊지 않다면 일반 소비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기 힘들다. 그러나 박용정 사장은 살이 많이 들어간 부위를 내놓아야 할 때, 또 다른 등심을 곁들여 더 푸짐한 음식을 제공한다.

그는 “사용한 고기의 부위가 부득이하게 살이 많을 때는 여기에 등심 부위를 더 포함해서 드리고 있다”면서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손님들에게 더 양심적으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용정식당의 대표 메뉴인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5. 주메뉴

용정식당의 대표 메뉴는 단연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이다.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은 등심과 안심이 섞인 ‘토마호크’라는 부위를 튀긴 음식으로 박 사장이 직접 개발한 ‘야심작’이다. 푸짐한 통고기와 맛깔스런 소스의 조화가 입맛을 돋운다. 양도 푸짐해 혼자 먹기 벅차다.

이 메뉴는 용정식당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계기가 된 음식이기도 하다. 용정식당은 처음 스테이크를 주메뉴로 하는 가게로 시작했다. 당시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은 부수 메뉴에 불과했다. 그런데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을 한 번 맛 본 손님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입소문을 타자 단숨에 주메뉴로 등극했다.

박용정 사장은 “처음에는 스테이크를 주메뉴로 생각했고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은 부메뉴였다. 그런데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을 먹어본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주시고 이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부메뉴가 주인공이 됐다”고 설명했다.

▲ '핫로제 파스타'.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포크 커틀렛만 먹기 아쉽다면 파스타를 주문하면 된다. 용정식당에서 잘 나가는 대표 파스타 2종으로는 ‘핫로제 파스타’와 ‘만조크림 파스타’가 있다. 핫로제 파스타는 크림과 토마토소스, 스모크베이컨에 베트남 고추를 첨가해 매콤한 맛을 내는 파스타다. 고기를 먹고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또 다른 인기 파스타로 ‘만조 크림 파스타’가 있다. 깊고 고소한 크림의 맛이 일품인 파스타로 질 좋은 소고기와 양송이, 마늘 등이 들어갔으며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메뉴다. 만조 크림 파스타는 면발을 먹기 전에 먼저 국물과 면발을 충분히 비벼 먹어야 맛있다. 파스타면 없이 고소한 국물과 양송이를 숟가락으로 함께 떠서 먹는 맛도 일품이다.

‘러스틱 라자냐’도 박용정 사장의 강력한 추천 메뉴다. 라자냐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유래한 파스타의 일종으로 마치 피자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얇게 편 파스타 반죽에 가지, 양송이, 특제 베샤멜(Bechamel, 우유로 만든 흰 소스)과 미트소스를 넣고 다시 반죽을 깔고 재료를 넣기를 반복한 후 구워낸 음식이다.

6. 맛의 비결

박용정 사장이 밝히는 용정식당의 맛의 비결은 모든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는 것, 그리고 용정식당만의 ‘비밀 소스’다. 박 사장은 “우리는 모든 음식에 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커틀렛을 만들 때 소스에 들어가는 기본 국물도 거의 양파를 우린 물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께서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 소스를 맛보시고 너무 맛있다면서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용정식당만의 비법이 있기 때문에 가르쳐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용정 사장과 그의 부인인 임라연 씨의 ‘케미스트리(Chemistry)'도 용정식당 음식 맛의 비결이다. 임 씨는 제빵사로 용정식당에서 파는 샐러드에 들어가는 치아바타(Ciabatta, 이탈리아식 바게트)를 직접 만든다.

▲ '러스틱 라자냐'.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7. 특별한 서비스

용정식당은 예약제가 아니다. 오픈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는 탓에 빈자리를 오래 비워두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정식당에 따로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식당 문 바로 앞에 마련된 종이에 원하는 자리, 자기의 이름, 핸드폰 번호를 적으면 자리가 비었을 때 연락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자리는 바로 창가 앞에 위치한 유일한 좌식(坐食) 테이블이다. 고급스런 문양이 새겨진 카펫 위에 나무 테이블, 그리고 테이블 위 독특한 모양의 초가 어우러져 우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테이블 옆에는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위한 담요도 준비돼 있다. 이 모든 인테리어는 박용정 사장과 박용정 사장의 아내가 직접 연출해 특별함을 더했다.

용정식당의 모든 식재료는 박용정 사장이 아는 곳에서 직접 확인하고 신선한 재료만 엄선해서 받고 있다. 토마호크 포크 커틀렛에 들어가는 소고기는 국내산이다.

▲ '만조 크림 파스타'.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8. 고객이 전하는 ‘용정-바른얼굴 식당’

정말 맛있는 음식은 말로 표현이 안 되기 때문일까. 용정식당 음식을 맛 본 손님들은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드시나 동태(?)를 살피는 박 사장과 눈이 마주치면 말없이 엄지를 치켜든다. 박용정 사장은 “최근에는 어떤 손님께서 계산하시면서 엄지를 들더니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대박’이라고 해주셨다. 이럴 말을 들으면 정말 신나고 보람이 생긴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