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건설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이어진 건설업 호황으로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늘려왔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소화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분양 사태로 대형사보다는 중견·중소 건설사, 수도권보다는 지방 소도시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고용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국내 건설사들이 그동안 과도하게 주택부문에 수익을 의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주택부문보다는 해외 수주로 눈을 다시 돌리고 건설경기 의존을 벗어난 내수진작 다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미분양, 건설경기 하강 불가피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와 건설경기 하강국면의 본격적인 진입으로 ▲건설사의 수익성 하락 ▲신규수주 위축에 따른 외형감소 ▲운전자본부담 가중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건설사들의 주택부문에 대한 매출 및 이익 의존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공공 및 해외수주에서도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얻는 건설사들의 초과이익 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판단되며 원가율이 과거로 회귀하면서 점진적인 채산성 하락도 예상된다.

게다가 기존 착공된 공사잔고가 소진되고 있어 신규수주마저 위축돼 앞으로 건설사들의 외형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건설사의 2018년 민간 아파트 분양계획 물량은 약 44만가구로 지난 2015년 분양실적에 근접하고 2016년과 2017년보다 늘어났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제 분양물량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017년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입주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며 “입주지연 또는 미입주현상은 잔금 회수를 지연시켜 건설업체에 운전자본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상승 우려도… 대형사보다 중견사에 타격

더 큰 문제는 건설경기의 하강이 건설업 부문 취업자 감소로 이어져 실업률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실업률이 4.0%, 지난해 하반기(3.3%)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건설투자의 감소로 인한 고용 창출력의 위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건설투자가 감소할 경우 경제 성장률에서도 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6년 기준 실질 건설투자는 234조2000억원으로 전체 경제성장률 2.8%에서 1.6%포인트를 기여했다. 이때 건설투자가 지난 10년간의 평균 수준으로 감소한 경우를 가정하면 경제 성장률은 2.1%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위축, 토목수주 급감, 정부의 규제 정책 등의 영향으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되고 있다”며 “건설경기 둔화로 건설업 부문 취업자가 감소해 실업률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건설경기의 하강은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견·중소 건설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사들이 줄어든 발주물량을 두고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사들과 펼칠 수주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큰 데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넓지 못해 그 여파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경기 하강에 따른 외형감소의 영향은 ▲한신공영 ▲계룡건설산업 ▲태영건설 등에서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봤다. 이들은 건축부문 매출 의존도가 50%를 웃돌고, 지방사업 비중 또한 큰 건설사다. 건설경기 냉각의 영향을 흡수할 사업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부실해 그 여파를 고르게 분산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책임연구원은 “건설경기 하강국면 진입에 따른 건설업체별 대응능력을 수익성과 신규 수주 및 외형, 미입주위험과 재무적 완충능력이라는 축으로 검토한 결과, 중견건설업체들의 전반적인 대응능력이 대형건설업체들에 비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건설사, 아파트 의존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건설경기가 내수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시하고, 건설업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던 경제구조를 건전한 성장 구조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투자가 둔화하는 가운데 소비 및 순수출 등 타 부문의 성장세가 지연되지 않도록 이에 대한 대비책 역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및 건설 관련 기업들은 향후 건설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역시 건설경기 판단과 정책 수립 시 일관성과 세심한 주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급랭을 방지하고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소비여력의 확충 등 경기 회복을 위한 미시정책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고 특히 경제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인 투자 및 고용 확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가계 부문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설경기 급랭을 막고 국내 인프라의 양적·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적정 수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올해 SOC예산을 14%나 줄였는데 이 부문이라도 좀 늘리면 충격을 좀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