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일(현지시각)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목을 발표했다. 중국의 산업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2025'에 포함된 첨단 산업 분야를 정조준한 것으로 중국이 물량 공세를 앞세운 생산 대국에서 첨단기술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중국의 전자, 우주 항공, 기계류 등 약 1300품목에 500억달러 가량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목록에는 반도체, 발광 다이오드, 리튬전지, 항공우주, 전기차, 산업 로봇, 통신 기기, 의료기기, 바이오 신약 기술과 제약 원료 등이 포함됐다.

USTR는 “제시된 관세부과 대상 품목들은 ‘중국제조2025’에서 혜택을 받는 상품들을 주타깃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제조2025’는 중국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으로 차세대 IT기술, 로보틱스, 항공, 신에너지자동차, 바이오의약, 전략장비, 첨단소재, 농기계, 선박과  해양엔지니어링, 첨단철도장비 등 10대 산업분야를 육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USTR은 관세부과로 미국 경제에 끼칠 피해를 감안해 적절히 지정한 품목이라면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침해 행위와 정책, 관행 등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USTR의 이날 발표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공식으로 제소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나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3일 중국 정부가 미국기술기업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기술 이전 등을 강요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소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미국 정부는 곧바로 이들 품목들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USTR은 다음달 11일까지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받고 15일 의회에서 공청회를 열어서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기 전까지 중국은 미국과 물밑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이번 관세는 중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 정책에 보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현지 진출을 대가로 기술을 넘겨 줄 것을 요구하고, 사이버 상에서 기술을 훔쳐갔다고 비난해왔다.

다트머스 대학의 더글라스 어윈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막대한 보복 조치는 1980년대에 일본에 대응한 정책과 비교된다”면서 “이번 경우는 일본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농축산업자들은 미ㆍ중국의 무역분쟁으로 피해를 볼 것을 염려하고 있다. 중국은 2일 미국산 와인과 돼지고기 등 농업 분야에 3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상공회의소 마이런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미국 소비자가 매일 사용하는 중국산 소비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건 정부의 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매체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이 애플과 델 같은 기업의 글로벌 무역 구조를 강화하고 미국 소비자들이 익숙한 중국의 저렴한 전자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부과 품목을 발표한 직후 성명을 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반대한다”면서 “중국 속담에도 있듯이 앙갚음을 하는 것은 예의이기 때문에 미국 제품에 대해 동등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선임연구원은 “관세부과로 시작된 무역분쟁은 두 국가 모두에게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면서 “미국이 상품수입에서 손해를 보는 대신 중국에게 지식재산권, 특허 사용료를 받아 서비스 수지에서 이익을 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준범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은 무역수지를 조정하기 위해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은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사용할 때 사용료를 내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