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송창렬(광고인. 서울 옥수동)] 업무상 일주일에 열번 이상 택시를 이용한다. 경험은 천차만별이다. 모범택시 뺨치게 청결하고 안락한 일반택시를 타게 될때면 후한 팁이라도 드리고 싶다. 반면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낡은 차량에 불친절하기 그지 없는 기사님을 만나면 버스나 지하철보다 '가성비'가 떨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복수는 택시 호출 앱에서 낮은 별점을 주는 것 밖에 없다. 감동적인 경험과 최악의 경험, 둘 다 지불해야 하는 요금은 동일하다. '균질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품들에 같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과연 공정한가?

2016년 여행차 방문한 홍콩의 기억을 소환해본다. 침사추이에서 구룡지구로 가기 위해 길에서 택시를 잡았다. 5km가 안되는 거리의 목적지를 확인한 기사는 미터기를 끄고 가겠다며 예상 요금의 두배 가량을 불렀다.

잠시 고민하다가 탑승하지 않기로 하고 우버 앱을 켰다. 금새 독일산 세단이 달려왔고, 택시가 부른 요금 대비 40%가량 저렴하게 이동했다. 쾌적하고 만족스러웠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어떻게 타냐며 걱정하던 아내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연스럽게 홍콩에서의 나머지 일정에도 우버를 맘껏 이용했다.

귀국과 동시에 그 좋던 경험은 더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24시간 카풀은 한국에서 '불법'으로 못박혀 있기 때문이다.

영하 15도의 수은주에 바람까지 몹시 불던 2018년 1월의 어느날 밤. 을지로 입구에서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파하니 11시 20분이 됐다. 택시 호출 앱은 묵묵부답. 종로 5가까지 걸으며 호출 버튼을 수십번 누른 것 같다. 가끔 손을 들어 택시를 세우기도 했지만 "어디까지 가세요?"라는 물음에 단거리 목적지를 답하는 내 목소리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추운 날씨에 몸이 욱신거리고 창자까지 뒤틀리는지 배가 아팠다. 분한 마음에 몸은 더 떨렸다.

3년 넘게 운영되던 한 택시 앱이 부분 유료화된다는 소식에 시끄러운 요즘이다. 앱 운영 기업이 추후 카풀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다보니, 부분 유료화 수혜자인 택시 기사들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나로서는 불쾌한 경험들을 없애주고 서비스의 균질성을 높여준다면 택시 요금 외에 추가 지불 의사가 있다. 비흡연자인 내가 금연차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가끔 아이를 데리고 외출 할 때 유아용 시트 장착 옵션을 고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바람을 기존 택시 업계에 한다면 관철될까? 혹은 앱 사용료를 받겠다는 그 회사에서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 사용료를 기반으로 형성된 재원이 기사들에게 재분배 되면 인센티브를 통한 동기부여 효과가 발생해 많은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질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다보니 국토부와 지방정부, 예비후보들까지 이 이슈에 관해 저마다 한마디씩 내놓고 있다. 묻고 싶다. 이 난리통에 택시 소비자 후생에는 누가 신경 쓰고 있는가? 택시 헤비 유저인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다. 불쾌한 경험들을 하지 않기 위한 지불의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보면 된다. 불합리한 서비스라면 자연스럽게 퇴출 될 것이다. 좋은 서비스라면 승객 후생에 일조할 것이다. '택시판 러다이트 운동'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