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리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배달앱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장면을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왜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일까?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O2O 생태계가 확립되고, 이를 통한 생활밀착형 기술이 트렌드가 되었다'는 판에 박힌 설명은 접어두자고요. 솔직하게 말하면,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편리함. 가끔 '무료'라는 키워드가 붙지만.

 

문제는 편리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할 일을 편리하게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풀어주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일각에서는 '중독'이라고 표현합니다.

직접 만나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우리는 카카오톡으로 손가락만 놀립니다. 전화를 걸어 직접 음식을 주문하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배달앱을 찾아요. 이는 편리한 기술이지만, 넓게 보면 현실세상과의 괴리감을 넓혀주는 일입니다. 편리함에 중독되어 ICT 플랫폼에 묶이는 현상. 분명한 그림자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세계 최대 SNS 업체 페이스북의 공동 창립자 숀 파커는 지난해 10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페이스북은 물론, SNS 전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양심적 이용 거부 중"이라면서 "페이스북이 인간의 심리적 취향성을 이용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우리는 이 시스템을 만들고 말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페이스북 월드에서 활동하는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배신감을 느낄 것 같은 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 창업주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더미러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14세가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사줬다"면서 "컴퓨터가 책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IT 제국 MS를 설립한 그가 자기의 아이들에게는 제한적인 인터넷 환경만 허락한 셈입니다. 인터넷에 중독되어 아날로그의 책이 주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창립자인 고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공식 전기에 따르면 잡스는 아이들의 식사시간과 저녁시간에는 IT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심지어 아이패드를 사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잡스는 2010년 첫 아이패드를 출시하며 "세계를 바꿀 혁신적인 기기"라고 말했는데, 아이패드가 세계는 바꿔도 자기의 아이들을 바꾸는 것은 원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런 분위기는 실리콘밸리 전역에 번져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 10월 "실리콘밸리 학교에는 컴퓨터가 없다"면서 "학부모 70%가 실리콘밸리 직원이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는 교육을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최첨단 ICT 기술을 다루는 이들이 자기의 아이들은 아날로그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는 아이러니함. 재미있습니다.

알트스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2013년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 IT 기술인들이 약 1080억원을 투자해 만든 대안학교며, 구글의 엔지니어인 맥스 벤틸라가 설립했습니다. 학생들은 플레이리스트라는 태블릿을 제공받으며 프로젝트 방식으로 교육 커리큘럼이 진행됩니다. 수업 영상은 모두 녹화되며 철저한 피드백이 단행되는 등, 개인에 특화된 테크놀로지 교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알트스쿨의 교육. 출처=갈무리

그러나 현재 알트스쿨은 존폐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학생들은 떠났습니다. 알트스쿨의 학생들이 일종의 베타테스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테크놀로지 교육의 한계가 명확했다는 자성론도 나옵니다.

ICT 기술은 세상을 바꾸고 우리를 더욱 편리한 생활로 이끕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디지털 중독, 놓쳐버리는 아날로그의 축복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자기들의 손으로 창조한 ICT '중독' 기술을 막상 자기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아이러니는 초등학교 코딩교육을 의무화한 국내 사정과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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