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색조 화장품을 살 때면 자기에게 어떤 색이 어울리는지 얼굴에 직접 바르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개인의 피부톤에 따라 발색이 달라질 수도 있어 반드시 얼굴에 테스트를 해봐야하지만 지우고 덧바르는 과정에서 색이 섞이기도 해 번거롭고 불편함이 많았다.

최근 뷰티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시 불편함을 AR(증강현실)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스토어에서 덜어주고 있다. 인공지능 화장품 전문가가 얼굴톤에 어울리는 색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증강현실 기술로 얼굴에 직접 바르지 않고도 화장품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많은 뷰티업체 중 헬스앤뷰티 매장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LG생활건강, 글로벌 뷰티기업 로레알, 아모레퍼시픽 등이 ICT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가상메이크업·스마트테이블·키오스크

CJ네트웍스 헬스앤뷰티 브랜드 ‘올리브영’도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스토어를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열었다.

올리브영 강남 본점 플래그십 매장은 1층에 메이크업 셀프바를 마련했다. ‘가상 메이크업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장착된 거울은 립스틱부터 블러셔, 파운데이션까지 주요 색조화장품을 AR을 통해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다. 바르고 지우고 바르는 번거로운 과정을 줄여준 것이다. 또 본인의 피부톤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피부톤 측색기’도 준비했다.

▲ 올리브영 강남 본점에서는 AI(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미러를 이용해 피부나이를 확인하고 그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처=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은 ‘스마트 테이블’과 ‘키오스’를 설치해 매장에서 제품 정보를 얻기 위해 직원을 기다리거나 휴대폰을 손에 쥐고 검색창을 두드리는 번거로움도 줄였다. 스마트테이블은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테이블 위에 올리면 상단 화면에 제품 정보가 표시된다. 이를 프린트할 수도 있다. 또 층별 기둥마다 터치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해 제품 정보 확인은 물론 제품 판매 위치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방문객들에게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더모코스메틱 유세린과 협업한 ‘스마트 미러’는 AR기술을 접목해 거울 앞에서 얼굴을 촬영하면 피부의 유·수분 함유량, 민감도, 피부 고민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스마트 미러는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피부 나이를 측정하고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준다.

▲ 올리브영 강남 본점에서는 ICT(정보통신기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테이블을 통해 직원의 도움없이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CJ네트웍스

올리브영 관계자는 “강남 본점은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차별화를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올리브영만의 강점이 곳곳에 녹아 있고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 강남본점에서 즐겁고 색다른 쇼핑 경험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명동의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매장은 기기로 피부상태를 분석해 피부톤과 상태에 맞는 파운데이션과 기초화장품 라인을 추천해주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월 ‘마이 파운데이션’ 제품 50종을 출시하며 ‘뷰티톡 서비스’를 함께 선보였다. 이 제품은 피부톤, 유·수분 상태, 커버력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 명동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피부톤과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뷰티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뷰티톡 서비스는 피부 측정 기기로 1분 만에 자가 피부 진단이 가능한 서비스다. 뷰티톡은 카메라로 측정하는 것이 아닌 기기로 피부를 직접 측정해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얼굴에 직접 측정 센서를 갖다 대면 주름, 유·수분 정도, 민감도, 색소, 피부톤 등을 분석해 화면에 결과를 보여준다. 이 결과를 토대로 피부 상태와 피부 톤에 가장 적합한 파운데이션 제품을 추천해 준다. 물론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등의 이니스프리 제품도 추천해주며 결과는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 있다. 뷰티톡 서비스는 이니스프리 어느 매장에서나 체험 가능하다.

▲ 이니스프리가 지난 2월 출시한 마이파운데이션은 50종으로 뷰티톡으로 본인의 피부 상태를 진단 후 피부상태에 적합한 파운데이션을 맞춤으로 선택할 수 있다. 출처= 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만난 최진희(21세) 씨는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혼자서도 충분히 전문적인 수준의 피부 진단을 받고 내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어서 믿음이 간다”면서 “화장품은 짧은 설명 문구로는 내 피부에 맞는지 알 수 없고 성분표를 봐도 뭐가 좋은지 모르는 일이 많은데, 뷰티톡 서비스 덕분에 화장품 쇼핑이 한결 편하고 쉬워졌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LG생활건강도 증강현실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매장을 강남점, 신촌점, 건대입구점 등 3곳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로 인공지능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화장이 잘 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화장법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다.

뷰티산업, IT산업에 새로운 아이디어 제공

이런 사례들은 IT기술이 뷰티 산업의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는 현장이다. 거꾸로 화장품 산업이 IT 산업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제품들은 뷰티, 패션 산업의 노하우를 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은 지난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웨어러블 전자 자외선 센서 ‘라로슈포제 UV 센스(Sense)’를 공개했다. 로레알은 2016년에도 CES에서 피부에 붙이면 자외선 노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웨어러블 패치 ‘마이 UV 패치’를 선보였다.

지난해 공개한 라로슈포제 UV 센스는 2016년 마이 UV 패치보다 사이즈는 작아지고 착용 시간은 더 길어졌다. 로레알은 두께는 2㎜ 미만, 지름은 9㎜로 엄지손톱에 붙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UV센스는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능으로 데이터를 변환하고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지원한다.  

▲ 로레알이 지난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공개한 자외선 노출량을 확인하는 웨어러블 제품 라로슈포제 UV 센스다. 출처= 로레알

UV센스는 미국 한정판으로 올 여름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출시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 밖에도 로레알은 AR기술한 ‘스타일링 가상 체험 디바이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 도입되지는 않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은 “색조 화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AR기능은 이제 막 발을 뗀 단계로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ICT기술과 뷰티 업계 협업은 더 확대될 것이고 이는 K-뷰티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