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세계문화예술발전중심 회장, 초당 태극서법 연구원장, 대한민국 미술대전 이사 및 초대작가 심사위원,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운영위원장 등 한국의 문화와 예술, 특히 서예 분야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이가 있다. 초당 이무호는 서예가로서 태극서법이라는 고유의 서법을 개발했고 오랫동안 많은 서예 작품을 남기며 큰 업적을 쌓아 왔다. 시진핑 중국 주석 앞에서 즉석으로 글씨를 쓰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고, 2012년에는 문화발전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또한 ‘초당의 작품에는 특별한 기(氣)가 담겨 있다’는 말이 외국으로까지 퍼져 미국의 무기회사 록히드마틴에서 그의 작품을 특별히 요청해 받기도 했다.

6살 때 땅바닥에 쇠꼬챙이로 처음으로 글씨를 썼던 그의 서예 역사는 어느덧 64년이 되었다. 올해 칠순이 된 그는 지난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칠순을 기념하여 그동안 써왔던 작품들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화려하고 힘 있는 글자들이 사방에 걸려 있는 전시장에서 일행을 맞은 그는, 자기의 글자처럼 열정적인 태도로 스스로의 생각과 서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는 문화로 애국한다

초당은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표현했다. 그의 발언은 자칫 정치 측면에서 해석될 수도 있어 위험하다. 하지만 그는 한 치의 의문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서예를 하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예술가로서 자기의 역할은 한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고, 한국 사람들이 화합하며 잘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 작품 앞에 선 초당 이무호 서예가.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실제로 그가 쓴 글자에는 애국의 의미를 담은 것이 많다. 가장 가까운 시기의 작품으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수상했던 선수들을 위한 것이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우리나라의 이상화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한 직후,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에게 안겨 울먹이는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초당은 두 선수의 우정과 스포츠 정신을 서예로 표현해냈다.

뜨거운 열정을 상징하는 듯 금빛이 감도는 주황색 종이에 두 마리의 말이 그려져 있는 것 같은 이 글씨는 말 마(馬)자를 두 번 쓴 것이다. 가까이 붙어 나란히 달리는 말의 모습에서 진한 우정과 에너지가 넘쳐난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를 위한 이 작품은 전시회가 끝난 뒤 일본의 마루야마 부대사의 손에 의해 고다이라 선수에게 전해졌다.

▲ 초당의 작품들. 왼쪽 벽의 주황색 가로 작품이 고다이라 나오 선수에게 전해졌다.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고 기쁨에 찬 눈빛으로 말하는 초당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남북한의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출전했고, 대회가 성공리에 끝났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는 것이 성공 아니겠는가”라며 애국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그는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마치고, 통일을 염원하는 것이 주제다. 그 의미를 담은 대표 작품을 이번 전시장 한가운데에 크게 걸었다. 작품의 중간에는 한라산의 준마가 백두산 천지연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질주하는 듯한 모습의 말 마(馬)자가 있고, 그 위와 아래에는 백록담의 사슴과 남남북녀를 상징하는 원앙이 사이좋게 헤엄을 치고 있다. 남쪽 한라산부터 북쪽의 백두산까지 달리는 말의 모습은 글자인 듯 그림인 듯 주변의 글자와 어우러지며 특유의 기상을 뽐낸다.

초당이 이 작품들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고, 세계 속에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 그는 이 목적을 위해 한국의 서예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앞장서서 활동해왔으며,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국운 상승을 위한 휘호(揮毫) 퍼포먼스를 했다. 이외에도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를 추모하는 작품을 제작해 외국에 홍보하는 등 그의 일생을 애국에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자기의 안위보다는 대의를 위해 활동해온 그에게서 범인(凡人)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겼다.

 

글자에는 힘이 있다

초당은 “글자에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글자는 운필(運筆, 글씨를 쓰기 위해 붓을 움직이는 것)이나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즉 쓰는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 그것이 글자에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 작품을 설명하는 초당 이무호 서예가.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글자는 있는 그대로 힘을 가진다. 벽에 걸린 글자는 반복해서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특히 초당이 많이 쓰는 상형문자는 그림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측면에서도 전달력이 확실하다. 예를 들어 ‘화락(和樂)’을 쓴 작품에서 글자들은 일견 춤을 추고 있는 듯 보인다. 초당은 화(和)라는 한 글자에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집안이 화목하다는 의미를 담아 그리듯이 글을 썼고, 락(樂)자에는 좋아서 춤을 추는 기쁨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글자의 의미가 초당을 통해 재해석되어 새롭게 창작된 것이다. 이 덕분에 굳이 한자를 모르는 이라도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초당의 작품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는 칠순이 된 지금까지도 매주 하루는 사람들에게 서예를 지도하고, 매일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국회의원 서도실로 출근을 한다.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서예 지도위원으로서 서예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예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도 잘하는 국회의원이 꽤 있다고 한다. 초당은 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면서 직접 서예의 의미를 체득한 국회의원들이 서예의 대중화에 앞장서기를 희망한다.

과거 동네마다 하나씩 있었던 서예학원이 어느덧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비쳤다. “서예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시책이 필요하다. 서예를 어린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그는 또 다른 방법으로 “소장 문화를 발달시키는 것”을 들었다. 서예 작품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자주 보면서 깨우치는 일이 필수인데, 작품을 볼 기회가 적어지니 자연스레 그 가치도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초당은 “좋은 글과 시를 많이 읽고, 그것을 쓰면서 마음에 새기면 큰 공부가 된다”면서 몸과 마음의 수련을 위해서도 서예를 많이 할 것을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그에게 글씨를 쓰는 것은 ‘마음이 안정되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설명에서, 칠순임에도 형형히 빛나는 그의 눈빛이 만들어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