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굵직한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       출처= Westlake Legal Grou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지역 쇼핑몰의 빈 공간이 1분기에 6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하며, 그렇지 않아도 미국 전역의 고용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는 소매업 몰락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지역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안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대형 쇼핑몰의 공실률이 지난 해 4분기 8.3%에서 올해 1분기에 8.4%로 증가하면서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정보분석회사 라이스(Reis Inc.)가 미국 전역의 77개 대도시에 대한 실시한 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3월 31일로 끝나는 12개월 동안, 77개 대도시 중 41개 도시의 쇼핑 센터에서 공실률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공실률 증가는 소비자 지출 패턴 변화, 특히 온라인 소매점 이용 증가로 인해 오프라인 몰과 쇼핑 센터들이 계속해서 상처를 입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쇼핑 지역의 중심을 이루었던 수많은 백화점 및 소매 업체들이 축소되고 있거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라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매 업체들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 면적은 2018년 1분기에 2017년 4분기보다 45만 3000 ft2(1만 2730평) 많아졌지만, 이 정도의 ‘흡수’는 지난 5년 이상의 기간 동안의 분기별 수치보다 낮은 것이다. 라이스는 새로 생긴 쇼핑 센터 공간의 면적도 71만 2000 ft2(2만 평)에 불과해 평균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라이스 보고서는 "통상 1분기가 활동이 가장 낮은 경향이 있지만, 이번 1분기 동안 소매업계의 임대나 신규 건설 활동은 예외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소매 부동산 부문의 약세가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조인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소매 매장이나 쇼핑 센터가 문을 닫는 것은 일자리나 세금을 이 부문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중소 도시에게는 특히 고통이 심하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선거로 뽑힌 선출직 공무원들의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주정부들은 아마존이나 다른 온라인 업체들에게 온라인 구매에 대한 판매세를 징수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관행과 경제적 영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던졌다. 그는 아마존의 CEO이자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인 제프 베조스를 겨냥해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그들은 우리의 우편 시스템을 자신의 배달부로 이용하면서 주정부나 지방 정부에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수 천 개의 소매점들을 파탄시키면서 미국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절하면서도 정부가 현재 45개 주 모두에서 자체 재고에 대한 판매세를 징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출처= stltoday.com

소매업 부동산 부문의 부진 영향은 지난 주 월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세계 최대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브룩필드 부동산 파트너스(Brookfield Property Partners LP)와 미국 2위 쇼핑몰 체인업체인 제너럴 그로우스 프로퍼티(General Growth Properties Inc., GGP)는 브룩필드가 아직 GGP로부터 인수하지 않은 잔여 지분 66%를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들이 발표한 주당 23.50 달러의 가격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GGP가 마지막까지 보유하고 있던 노른자위 쇼핑몰조차도 크게 상처를 입었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라이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한 미국 전체의 지역 및 커뮤니티(Neighborhood and Community) 쇼핑 센터 공실률은 올 1분기 말에 10%로 2017년 4분기에 비해 변동이 없지만, 1년 전인 9.9%에 비해서는 약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77개 대도시 가운데에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가 전년 대비 1.2% 포인트 상승한 15.5%, 워싱턴주 타코마(Tacoma)가 1.5% 포인트 상승한 13.8%를 기록해 공실률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

반면 뉴욕주의 시러큐스(Syracuse)는 공실률이 1% 하락한 12%를 나타내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고,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Cleveland)가 0.7% 하락한 14.6%를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