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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의 기업과 커뮤니케이션] 경영자 마인드를,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4.17  16:37:57
   

장면 #1, 최근 고졸 인재 잡콘서트를 통해 고졸 채용에 나선 은행들의 이야기가 기사로 보도됐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참가했고, 수백 명의 학생들이 면접을 위해 길게 줄을 섰다고 한다. 그야말로 은행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온 학생들의 당찬 도전 현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견해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졸 대졸 할 것 없이 현대 사회에서 직업 특히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이나 금융권으로의 진입은 그 자체가 하나의 꿈이자 인생의 목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장면 #2, 우연히 버스 안에서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아, 공부 정~~말 하기 싫어!”

“그래도 독서실 갈 거지?”

“그래, 가야지, 연대 의대를 가고 싶은데, 안 되면 원주캠퍼스라도 가야지.”

 

그 나이 또래에 흔히들 하는 고민이었다. 대화 시작과 끝에는 욕설이 섞여 있어서 대화는 제법 길었지만 욕설과 감탄사 같은 사족을 빼버리니 이렇게 간단한 내용이 전부였다. 들려온 첫 마디는 공부에 대해서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싫다는 내용이었는데, 끝은 지방캠퍼스라도 의대로 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그래도 의대를 거들먹거린 것을 보면 성적이 어느 정도 되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적 아닌데

장면 #3,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대학 4학년생들이 졸업을 유예하는 데 지불하는 돈이 수십만원이란다. 그 대가로 1학점짜리 수업을 들으며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 학생들은 ‘4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취업에 수수방관하던 대학이 졸업 못 했다고 수십만원을 받아가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졸업 후 공백기가 긴 구직자를 선호하지 않다 보니 최대한 학생 신분을 유지한 채, 취업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평가원이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에도 채용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 1위가 ‘최종학교의 졸업 시점’으로 무려 19.6%로 나타났다.

고등학교에서 늘 듣던 말이 있다. ‘조금만 더 참고 공부해라. 미팅 하고 여행 가고 자아를 위한 무언가는 대학 가서 하면 된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입사에 희생당하고 만다. 봉사 활동이나 해외 연수마저도 입사를 위한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의 목적은 어떤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데도, 현실은 그렇게 보인다. 인생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임에도 좁은 문을 들어가는 것에만 초점이 모인다. 때문에 이상한 현실이 펼쳐진다. 입시가 목적이었던 사람은 대학에 들어와서 좌절하기 십상이다. 입사가 목적이었던 사람들이 입사를 하게 되면 방향감각을 잃어버린다.

이런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일상에서는 늘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 사실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과 열정을 낭비로 몰아가는 조직의 문제는 늘 상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테스트 결과가 아닌, 그 다음이야

월 단위 또는 주 단위의 회의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곤 한다. CEO와 임원들은 전 사의 주요 팀장들이 모두 참여해 주요 사안들을 보고하고 논의하기도 하며 어떤 사안들에 대해서는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회의의 대부분은 엉뚱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헤매다가 정작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번번이 결정을 미루는 촌극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주 테스트 진행한 결과 수치는 10 전후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객사 담당 과장과 미팅을 진행했으며, 다음 주에도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잠깐만, 테스트 결과 수치가 무슨 의미지?”

“팀이 지난해부터 진행해 오던 프로젝트에서 설비들 중 일부를 테스트를 한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테스트에서 나온 숫자 10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테스트는 전제 진행 프로젝트의 일부분입니다.”

“아니, 테스트에서 10이라는 결과를 얻었는데, 그 다음 조치는 뭐가 필요하냐고?”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단계별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

“아 참 말귀를 못 알아 듣는구만. 10이라는 결과치가 나와서 어떻다는 것이냐고?”

CEO와 담당 팀장 간의 쳇바퀴 돌듯, 대화가 한동안 끝없이 이어졌다. 보다 못한 옆 자리에 있던 본부장이, ‘좀 이따가 따로 정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라며 회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주간업무 보고 양식의 칸을 채우기 위해 진행했던 업무 사항을 기계적으로 채워 넣고, 이를 읽는 것이 보고다. 다 읽고 나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읽어 나간다. 다 읽고 나면 회의를 주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잔뜩 적어 와서는 그대로 일방적으로 전파해 버리고 마는 것이 주간회의이고 월간회의다.

사실 중요한 것은 그 테스트를 왜 하는지와 테스트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10이라는 수치 결과가 기준에 못 미친다면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이고 기준을 넘어섰다면 그 다음 단계로 양산에 들어가면 되는지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 시간이 넘는 회의시간 동안 주요 사안에 대한 협의나 결정은 없이 기계적인 나열뿐, 정작 필요한 것은 ‘따로 보고’한다.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없고, 무엇을 협의해야 할 것인지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없이 그냥 다들 무엇인가 열심히 할 뿐이다.

 

받아쓰기 100점 받기 위해 한글 깨치는 게 아니듯

장면 #4,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가 의기양양하게 집에 오는 날과 풀이 죽어 돌아오는 날이 있다. 의기양양한 날에는 현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오늘 받아쓰기에서 100점 받았어.”

반대로 풀이 죽어 돌아오는 날은 정반대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심성상 숨김은 없다.

“나는 맞게 쓴다고 썼는데, 다 쓰고 보니 받침이 틀렸어. 미안해 아빠.”

“주말에 연습했을 때는 맞게 썼잖아. 아빠가 직접 봤으니까 됐어. 앞으로 그 글자는 잊어먹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틀렸다고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

“아빠는 화 안 나? 야단 안 쳐?”

“어른들도 알고 있지만 가끔 실수로 글자를 잘 못 쓸 때가 있어, 잘 기억하면 되는 거지 그런 것을 가지고 화를 낼 필요는 없어.”

한글을 제대로 깨치는 것은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생을 살아가면서 두루 써먹을 기본을 제대로 깨치기 위함이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초등학생은 아직 인생을 얼마 살아 보지 못했기에, 수업시간 선생님이 치르는 받아쓰기 시험이 전부인 것처럼 와 닿겠지만, 초등학생도 아닌 나이깨나 먹은 사람들이 초등학생처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과 은행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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