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신용카드사의 할부금융 대행업체가 소액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불법 대출을 알선해 회생신청에까지 이르게 한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관리 감독할 신용카드사는 대행사의 불법대출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취약계층의 채무상담을 하는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에 따르면 X카드의 할부금융 대행업체인 'J 에이전트'가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편법으로 대출을 알선해주고, 자신들이 대납한 할부대금 일부를 채무자에게 뒤늦게 청구한 사례가 접수됐다.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A씨(41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쪽 다리를 잃은 채 의족에 의지하며 활동해야 하는등 어려운 처지에 있다.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A씨는 'J 에이전트'라는 할부금융 대행사를 통해 대출을 받은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A씨는 "돈이 급하게 필요했지만 신용문제로 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었다"면서 "생활정보지에 `신용관계 없이 대출`이라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 광고를 낸 업자는 A씨에게 “X카드의 제휴사 'J 에이전트'를 통하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급전 마련을 진행한 A씨는 'J 에이전트'를 통해 X카드로부터 2015년 7월 3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과정에서 'J 에이전트'는 X카드에 연대보증하는 내용의 확약서를 A씨 대신 직접 허위로 서명했다. 이런 사실을 A씨가 알게된 것은 사지도 않은 상품의 할부금을 내라는 법원의 통지를 받고나서 였다.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어떤 경로를 통해 신용불량 상태에서 대출이 가능했는지 알지 못했다.  이렇게 A씨가 배제된 채 진행된 대출과정에서 A씨가 손에 쥔 급전은 실제 서류상 대출금액과 큰 차이가 났다.    

복잡한 과정과 A씨조차 몰랐던 허위 연대보증 계약서를 통해 A씨가 최초 전화해 대출상담을 했던 정보지 업체로부터 손에 쥔 대출금은 몇십만원에 불과했다. 대출서류에는 대출금액이 300만원으로 명시돼있었지만 실제로 수령한 돈은 수십만원이었던 것.

상환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대출이 나간 것도 문제지만 대출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동원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A씨는 이같이 대납에 동의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J 에이전트'가 법원에 제출한 대납확약서에는 A씨의 필체가 아닌, 다른 필체로 된 서명이 있었다.

A씨는 지급명령을 받고서야 대출의 전모를 알게 됐다. 카드사 대행업체인 'J 에이전트'는 3년이 지나갈 무렵인 지난 12일 82만원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신청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 회사는 A씨가 온열매트 구입 당시 할부대금을 6개월 대납한 만큼 이를 돌려달라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다. A씨는 이미 개인회생으로 매달 80만원을 갚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80만원을 더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카드사 제휴업체는 온열기 판매업자 C씨를 A씨에게 소개했다. C씨는 A씨에게 고가의 온열기 매트를 판매한 것처럼 꾸미고 그 대금을 X카드에 물건 값으로 300만원을 청구했다. C업체가 A씨에게 건넨 물건은 온열매트가 아니라 싸구려 안마의자였다.

A씨는 몇십만원과 안마의자를 받고 X카드에 총 300만원에 대한 할부대금을 매달 납부해야 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상대로 할부금융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 것은 할부금융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행위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채무상담과 채권 소각 운동을 하는 주빌리은행 유순덕 팀장은 “할부구매자가 요구하지도 않은 대납계약서를 작성하고 할부금액을 대납한 후 구상청구를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채무자의 궁핍한 상황을 이용해 교묘히 수당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의 관리감독 소홀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X카드 관계자는 “할부금융 대행사의 거래에 대해 정상적인 물건이 인도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있지만 모든 거래를 전수 조사하지 못한다”며 “관련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 불법성이 드러나면 해당 대행사에 대해 계약해지를 포함한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