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계는 당장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신임 회장은 최근 격화하는 의료계 직역 간 다툼에 대해 이 같이 일갈했다.  

현재 한의계는 산더미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양약(洋藥)은 보험을 적용받고 있지만 한약은 아니다. 한의사는 엑스레이(X-ray)와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한의사들은 여러 해 동안 한약의 보험 적용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소득은 없다. 

게다가 지난해는 한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한의사협회의 김필건 전 회장의 탄핵을 놓고 한의계 내부에서는  파열음이 거셌다. 올해들어서는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한의계와 양의계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월 한의사, 사업가, 변호사, 정책전문가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최혁용(48) 씨가 새로운 한의협 회장에 당선됐다. 삼수끝에 당선된  최 회장의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하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2일 가양동 한의협 회관에서 이코노믹리뷰와 가진 인터뷰에서 "2021년 3월까지인 임기 중 의료일원화를 꼭 달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최 회장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Q. 한의사와 의사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 갈등의 이유는 뭔가.

A. 우리나라 제도는 한의사는 침을 놓고 한약을 처방하라고만 규정한다. 한의사의 역할을 너무 제한한다. 중국에는 한약 성분이 들어간 주사제가 100가지가 넘는다. 우리는 이 주사제를 누가 써야 하느냐를 두고 싸운다. 왜? 한약인데 ‘주사제’니까. 중국은 한의사나 의사나 면허범위가 같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다.

Q. 중국이 자국의 전통의학을 생각하는 인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A. 중국은 한의학을 향유하는 방법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결론적으로 ‘제도’가 ‘행태’를 규정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중의대(중국 전통의 의학을 가르치는 대학)를 나오면 중의사가 된다. 서양의학을 가르치는 대학을 나오면 서의사가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의사와 의사인 것이다. 중의사가 2년을 추가로 서양의학을 배우면 중서결합의(中西結合醫, 양한방 복수면허자)가 된다.

중국은 중의사나 서의사나 중서결합의나 면허범위가 같다. 중국 내  한방병원에서는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이 ‘백내장 수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중국에서는 가능한 것은 중국에서는 중의사와 의사의 면허범위가 같기 때문이다.

또 중국 한방병원에서는 중의사도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다. 이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다. 한국에서는 면허 범위의 한계로 한의사는 엑스레이와 같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중국인들에게 서양의학은 양한방 가릴 것 없이 모든 의사가 공유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서 모두가 공유하는 것, 그것을 서양의학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의 인식과는 아주 많이 다른 점이다. 그리고 이 인식의 다름은 제도의 차이에서 온다. 

▲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문재인 케어’를 둘러싸고 잡음이 심하다. 소모적인 논쟁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심해지고 있는데.

A. 의협은 현재 자기들의 기득권과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큰 문제다. 의협은 그냥 단순한 ‘이익단체’가 아니다. 그들은 의료법상 법정 조직이다. 의사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가가 설립을 강제한 협회다.

의협은 의사들이 의무로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을 하고, 의사들의 윤리 의식을 평가해 심하면 의사의 면허를 빼앗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의료광고심의도 한다.

그러나 지금 의협은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사실까지 왜곡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상복부 초음파 급여 확대’와 관련해서 의협은 이 제도를 실현하면 “상복부 초음파를 한 번 이상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도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의협은 현재 거짓말로 여론을 선동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의견을 주장하더라도 최소한 사실을 말해야할 것 아닌가.

Q. 한의협도 어느 정도 이익단체의 면모를 갖고 있지 않은가.

A. 일정 부분 그렇다. 그러나 한의계를 위한 것이라도 국민의 이익과 반대된다면 한의사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약에 보험을 적용하면 더 많은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한약을 이용하실 수 있다.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이다.

한의계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기득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고 이것이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득권이 아닌 우리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 지금 우리보다 의협을 감시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한 시점이다.

▲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한의계가 기득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구체 사례가 있는가.

A. 정부는 올해 ‘장애인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장애인들은 병의원을 방문하기 힘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주치의가 필요하신 분들이다. 주치의가 없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료기관을 힘들게 방문해야 한다.

시범사업에 앞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주치의 서비스를 받아본 장애인 81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만족도 1위가 한의사 주치의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정부에 전달했다.

처음 보건당국은 장애인을 주치의로 관리하는 주체를 병원의 재활의학과 중심으로 하자고 하고 한의사를 뺐다. 그러다 주치의는 생활밀착성이 있어야 하고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는 이유로 의원급으로 관리를 돌렸다. 올해 시작하는 시범사업에서 역시 한의사는 없다. 의사 모집도 제대로 안 됐는데 의사들만 데리고 사업을 하려고 한다.

왜 그럴까. 장애인에게 한의사가 주치의가 되는 것이 안 좋기 때문이었을까? 설문 조사결과 한의사가 만족도가 1위였다. 이는 기득권 논리에 따른 것으로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약자인 우리에게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의협은 “한의사는 비과학적인 무당”이라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혐오스러운 말로 공격한다. 국민들도 들리는 말을 계속 들으니 어느새 ‘한의학은 비과학’이라고 생각한다. 한약 쓰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똑같은 약을 일본에서는 의사들이 처방하고 또 보험도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만 한약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Q. 전국의사총연합는 한방과 관련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강남구의 한 한방병원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고 고발하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A.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 의협은 협회 내에 한의사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데 20억원 가까운 비용을 쓴다고 한다. 보는 분들께서 분별력을 가지고 ‘가짜 뉴스’에 속지 않길 바란다.

▲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Q. 2021년 3월 임기까지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의료일원화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 2010년과 2015년, 국가 차원에서 시작한 합의가 모두 결렬됐다. 그러나 복지부는 분명 의료일원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본다.

한국처럼 의사의 역할과 한의사의 역할이 나눠져 있으면 갈등이 생긴다. 의사와 한의사의 영역 중 접점에 누구 것인지 모르는 영역을 두고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진단기기, 천연물의약품, 양한방복합체 같은 것들이 그 예다. 의사와 한의사의 역할을 나눠놓으니 국민은 뒷전이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싸우기 바쁘다.

만약에 면허를 통합해 중국처럼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범위가 같아지면 더 이상 둘이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반면 국민을 위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내가 더 잘한다’며 서비스 경쟁을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의료서비스를 더 잘하는 사람에게 가면 되니 선택권을 누릴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더라도 의료 인력 사용의 효율을 위해서 의료일원화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 문제를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농어촌에 의사가 너무 부족하고 몇몇 과는 의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또 의료일원화를 하면 한국 의료가 특별해진다. 한국 의사가 세계 시장에 나가면 한방도 양방도 둘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두 번째 의료일원화에 실패했다.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0년에는 의료일원화가 꼭 이뤄졌으면 한다. 이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