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난 2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를 비롯해 월드컵,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기는 바로 한국과 일본간  경기였다. 우리에게 일본은 져서는 안 되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나라다. 이런 국민 정서와는 달리 우리 국민은 일본 땅을 가장 많이 여행하는 이율배반의 모습을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 주말여행이 가능한데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고  중국과의 고고도비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여파 등으로 중국 여행을 기피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3일 일본 정부 관광국의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동향’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지난해 714만 165명으로 전년보다 40.3% 늘었다. 올들어 2월 말까지 일본 땅을 밟은  한국인 수도 지난해 동기보다 23.4% 많은 151만 2100명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올해도 한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 출처= 일본 정부 관광국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동향'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조사결과도 일본 정부의 집계 결과와 비슷하다. 한국관광공사는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인터파크투어 등 여행사 5곳이 제공한 송출객 수와 관광청의 자료를 기반으로 집계한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1위는 전체 송출 인원의 39%를 차지한 동남아시아, 이어 일본이 2위로 35%를 차지했다. 동남아시아 지역 전부를 합쳐도 일본과 4%의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인터파크의 해외항공권 판매 기준을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1위는 일본 오사카, 2위 역시 일본 도쿄, 4위 일본 후코오카로 일본이 압도적이다.

이 같이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 증가에는 환율이 한몫했다. 2일 KEB하나은행 고시 회차 148회에 따르면 엔화 환율은 100엔당 994원으로 전날 대비 6.4원 하락했다. 이처럼 수년 째 이어진 엔화 약세로 비용 부담이 적어지고 가까운 거리로 주말 동안 짧은 기간 여행이 가능한 일본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인의 일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데 발맞춰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에서 좌석 공급을 늘리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들은 2016년 말부터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항공 자유화지역을 제외하고 부정기편 허용하지 않아 중국 노선 대신 일본 노선에서 항공기 운항을 늘려왔다”면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얘기치 못하게 일본의 관광산업이 수혜를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 2일 기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일식과 중식 게시물 갯수 비교. 출처= 인스타그램

한국인의 일본 방문 증가는 외식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 많아진 것에 비례해 정통 일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국식으로 변형한 일식 프랜차이즈들이 인기를 끈 예전과 달라진 흐름이다.

2일 기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일식’ 태그로 올라온 게시물 수는 43만 3997개다. ‘중식’ 태그는 20만 2429개로 두 배 가량 더 많다. 일식 태그로 게시물을 올린 글쓴이들은 대부분 얼마나 현지맛과 비슷한지에 대한 품평이 많다.

▲ 일식 음식점 매출액 추이. 출처= 식품산업통계정보
▲ 일식 음식점 사업체수 추이. 출처= 식품산업통계정보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일본 음식점의 매출액도 2005년부터 2014년까지 9년 사이 1조 480억원에서 2조 362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일본 음식점의 사업체 수도 67% 신장했다. 일식 음식점 시장이 커지고 업체수가 많아지면서 이젠 쉽게 일본인이 운영하는 정통 일식을 맛 볼 수 있게 됐다.

지하철 2호선 홍익대학교입구역에 본점을 두고 있는 멘야산다이메는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고 요리한다. 보통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는 10~20분의 대기시간 없이는 맛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에 10곳의 분점을 가지고 있다.

멘야산다이메를 즐겨찾는 A씨는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라멘집이 있지만 확실히 맛이 다르다”면서 “일본에서 먹던 맛과 거의 비슷해 방문할 때마다 대기가 필수지만 현지의 맛을 느끼고싶어 자주 온다”고 설명했다.

일식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 중 본토의 정통 일식을 맛 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본인이 운영하거나 일본에서 유학한 셰프의 정통 일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일본식 라면, 소바, 우동 집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