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에 달러가 상승했지만 美 채권이나 금 같은 안전 자산은 이전과 다르게 움직였다.        출처= SMC Gol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사시(有事時)에 일반적으로 피난처 역할을 하던 투자가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으로 2분기 진입을 시작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달러가 3월 후반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회피하고자 할 때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다른 자산들은 일반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회피할 때의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우 존스 산업 평균 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가 지난 1월 26일 최고치에서 9.4%나 하락했는데도 지난 3월 후반이후 금, 스위스 프랑 가치 및 미 채권 수익률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 현상이 분석가와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2011년과 2015년 말, 그리고 2016 년 초 시장이 붕괴되던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투자 리서치, 분석, 시장모델 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 그룹(Ned Davis Research Group)의 데이터에 따르면, 주가가 떨어지면서 불안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면, 채권과 금은 달러, 엔과 함께 동반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4억 2800만 달러(45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뉴욕의 하이다 캐피탈 매니지먼트(Haidar Capital Management)의 사이드 하이다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서로 위험을 낮추려고 하기때문에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정상적인 상관 관계는 그렇게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은행의 수년간의 경기 부양책을 완화하기 시작했고 장기적인 변동성이 돌아오고 있으며,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서 금융 시장은 최근 들어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 기업 이익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성장과 인플레이션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고, 게다가 세계 무역의 혼란 같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

2억 5천만 달러(265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캘리포니아의 선라이스 캐피털(Sunrise Capital LLC)의 크리스토퍼 스탠튼 최고운용책임자(CIO)는 "현재 가장 뜨거운 질문은 '도대체 안전한 피난처가 어디에 있느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금 지급으로 인해 비교적 안전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S&P 500의 유틸리티나 부동산 주식은 S&P 500 전체 평균인 8.1% 하락보다는 하락율이 적었다.  

출처= FactSet

그러나 미국 국채는 예측이 쉽지 않았다. 1월에 주가가 최고치에서 휘청거렸을 때에도 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 수익률은 2018년 초에 수 년 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채권 수익률은 계속 상승해 10년물 채권이 3% 가까이 올랐는데, 이는 2013년 이후에는 한 번도 도달하지 못했던 수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그런 이상 현상에 대한 가장 명확한 설명은, 수 년간 지속돼 왔던 경기 부양책이 완화된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수년간 통화 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 연준을 비롯해 일본 중앙은행과 유럽 중앙은행이 시장에 쏟아 부은 수조 달러의 돈이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붕괴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조셉 칼리쉬는 "그 동안 금리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것들은 대부분 이전에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었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금리 기간 동안 발행된 채권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금과 같은 자산으로부터의 수익률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차입 비용이 증가하면 이런 자산들은 수익률을 좇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푸르덴셜 파이낸셜(Prudential Financial)의 퀸시 크로스비 시장 전략가는 지난 2월부터 시장이 2017년 변동성이 거의 없었던 환경에서 다시 부활하는 조정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로스비 전략가는 "우리는 연준으로부터 소위 ‘저점 매수’(buy the dips)에 대해 제대로 훈련을 받았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의지를 명확히 보이고 있고 주식이 과대 평가되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돌아 오기전에 ‘저점’은 더 깊어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최근 몇 주 동안 소위 인기있는 주식이 계속 매물로 나오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동안 투자자들은 금리에 민감한 부분은 회피하면서 대형 기술주 같은 분야 지나친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페이스북 등 여러 인터넷 회사에 대한 조사를 강화함에 따라 그들은 채권을 사들이는 한편 기술주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이다 캐피탈의 하이다 대표는, 세계 경제의 완만한 둔화가 전세계 중앙 은행들로 하여금 금리 인상을 강경하게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less hawkish)이라고 믿기 때문에, 스페인,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의 국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대한 우려는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격차는 2007년 이래 가장 좁혀졌으며, 이는 장기 성장 전망이 그 만큼 약화되었다는 신호다.

동시에, 금년 초 채권 매도를 촉발시킨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최근 다소 진정되면서, 물가 상승을 대비한 투자자들의 제반 조치도 크게 후퇴했다. 인플레이션은 고정 지출의 구매력을 침식하기 때문에 국채의 가치에도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 출처= MarketWatch

유엔신용조합(United Nations Federal Credit Union)의 크리스토퍼 설리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해 정권 교체와 함께 불확실성 수준이 기하 급수적으로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채권 보유분도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감소로 인해 이익을 볼 수 있는 장기 증권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엔화는 지난 1월 26일 이후 달러 대비 2.2%를 오르면서 2018년 들어 시장 최고 수익률을 내는 통화 중 하나가 되었다. 일본의 금리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소위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수 년 동안 엔화를 많이 빌렸다.

러셀 인베스트먼트(Russell Investments)의 통화 및 고정수익증권 전략 책임자인 배크 반 루는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자산을 매각하고 엔화를 매입함으로써 엔화를 더 강하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를 싸게 유지함으로써 경제를 부양하려는 일본은행의 노력은, 오히려 다른 안전 자산인 스위스 프랑보다 엔화 가치를 더 높게 만들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