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 128개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미중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해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해 철강ㆍ알루미늄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국의 이익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면서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 관세세칙위원회는 돼지고기, 재활용품 등 8개 품목에 25% 세율을 부과하고 나머지 120개 품목에는 15%의 추가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8개 품목의 연간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124억 9118만위안(19억 9200만달러)이다.  아몬드 등 견과류, 와인, 미국 인삼, 미국산 강관(스테인리스 파이프) 등 120개 품목의 수입액은 약 61억 2644만위안(약 9억 7700만달러)이다.

중국은 지난해 약 200억달러 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했다. 그중 돼지고기가 11억달러로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의 3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상무부가 추가관세를 부과한 128개 품목은 지난달 23일 중국이 보복관세 대상으로 발표한 대상과 일치한다. 이날 관세부과 대상으로 발표된 품목들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주(States)에서 주로 생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네브래스카, 아이오와, 미주리, 위스콘신,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 텍사스 등 농축산 생산량 상위 10곳 중에서 8곳에서 승리했다.

미국 경제방송매체 CNBC는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주에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번 관세부과는 트럼프 지지층에 타격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관세부과 대상에서 메주콩(대두)은 빠졌다. 중국은 미국산 메주콩의 3분의 1을 수입하고 있어 메주콩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은 약 139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중국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이를 제외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 대두는 주로 돼지 사료용으로 수입한다.

중국은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문제 삼아 추가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산 메주콩 관세부과 방안을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진우 과장은 이코노믹리뷰에 “중국이 메주콩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에서 돼지용 사료값이 올라간다”면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는 등 자국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조사와 분석을 한 뒤 일단 자국 피해가 작은 부분에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는 결국 무역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CNBC에 무역 보복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아직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에 대규모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무역분쟁 수위를 높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등 두 국가의 통상 관련 최고 책임자들이 금융서비스에서 제조업까지 넓은 분야에서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무협 박진우 과장은 “관세를 부과하면 자국의 소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양국이 발표한 관세를 그대로 다 부과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피해를 고려하면서 두 국가는 이해관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