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1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괴력에 가까운 저력을 보여줘 눈길을 끕니다. 지난해 총 매출 1626억원, 영업익 2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2016년 매출 849억원, 영업익 25억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입니다.

 

영업익만 보면 1년 만에 10배가 늘어났습니다. 여세를 몰아 공격적인 인재영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약 200명을 채용해 현재 구성원수가 자회사를 포함해 총 700여 명에 이르며 올해도 개발, 기획, 영업, 마케팅, 디자인, 홍보 등 다양한 직군에 걸쳐 약 400명의 충원을 목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당초 지난해 실적을 4월 첫 주에 발표할 생각이었으나, 한 매체가 1일 다른 경로로 공개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늦은 오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실적이 공교롭게도 만우절에 공개되는 바람에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영업익이 전년 대비 10배나 급상승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정식발표가 나오는 순간, 10배 영업익은 만우절 농담이 아닌 현실로 확인됐습니다. 2015년 만우절, 아마존이 사물인터넷 쇼핑 버튼인 대시를 공개했을 때 이를 믿지 않았다가 나중에 기겁을 했던 경험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 최근 실적 추이. 출처=우아한형제들

생태계 볼륨의 급격한 성장

배달의민족은 2015년 매출 459억원, 영업적자 2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많은 O2O 스타트업의 고민과 마찬가지로 배달앱 시장을 선도하면서 실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소셜커머스 쿠팡과 비슷합니다. 적자에 허덕이면서 대규모 투자유치만 끌어내는 비즈니스 모델로 굳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2016년 배달의민족은 매출 849억원, 영업익 2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섭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흑자만큼이나 급격하게 성장한 매출입니다. 전년 대비 연매출이 71.4%나 늘어나는 폭발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인 2017년, 배달의민족은 총매출 1626억원, 영업익 2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1.6%, 영업익은 10배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믿기 어려운 실적을 거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만 매출과 영업익의 상관관계를 살피며 매출의 급격한 성장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전년 대비 91.6% 늘어난 매출은 곧 배달의민족이 차지하고 있는 생태계의 볼륨이 말도 않되게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배민2.0’과 같은 대대적인 앱 개편을 통해 이용자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왔으며, 이를 통해 배달업소 업주에게도 주문수 증가와 매출 증대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 드리고자 노력한 결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판에 박힌 멘트지만 핵심이기도 합니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의민족의 월간 주문수는 2014년 500만 건을 돌파한 이래, 2016년 1000만 건, 2017년 1500만 건을 넘어 최근에는 1800만 건까지 늘었습니다. 월간 순이용자(MAU) 수는 최근 6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쉽게 말하면 차지하고 있는 생태계의 볼륨, 즉 덩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월부터 주문수가 1000만건을 넘기며 계속 증가하는 대목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배달의민족이 빛의 속도로 거대한 플랫폼을 키우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여기에 대한 원인도 나와야 합니다. 전년 대비 91.6%나 늘어난 매출이 생태계 볼륨의 성장이라면,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달의민족은 뚜렷한 답변을 주지 않았으나 단서는 있습니다. 바로 락인(Lock In) 전략입니다. 아마존이 주로 활용하는 소위 가두리 양식장 전략과 유사합니다. 배달의민족이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면서, 여기에 중독된 사람들이 생태계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2% 부족한 설명입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중심에 두고 클라우드부터 인공지능까지 현존하는 모든 ICT 생태계를 망라하고 있지만, 배달의민족이 아마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다. 푸드테크를 표방하며 자율주행 배달로봇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딜리로 명명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10년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단계 프로젝트는 실내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로봇을 시연 테스트하는 수준입니다. 이를 위해 2017년 7월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 이끄는 연구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준비했으며, 현재 시제품이 1대 완성되었을 뿐입니다. 2단계는 올해 하반기에 시작합니다.

▲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자율주행 배달로봇. 출처=우아한형제들

아마존과 같은 현존하는 ICT 생태계를 규모의 경제로 묶어낼 역량은 없는 상태에서, 플랫폼 강화를 이뤄낸 이유는 역시 팬덤 문화와 락인 전략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샤오미의 미펀이 미유아이 생태계를 키워나가듯, 배달의민족은 김봉진 대표의 화려함과 조직의 발랄한 역량을 연결해 시너지를 일으키며 고객들을 유입해 정교한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배달업소의 성공을 돕기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 ‘배민아카데미’, 안전한 오토바이 운행을 위한 ‘민트라이더’ 캠페인,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위한 ‘청결왕’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치믈리에 행사를 통해 돈을 펑펑 써가며 팬덤을 규합하는 배경입니다.

▲ 배달의민족이 전년 대비 영업익 10배를 기록했다. 출처=우아한형제들

그림자도 있다

배달의민족은 고도화된 플랫폼으로 사용자 경험을 가두고, 특유의 팬덤문화까지 동원해 시너지를 일으키는데 성공하며 단 1년 만에 매출이 91.6%나 늘어날 정도로 몸집이 커졌습니다. 몸집이 커지면서 영업익이 전년 대비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영업익을 키우기 위한 별도의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결론입니다.

그림자도 있습니다. 누적적자가 169억원에 이르고 영업이익률은 의외로 10%에 불과합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배달의민족에 대중의 찬사가 쏟아졌던 주문중개수수료 0% 선언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배달의민족같은 배달앱 사업자나, 대부분의 플랫폼 사용자는 소위 수수료 장사가 핵심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은 2015년 주문중개수수료 0%를 선언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큰 축을 포기했습니다. 물론 모든 수수료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배달의민족은 광고수익으로 운영되는 회사로 볼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 발생한 누적적자와, 영업이익률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후자가 문제입니다. 주문중개수수료를 포기한 상태에서 영업이익률을 올리려면 광고수익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며, 이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의 비원을 해결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거마비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물론 다른 플랫폼 사업자는 그런 생각도 못하고 있지만, 역시 주문중개수수료 0% 타격은 수익구조 측면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외부의 공격도 변수입니다. 배달의민족이 플랫폼 볼륨, 크기가 커지며 광고 수익만으로 영업익 10배를 거뒀다는 점. 주문중개수수료 0%를 선언하며 오버추어 방식의 광고모델만 가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지배자적 남용을 둘러싼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고 광고수익만으로 영업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점주들과의 상생을 보여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점주들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읽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수수료의 큰 부분을 양보하고 광고수익만 집중한다는 전략은 점주들과의 상생을 전제하지만, 플랫폼이 커지며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높아진 광고수익'만 부각된다면 시장 독과점 비판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동일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간극을 돌파하는 고민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