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채용박람회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내빈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출처= 신세계그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유통업계 ‘혁신의 아이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보여주는 최근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신세계의 이커머스 확장 선언에 이어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점포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경영 효율화를 위한 감량)’으로 경쟁 유통 업체들과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학성점(울산), 부평점(인천), 시지점(대구) 그리고 하남과 평택 부지를 매각했다. 그리고 지난달 26일에는 이마트 일산 덕이점을 매각했다. 덕이점은 내년 상반기까지 운영되고 폐점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다운사이징으로 전국 이마트 점포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6년 147개였던 이마트는 2017년 145개로 줄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추가로 2~3곳의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이마트 매장은 143개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내 유통업계는 2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이커머스 확장을 앞둔 ‘비용절감’ 차원의 오프라인 매장 정리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한 법인 설립과 주식시장 상장 조건으로 해외 투자업체들에게 약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1조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기존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과의 경쟁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실적이 부진한 오프라인 업체들을 줄여 경영을 효율화한다는 것이다. 

▲ 점포가 매각돼 내년 상반기까지 운영되는 이마트 일산 덕이점. 출처= 이마트

두 번째는 ‘전문 매장 활성화’를 위한 매장 정리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차별화를 늘 강조해왔다. 국내 최초로 쇼핑몰과 테마파크를 접목시킨 신세계의 ‘스타필드’도 그가 주도한 차별화 전략의 결과물이다. 정 부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가정간편식 전문 오프라인 매장과 일본의 창고형 매장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새로운 쇼핑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의 정리는 이를 위한 준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마트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들은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의 운영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두 업체는 가성비를 강조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군 확장이나 기존 매장을 활용한 새로운 콘셉트의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는 것으로 비슷한 운영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마트나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는 공감하고 있지만, 국내 점포를 정리할 계획은 아직까지 내놓지 않았다.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은 지난달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필요에 따라 매장을 정리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유통업계의 변화를 보면 정용진 부회장의 선택은 대부분 옳았다. 마트의 자체브랜드 제품군 강화 전략, 새로운 콘셉트의 오프라인 매장 제안이 그랬다. 경쟁업체들은 이마트의 성공 사례를 보고 자사의 상황에 맞게 변화를 적용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경쟁업체들과 다른 또 한 번의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 한 박자 빠른 오너의 결단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변화하는 유통업계 수익구조를 감안할 때 정 회장의 이번 선택이 틀렸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는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