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허지은 기자] 1800년대 ‘채굴(Mining)’의 의미는 ‘금’에 가까웠다. 미국 서부시대 개척자들은 금을 찾아 너도나도 신대륙으로 몰려들었고 당시 ‘골드러시’에 뛰어든 사람만 수십만 명에 이르렀다.

2018년 채굴의 의미는 조금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상통화 때문이다. 금과 가상통화는 똑같은 채굴이라는 단어를 통해 연결되지만 동시에 전혀 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가상통화의 대표 특성은 변동성이기 때문이다.

금과 가상통화. 비슷한 듯 다른 두 가지를 하나로 엮은 회사가 있다. 국내 최초 마이닝 ICO(가상통화공개)를 준비하는 `골드마이닝`이 주인공이다. 골드마이닝은 금을 직접 채굴하는 대신 가상통화를 채굴해 얻은 수익으로 금을 사들인다. 금이라는 안전자산을 매개로 보다 안전한 가상통화를 발행해 합법적이고 건전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얼핏 복잡해 보이는 얘기지만 골드마이닝의 한영하(60) 최고경영자(CEO)의 목표는 뚜렷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쉽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가상통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골드마이닝 한영하 대표는 가상통화 채굴을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금과 연동해 또 다른 코인을 발행하는 국내 최초 '마이닝 ICO'기업을 설립했다. 사진=골드마이닝

한 대표는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40년 동안 기계 산업에 종사했다. 그는 영국에서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기도 했다. 기계 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그는 금 거래업에 4년간 종사했다. 한 대표가 가상통화와 금과의 연동하기로 생각한 것은 이 같은 이력이 배경이 됐다는 것.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가상통화 채굴이 시작된 것은 1년 남짓이에요. 세계적으로 마이닝 ICO가 시작된 것도 1년 이내고요. 그간 국내 채굴장들은 채굴기 판매와 위탁관리사업 등 단기적인 수익 사업에 집중했습니다. 우리는 오직 토큰 개발과 마이닝 ICO를 준비했고, 그 결과 최초가 된거죠”

한 대표는 골드마이닝을 ‘국내최초 마이닝 ICO’ 기업으로 설명했다. 마이닝 ICO란 가상통화 채굴을 통해 발생한 수익으로 또 다른 코인을 발행하는 사업이다. 코인 판매를 통해 창출된 수익은 채굴장의 전기세, 유지비용 등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코인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골드마이닝이 기존 마이닝시장과 차별화되는 점은 ‘저렴한 가격’이라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기존 위탁채굴업체과 클라우드 채굴시장은 고액의 관리비나 가입비를 요구하지만 골드마이닝은 관리비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위탁 채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상통화를 직접 채굴하는 경우 전기세가 엄청날 뿐만 아니라 대량으로 채굴하기도 어려워서 일반인이 직접 채굴에 뛰어들기는 힘든 구조”라면서 “채굴업체에 위탁하는 경우는 비싼 관리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클라우드 채굴 업체의 경우 채굴 규모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골드마이닝 채굴 공장. 출처=골드마이닝

골드마이닝의 채굴 공장은 경기도 광주, 인천, 포천 등에 있다. 규모는 400평 정도로 자동 공조 설비로 온도 조절 기능과 냉난방 시설이 완비된 쾌적한 채굴 시설이다. 전기안전관리 업체를 선정해 매월 1회 안전점검에 들어가고 삼성화재의 화재보험에 가입해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했다.

GMC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금 시세에 연동된 별도의 가상통화 GSC를 에어드랍(Air-drop) 형태로 받을 수 있다. GSC는 전 세계 금 시세에 연동돼 가격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골드마이닝이 보유한 금의 수량만큼만 발행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 등락에서 GSC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골드마이닝의 코인은 GMC와 GSC 두 가지로 나눠진다. 출처=골드마이닝
▲ 골드마이닝의 토큰 세일 방식. 투자자 수익은 GMC 보다는 골드마이닝이 향후 보유하게 되는 GSC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출처=골드마이닝

GMC 판매와 채굴로 얻은 수익은 전액 금 매입에 사용된다. 골드마이닝이 꿈꾸는 안전한 가상통화 생태계를 위해서는 안전자산인 금의 개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계획에 따르면 골드마이닝이 한 달 평균 구매할 수 있는 금의 양은 257kg이다. 골드마이닝은 장기적으로 세계 금 보유량 순위 100위(약 800kg)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자 수익은 GMC 보다는 골드마이닝이 향후 보유하게 되는 GSC에 따라 늘어나게 된다. 골드마이닝은 채굴과 ICO 투자금으로 금을 매입하고 GSC를 발행하기 때문에 골드마이닝의 금 보유량이 많아질수록 투자자들에게 지급되는 GSC의 양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금 보유량이 늘고 GSC 발행이 늘면 투자자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금은 국가 기관인 한국거래소(KRX)에서 정식 세금을 납부하고 들여온 경우만 취급한다. 혹시라도 시장에서 도는 ‘뒷금’이 섞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뒷금 판매 유혹도 있었는데 모두 거절했다”면서 “합법적인 루트를 통한 금만 매입하고 합법적인 가상통화 채굴을 목표로 한다. 궁극적으로 소득 재분배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영하 골드마이닝 대표. 사진=골드마이닝

국내 금지 ICO, 골드마이닝은 어떻게?

골드마이닝은 GMC를 발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GMC는 올 1분기 프라이빗 세일을 마치고 오는 2분기부터 두 차례의 퍼블릭 세일을 앞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ICO는 골드마이닝 법인이 설립된 에스토니아 법에 따라 진행된다. 미국과 싱가폴 등 ICO 참여 제한 국가의 거주자는 GMC 코인의 토큰 세일에 참여할 수 없다. 

GMC가 ICO를 에스토니아 법에 따라 진행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하면 ICO를 허용하지 않는 국내 규제를 우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골드마이닝 역시 '토큰세일 참여자는 자신이 속한 국가의 관계법령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이를 무시한 행위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국내에서 ICO를 금지하는 것은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탈세의 문제”라며 “골드 마이닝은 금과 연동된 가상통화이므로 투자자의 리스크가 금이라는 실물로 보호되고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정부가 ICO를 금지하는 것이 곧 불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ICO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이 없어요. 그러니 불법이라고 말할 수 없죠. 그래서 헌법소원도 진행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나중에 불법화가 되더라도 세금은 소급될 테니 그 점에서 골드마이닝은 탈세 문제로 사업장이 제재받아 투자자가 위험해 지는 일이 없게 되는 거죠”

골드마이닝은 국세청으로부터 ‘암호화폐 도소매’라는 세목코드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다. 골드마이닝은 가상통화의 매출에 대해 세무적 통제를 받고 있다. 그는 “이런 점에서 가상통화와 무관한 사업자등록을 내고 매출을 누락하는 회사와 구별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에스토니아에 세운 법인에서 가상통화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우리나라 돈으로 환전을 한다면 외환관리법 위반이 되지만 골드마이닝 화폐가 아닌 금을 세금을 내고 매입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사업장이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가 있는지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ICO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