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신의 한 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3월 28일 발표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재편안에 대해 국내 한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평가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다. 현대차는 기업 대주주가 꺼리는 방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은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가지 않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모비스 지분을 대거 사들이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 등을 개발·납품하는 모비스는 사실상 그룹 최고 위치로 끌어올려 지주 역할을 맡게 했다.

핵심은 현재 시장가격 기준으로 현대차 오너 일가가 8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해 지분매입과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세금은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경영승계에 필요한 전례가 없는 상속 증여세를 낼 전망이라는 뜻이다. 정 회장 부자의 상속 증여세는 역대 재벌총수 가운데 최대 규모다.

오너 일가가 투입하는 수조원의 자금은 기아자동차 유동성 확대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에 합병하는 글로비스는 내부거래에서 벗어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도 끊어지면서 대기업에서 나타났던 그룹 승계과정의 편법과 비도덕적 승계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올해까지 조세특례법제한에 따라 주주가 지주사에 현물출자 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금액을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미룰 수 있게 한다. 국내 대다수 대기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서 현물출자 방식을 취하지만, 대주주가 세금 납부 없이 회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경우 자동차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점은 이번 개편 결정이 값진 이유다. 개편안이 성공하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승계도 자연스레 안착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