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 태국과 말레이시아 법인이 ‘QLED TV 번인 10년 무상 보증 프로모션 광고’를 하자 LG전자 태국 법인이 발끈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현지 법인이 QLED TV에 '번인'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며 OLED TV를 비교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LG전자 현지 법인은 광고를 내리지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 이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지 법인은 최근 QLED TV의 품질을 강조하는 광고를 하면서 OLED TV처럼 번인 현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번인 현상은 TV에 고정된 화면을 장시간 켜놓거나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될 경우 해당 부분에 얼룩이 생기듯 흔적이 남는 것을 말한다. PDP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며 주로 OLED TV에서 자주 발생한다. 삼성전자 현지 법인은 QLED TV의 강점을 소개하며 OLED TV의 약점인 번인 현상과 대비시킨 셈이다.

LG전자 현지 법인은 발끈했다. 삼성전자 현지 법인에 광고 캠페인 중단 요청 공문을 보내는 한편 “광고 캠페인을 지속할 경우 적절한 단계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소송 압박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현지 법인의 소송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싸움이 확전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본사의 신경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경전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광고에 OLED TV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 LG전자라는 사명을 명기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법적인 소송을 운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LG전자는 OLED TV를 광고하며 ‘상대적으로’ 넓은 시야각을 부각시키는데, LG전자 현지 법인 논리라면 삼성전자가 이를 문제삼아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번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OLED TV. 출처=AVS 포럼

사실 OLED TV의 번인 논란은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OLED는 픽셀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픽셀마다 다른 수명을 갖고 있으며, 강한 빛을 오랜 시간 발생한 픽셀의 경우 다른 픽셀보다 수명이 짧아져 밝기가 떨어지면서 잔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베스트바이가 소니의 OLED TV인 A1E 모델을 반품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스트바이의 일부 판매사원은 OLED TV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시청 패턴을 물어본 후 제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밝은 환경에서 TV를 시청하는지’, ‘TV에 게임기를 연결해 이용하는지’, ‘몰아보기 등 로고가 있는 채널을 오래 시청하는지’ 세 가지를 확인한다는 후문이다. 러시아도 논란이다. 지난해 MediaMarkt, Eldorado 등 현지 주요 매장 310여곳에 전시된 930여대 OLED TV 제품 중 무려 240여대에서 번인 현상이 발견됐다.

전문 IT 리뷰 매체인 <알팅스>(Rtings)는 한 때 OLED TV 번인 현상을 살피기 위해 24시간 OLED TV를 방영하는 실험을 벌였고, 최근에는 실제 환경에서의 OLED TV 번인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실험 방식을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OLED TV의 번인 현상이 업계의 상식으로 굳어진 가운데  LG전자가 유독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목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OLED TV 시장이 커지며 지금까지는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번인과 같은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TV 업계 관계자는 “OLED TV가 상용화 단계에 돌입하며 시장이 커지자, 아이러니하게도 OLED TV 번인 문제도 커지고 있다”면서 “아직 일상생활에서 OLED TV 번인을 체감할 수 있는 단계에 오지는 못했으나 유통 판매점 등 전시관 등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OLED TV 시장이 커지며 유통 판매점 등 TV를 장시간 켜야 하는 곳부터 번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OLED TV의 맹주인 LG전자가 논란을 조기에 불식시키려고 한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