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한국에서 저비용항공사(LCC)는 항공업계를 일으켜 세운 산 증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LCC가 국내 항공시장에 참여하면서 큰 변화가 생긴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국제 항공여객은 연평균 약 8.2%로 꾸준히 증가했다. 화물도 연평균 약 4.6%, 운항횟수도 8.7%씩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조금 다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도 연평균 증가율은 항공여객이 약 8.2%, 화물은 약 7.0%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시적 감소세를 보인다.

금융위기에 따른 항공시장 침체 우려와 달리 2009년 이후 갑자기 증가세로 돌아선다. LCC 시장 참여가 본격화하면서다. LCC의 시장 참여가 활발해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항공 여객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10.6%, 화물은 약 3.4%로, 여객의 경우 2009년 이전보다 더 높은 증가 실적을 보였다. 단일 항로로 세계에서 1년에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울-제주 노선이 LCC 성장에 기여한 바도 크다.

2017년 말 기준으로는 LCC들의 국내선 점유율은 41.1%에 이른다. 국제선 점유율은 이미 20%를 넘었다. 인지도와 실적이 동반 상승하며 LCC회사의 기업가치가 치솟고 있다. 바야흐로 LCC의 시대다.

매서운 LCC 성장세

국내 LCC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이 독주하면서, 이를 바짝 쫓는 진에어가 투톱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양분체제를 필두로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제주항공은 사업 초기 진에어와 LCC 선두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다가 2016년을 기점으로 완벽한 선두로 나섰다. 제주항공 이용객은 지난 2016년 866만명에서 지난해 1508만명으로 무려 7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768만명에서 1229만명으로 59.9% 늘어났다. 제주항공은 국내 상위 6개 LCC보다 여객수송능력과 사업, 매출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를 바탕으로 진에어를 비롯한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더욱 벌릴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매출 9963억원, 영업이익 101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3.3%, 74% 신장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제주항공은 다른 국내 LCC 업체보다 일찍 부가매출(Ancillary Revenue)을 도입했다. 부가매출은 항공사 매출 가운데 항공권 판매를 제외한 수하물 수수료, 기내식, 좌석 배정 수수료 등 기타 부문에서 발생하는 수익(매출)을 말한다. 이익률이 높고 소비자 편익까지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성수기와 비수기 간 이익의 차이로 발생하는 실적 변동문제도 부가매출로 해소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2010년 0.9%였던 부가매출 비중은 2017년에는 7.8%까지 증가했다. 향후 10% 이상까지 이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비즈니스석이 없는 단일 기종 운영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동맹’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항공 동맹을 맺고 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아태지역 8개 LCC가 연계 노선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연합 방식이다. ‘밸류 얼라이언스(Value Alliance)’로 불리는 이 동맹은 국경을 넘어 독립된 LCC가 동맹체를 결성한 것은 세계 최초다. 올해 8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는 제주항공은 이를 기반으로 동맹과 공동운행을 통해 국외 노선 주력에 착수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을 맹추격하는 진에어의 추진력도 만만찮다. 진에어의 성장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지난해 말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장기로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초기부터 모 회사인 대한항공의 덕택에 공격적인 영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진에어 경영에 가세하면서 힘이 더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23일 진에어 주주총회에서 “진에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1위 저비용항공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사내이사를 맡은 이유를 설명했다.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 8884억원, 영업익 97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23.4%, 86% 늘었다.

진에어는 제주 이외 국내선 대신 해외 노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해외 항공노선은 2017년 말 기준 진에어가 34개 제주항공이 31개로 더 많다. 특히 진에어는 LCC 경쟁이 치열한 일본 노선에 강하다. 지난해 동안 약 200만명이 진에어를 통해 일본을 오갔다. 진에어는 일본 노선 여객 수익이 전체 여객 수익에서 22%를 차지하고 있다.

진에어는 국내 LCC에서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 777기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진에어는 대형 항공기를 활용해 미국의 하와이나 호주의 케언즈(임시 운휴),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루 등 장거리 노선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B777-200ER 1~2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중대형기 B777을 현재의 2배가 넘는 8~9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진에어의 국제 여객수는 2016년 375만명에서 지난해 486만명으로 많이 늘어나며 국제선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이름과 같이 경남과 서울을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취항 첫 해인 2008년 김해국제공항 전체 이용객 중 에어부산의 점유율은 1.4%에 불과했지만, 6년 만인 2014년 점유율 34.5%를 기록하며 대형항공사를 제치고 김해국제공항 이용객 1위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김포-김해 노선을 주 106회 운영하면서 국내 항공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운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주 96회로 줄이고 제주-울산 노선을 추가로 투입, 제주 노선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신사옥을 세운 에어부산은 올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10년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제2의 도약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투자를 통해 새로운 10년에 도전할 것”이라면서 “누적 탑승객 3000만명 돌파와 신사옥 이전을 계기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로 더 크게 도약,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의 저비용항공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영업이익 34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추정한다. 전년 359억원의 실적과 비교하면 5.2% 줄었다. 매출액은 지난해 5616억원을 기록 전년(4429억원)과 비교해 26.8% 늘어났다.

티웨이항공은 LCC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전망한다. 전년 영업이익 126억원에서 무려 415.8%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은 3828억원에서 5840억원을 기록하며 52.5%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티웨이의 실적 호조는 국제선 여객이 이끌었다. 티웨이항공은 국제 여객수가 2016년 202만명에서 지난해 328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국제노선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티웨이항공은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가 2015년 등장하고 나서부터 실적호재가 이어졌다. 법정관리부터 매각까지 갖은 고초를 겪어왔던 티웨이항공은 정홍근 대표의 대구 출발 노선 확대와 국제노선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지역발 국제노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5월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며 한 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재무와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해 코스피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티웨이는 상장 자금으로 중장거리 신규 노선 확대를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다만 정비, 운수권, 기장 및 승무원 등 고려할 사항이 많아 해외 노선 진출은 아직 지켜봐야 할 점이 많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자본잠식 문제로 불안한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매출 4928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전망한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29.7%, 217.8% 늘어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이 고르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4년 130억원에서 2015년 175억원으로 34.6% 성장했다가 2016년에 64억원으로 3배수 가까이 하락했다.

국내 LCC업계에서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문제가 항상 거론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6년 동안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자본잠식률이 67%로 낮아졌다고 이스타항공은 설명했으나, 올해 안에 자본잠식을 탈출하지 못하면 면허 취소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국토부가 지난 12일 입법 예고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3년 이상 지속된 경우 가능하던 재무구조 개선 명령조건이 2년으로 단축됐다. 적용 시점은 2017년부터다. 이스타항공이 올해 자본잠식 비율을 더 낮추지 않으면 개선명령을 받게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개선명령 이후에도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3년간 지속되면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올해 안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다. 지역 향토기업과 합작으로 만들어진 에어부산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이 100% 자본금(150억원)을 출자해 설립된 기업이다. 2015년 첫 출범 이후 국내 상위 8개 항공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6년 7월 첫 항공기를 띄운 에어서울은 출범 이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으나 지난해 12월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벗어났다. 에어서울의 2016년 매출액은 216억원, 영업이익은 168억원이다.

에어서울은 국내 저가 항공사 중 최초로 AVOD를 장착해, 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측면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관광수요가 많은 해외지역과 저수요지역을 노리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0월 일본 노선을 신규 취항하면서 다른 LCC와 국제선 경쟁 구도를 세우고 있다. 일본 외에도 중국과 동남아, 괌 등 해외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공격적인 외형 확대 역대… 연이은 최고실적

국내 LCC들의 호실적은 서울-제주 노선과 더불어 기재 도입에 따른 외형 확대가 주요했다. 그 결과 LCC는 지난해 항공 여객 수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LCC 운항횟수는 2013년 3만5000회에서 2017년 12만2000회로 4년 만에 약 3.5배 증가했다. 특히 국제여객 부문에선 대형 항공사(FSC)가 저비용 항공사에 밀리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LCC 상위 6개사의 국제여객은 총 2030만명으로 전년 실적인 1430만명과 비교해 무려 41.9%나 증가했다. 반면 FSC의 국제여객은 같은 기간 1.9% 감소했다.

LCC들의 실적 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각 사마다 기재를 추가로 도입하면서 외형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8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총 40대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도 대형기 포함 4~5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LCC의 여객실적은 올해도 한 단계 뛰어오를 전망이다. 각 사마다 기재를 추가 도입하면서 운행횟수를 늘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8대의 항공기를 도입, 총 40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의 항공기 도입 대수다. 진에어도 4~5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한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항공기 6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도 올해 각각 항공기 2~3대와 4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에어서울 역시 올해 하반기 항공기 1대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업계에선 국내·외 여행인구 증가와 여행트렌드 확산,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해빙기와 더불어 원화 강세로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CC에 호재가 될 만한 상황이 갖춰진 상태다. 더불어 LCC들이 글로벌 항공사를 목표로 운항 베이스를 넓히고 있는 만큼, 어떤 항공사가 항로 개척에 선두 주자로 나설지 주목된다.

김제철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CC의 국제선은 초기 단거리 운항에서 지금은 하와이 등 중장거리 국제선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내 LCC 동맹이 추진됨에 따라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실적을 기록한 LCC는 탑승률 개선추세가 더해지면서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선 LCC 항공사들의 기재가 늘어나고 점유율 측면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에어나 에어부산 등은 모회사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국제노선 증편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